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 되는 '전관' 사외이사…"스튜어드십코드도 역부족"
대기업들 전관·법조계 출신 구애…기관 관여는 '수탁자책임' 상충
입력 : 2018-03-06 17:45:49 수정 : 2018-03-06 18:08:48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재계 사외이사의 ‘전관예우’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재벌 정경유착이나 거수기 이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지우기 힘들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된 후 처음 열리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서도 크게 달라진 게 없는 모습이다. 기관투자자들이 이런 문제에 개입하기에는 수탁자책임 의무와 상충된다는 지적도 있어, 명확한 규정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대기업 사외이사 제도에 대한 비판 가운데 하나는 법조계나 전직 관료 출신 인사의 기용을 통해 로비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의심이다. 전 정권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정경유착 적폐가 재연되면서 이러한 비판의식도 높아졌다.
 
그동안 대기업 이사회의 사외이사 직업군에서 법조계 포함 관료 출신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사외이사가 대형 로펌의 고문을 맡고 로펌이 회사의 자문 등을 해주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런 사례들이 로비용 사외이사 역할에 대한 의심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주주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주총에도 주요 기업들의 전직 관료 출신 인사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다수 올라 있다. 현대차는 이동규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후보에 올렸다. 이 고문은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을 지낸 경력도 있다. 이병국 이촌 세무법인 회장도 같은 명단에 올랐다. 이 회장은 서울지방국세청장 출신이다.
 
낙하산 인사로 논란이 많았던 ‘주인 없는 기업’들도 전철을 밟았다. 포스코의 사외이사 후보엔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올랐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떠난 박병원 전 회장도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박 전 회장 역시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수석비서관, 재정경제부 차관 등을 지낸 고위 관료 출신이다. KT도 김대유 전 경제정책수석비서관을 후보에 포함시켰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후 첫 주총시즌을 맞아 기관투자자들이 이런 문제 안건에 개입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지난달 기업은행은 KT&G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하고 사장 선임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주주제안으로 사외이사 2명을 추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제안 사유로도 언급했다. 지난 5일 KT의 지배구조 개선 과제를 논의한 토론회(추혜선 정의당 의원, 참여연대 주최)에서는 ‘셀프추천’ 구조로 형성된 담합적 이사회가 KT CEO 리스크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과 함께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적극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스튜어드십코드는 원칙적으로 기관투자자들이 고객에게 높은 장기수익을 제공하는 수탁자책임 이행이 목적이다. 따라서 재무구조, 경영성과 등 재무적 요소를 넘어 지배구조, 경영에 관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영권 불안 우려 등 여전히 논란을 낳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기관투자자가 비재무요소를 투자과정에 고려하는 것이 수탁자책임에 부합하는지는 해외에서도 오랜 논쟁의 대상이다. 수탁자책임은 고객의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인데, 비재무요소와 수익률 간의 상관관계를 확신할 수 없을 뿐더러 상충할 수 있다는 게 반대논리다. 사회단체가 주도하는 윤리투자와 유사한 것으로 이해하면서 비재무요소의 고려가 낮은 수익률을 감내하는 투자전략으로 인식되는 경향도 비재무요소 관여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야기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문제를 비롯해 이전의 분식회계, 비자금 사건 등 회사의 평판과 금전적 손해를 끼친 사례가 많았다. 그 과정에 이사회가 제대로 경영감시 역할을 하지 못한 점에서 비재무요소에 대한 적극적 개입을 권장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반복되는 문제를 끊기 위해선 사외이사 자격 요건 강화 및 감사위원회 분리 선출, 주주제안 이사 등 선임 방법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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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영

뉴스토마토 산업1부 재계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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