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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성 전 대법관, 과거 뭐라고 했나…"재벌범죄, 엄정 잣대 갖다 대야"
이재용 부회장 상고심 변호 논란…청문회 답변·퇴임사와 정면 배치
태평양 "삼성에서 차 전 대법관 지목한 적 없어…집행부에서 결정"
2018-03-04 20:07:19 2018-03-04 20:08:49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차한성 전 대법관(64·사법연수원 7기·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상고심 변호인단에 합류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재 사법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36억원을 뇌물로 준 이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삭방되면서 '재벌, 대놓고 봐주기'라는비판을 받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차 변호사의 이번 형사사건 수임은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그동안의 모든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며 "차 변호사가 약속을 지키고 전관예우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 부회장의 형사사건에서 사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비판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도 같은 날 SNS를 통해 "이제라도 사건에서 손을 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것이야말로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자, 이 또한 다른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을 향한 유의미한 선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라고 사임을 촉구했다.
 
2015년 변호사 등록 때도 논란
 
차 전 대법관이 이 부회장 상고심 변호를 맡은 것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는 그가 국내 굴지의 로펌인 태평양에 합류하면서 밝힌 이유 때문이다.
 
2015년 3월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 등록신청 철회를 권고하다가 차 전 대법관이 굽히지 않자 결국 반려했다. 당시에도 전관예우 논란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였는데, 변협은 “대법관을 지낸 차한성 변호사는 변호사 개업을 통해 사익을 취하고 사건을 수임하는 모습보다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의 존경을 받기를 바란다”는 입장이었다.
 
차 전 대법관은 이에 대해 “변호사 등록 후 공익 봉사를 위해 단독 개업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던 중,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이 재단법인 동천을 통해 가장 성실하고 효과적으로 공익활동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재단법인 동천에 참여해 법무법인(유한) 태평양과 연계해 활동하기로 결정했다”고 변호사등록 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상당기간 공익 업무에만 전념"
 
변협이 등록신청을 반려하자 차 전 대법관은 “향후 상당기간 사익추구를 위해서는 일체의 일반사건을 수임하지 않고, 오로지 공익 재단법인 동천을 통해 공익소송수행 등 공익관련 업무에만 전념하겠다는 취지를 명백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변호사의 의무이기도 한 변호사의 공익활동 참여를 왜 막으려는지, 공익활동을 하는 데에 전직(前職)이 왜 문제가 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후 그는 같은 해 4월29일 법무부의 유권해석을 얻어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법무부는 "변호사 개업신고는 형식적 요건만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개업신고서에 형식적 흠결이 없다면 대한변협에 개업신고서가 도달한 시점에 변호사 개업이 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회신했다.
 
이 과정에서 차 전 대법관이 변협 측에 보낸 자료와 언론에 공개한 해명자료를 보면 “상당 기간 공익 봉사에만 전념할 예정”이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상당기간 수임 안해…약속은 지킨 셈"
 
이번 논란과 관련해 차 전 대법관 측은 이 부분을 강조했다. 상당기간 공익봉사활동에만 전념하겠다고 한 것이지 오직 공익 봉사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힌 바는 없다는 것이다. 2014년 2월 법원행정처장을 끝으로 법원을 떠난 차 전 대법관은 그로부터 1년간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과 사법연수원에서 석좌교수로 일했다. 2015년 6월부터는 태평양 산하 공익재단법인인 ‘동천’ 이사장으로 활동했다. 이후 2017년 3월부터는 태평양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4일 차 전 대법관 측 관계자는 “차 전 대법관은 퇴임후 1년을 학교에서 2년을 공익재단 활동에 전념했다. 상당기간 공익활동에만 전념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기간 공익활동에만 전념하겠다'고 한 자신의 약속을 지켰다고 하더라도 이 부회장 사건을 맡은 것에 대해서는 반박의 여지가 적어 보인다. 차 전 대법관이 과거 공식적으로 밝힌 자신의 입장은 이 부회장 사건 수임과 전면 배치된다.
 
"대법관, 퇴임후에는 봉사하는 게 바람직"
 
차 전 대법관은 2008년 2월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전관예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사전 서면질의에서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금지 문제는 일반화해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대법관으로 근무한 후에는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는 삶을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후보자로서는 여건이 허락한다면 대학에서 강의를 하거나 공익적 활동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재벌범죄에 대해 관대하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법원이 재벌그룹 지배주주에 대해 집행유예 선고를 선호하고 있다는 지적은 사회지도층의 범죄에 대해 더욱 엄정한 자세로 재판하라는 취지의 말씀으로 이해된다”고 답했다.
 
김재경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인사청문회에서 전관예우 문제에 대해 물었을 때에도 차 전 대법관은 “전관예우 문제를 저희들도 상당히 심각하게 인식을 하고 있다. 우리 법원을 비롯한 법조계가 국민들로 하여금 법원에 전관예우가 있을 것이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것은 상당히 저희 사법부로서는 뼈아프게 느끼고 있고,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서는 그런 인식이 없어질 수 있도록 크게 노력을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불필요하게 논란 중심에 서지 마라"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이 사법부가 재벌범죄에 관대하다고 지적하자 차 전 대법관은 "지적하신 대로 우리 사회의 지도자라든지 아니면 지금 말씀하신 재벌기업의 임원이라든지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는 조금 더 엄정한 잣대로 법 집행이 될 수 있도록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4년 3월3일 퇴임할 때에는 “불필요하게 논란의 중심에 서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후배 법관들에게 당부했다. 차 전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재판의 결과물인 법원의 판결은 사회적 갈등을 해결해주는 출발점이 되어 사회통합과 발전의 원동력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법관은 불필요하게 논란의 중심에 서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 전 대법관은 “특히 재판당사자 등 국민의 거울에 비친 법관의 모습이 어떠한지 진정 국민이 바라는 법관의 모습은 무엇인지를 늘 고민하고 자기 자신의 몸가짐을 항상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당부가 차 전 대법관이 대법관에서 변호사가 됐다고 달라졌다고 볼 만한 이유는 없어 보인다.
 
태평양 측은 이날 이 부회장이나 삼성 측에서 차 전 대법관을 상고심 변호인으로 지목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삼성 측에서 요청한 것은 없다. 변호인단 구성은 집행부에서 정한다”고 말했다.
 
차한성 전 대법관이 2014년 3월3일 오전 서울 서초대로 대법원에서 퇴임식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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