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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승기 "'궁합'은 나의 사극 갈증 풀어준 첫 번째 작품"
입대 전 마지막 작품…"지금도 웬만한 사주 풀이는 가능"
2018-03-09 17:25:43 2018-03-09 17:25:43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앳된 미소년은 지웠다. 이젠 상남자다. 짧은 헤어스타일에 조금은 검게 그을린 구릿빛 피부가 눈길을 끌었다. 봄기운을 느낄 만한 얇은 외투 속에는 보이진 않지만 탄탄하게 자리한 근육질 몸매가 느껴졌다. 제대 4개월 차의 배우 이승기는 어느 덧 단단한 남자가 돼 있었다. 군 입대 전 조심스럽게 의외로 수줍음도 많던 그는 군대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느꼈단다. 좀 더 여유로워졌다. 남들의 시선에 갇힌 자신의 모습을 느슨하게 풀어주는 법을 배웠다고. 제대 후 4개월 동안 숨 가쁘게 달려온 그다. 드라마 ‘화유기’가 종영했다. 군 입대 전 촬영을 끝낸 영화 ‘궁합’이 개봉했고,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제야 좀 진짜 제대를 한 것 같다는 이승기를 만났다.
 
9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승기는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드라마 ‘화유기’가 종영한 지 5일차다. 영화 ‘궁합’은 개봉 이후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 개봉 전 홍보 일정을 소화하고 싶었지만 드라마 막바지 촬영 일정이 겹치면서 ‘궁합’ 홍보에 조금 소홀했던 점이 미안스러웠다고. 다행스럽게도 영화도 흥행 중이다. 피곤함을 느낄 겨를도 없는 모양이다.
 
이승기. 사진/CJ엔터테인먼트
 
“다행이에요. 영화가 우선 입대 전에 찍은 작품인데. 너무 오래 뒤에 개봉을 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시간의 갭이 좀 있으니 ‘지금과 많이 달라 보이면 어쩌지’란 걱정이 됐죠. 그리고 드라마 ‘화유기’ 막바지 촬영이라 사실 신경을 많이 못쓴 점도 미안하고. 제작사 쪽에서 ‘이 날짜에 개봉한다’는 연락을 받고 두근두근 했죠. 뭐 워낙 재미있게 읽었고 즐겁게 촬영한 작품이라 개인적인 만족도는 큰데 관객 분들은 어떻게 받아 들일지 모르니.”
 
2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궁합’은 입대 전 마지막 작품으로 특별하게 공을 들였던 영화다. 무엇보다 사극을 하고 싶었던 갈망이 컸다. 그런 시기에 ‘궁합’ 캐스팅 제안이 왔고 단 번에 시나리오를 읽었단다. 어렵고 생소한 ‘사주풀이’가 주된 소재였지만 그마저도 신기하고 재미있었다고. 사주 공부까지 따로 하면서 즐겼고, 지금도 웬만한 사주 풀이는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 
 
“뭐 사주풀이까지는 아니고(웃음) 그냥 역술가 분들이 하신걸 보고 해석은 가능해요. 뭐 전문가처럼 하는 건 안 되죠. 하하하. 왜인지 모르게 사극에 대한 갈망이 좀 컸어요. 드라마로도 사극은 경험했는데 정통 사극은 없었죠. 갓 쓰고 도포자락 휘날리며 하는 사극? 그냥 멋지고 괜찮을 것 같았어요. 그때 ‘궁합’이 왔는데 되게 재미있게 읽었어요. 거기에 ‘관상’을 만든 제작진이 다시 만든단 작품이라니 고민 없이 선택했죠.”
 
이승기.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일단 선택을 했다. 영화 속에서도 나오는 사주풀이 장면은 관객들에게도 연기를 하는 이승기에게도 쉽지는 않았다. 입에 붙지 않는 한자어가 많았다. 자연스럽게 대사를 소화해야 하니 사주 역학에 대한 습득도 필요했다. 평소 관심이 있었지만 특별하게 공부를 해본 적 없는 ‘역학’을 위해 시간을 투자했다. 실제 역술가 분들을 만나서 자신의 사주도 듣고 모습을 관찰했다.
 
“어렵죠. 일단 못 알아듣겠어요(웃음). 우리가 평소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의 연속이니. 일단 입에 붙어야 하니 공부를 했죠. 사실 공부보단 실제 역술가 분들을 찾아가서 어떤 느낌인지 어떤 모습으로 하는지를 관찰을 하고 들어봤어요. 우선 되게 빠르게 말을 하세요(웃음). 듣고 있으면 ‘뭐라고? 뭐?’ 이런 느낌? 하하하. 그러다가 마지막에 ‘그러니 이런 걸 조심하고 이렇게 해라’ 라며 끝을 내는. 뭔 말인지 아시겠죠? 앞에 긴 한자어를 막 섞어서 어렵게 말을 한 뒤 뒤에 간결하고 또렷하게 누구나 알 만한 내용으로 정리를 해요. 이게 포인트더라구요. 하하하.”
 
설명만으로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연상된다. 하지만 ‘궁합’ 속 이승기가 연기한 ‘서도윤’은 진지하고 무거운 느낌도 드는 인물이다. 언제나 유쾌하고 허당기 많은 실제 이승기의 예능 속 캐릭터와는 정반대의 위치에 있다. 감정 연기를 하는 장면도 많다. 그만큼 이승기의 필모그래피 속에서 가장 무게가 느껴지는 모습이다.
 
이승기. 사진/CJ엔터테인먼트
 
“아마도 제가 했던 작품 가운데 가장 진지한 모습이 될 거 같아요. '이걸 어색하게 봐주시면 안되는데'라는 걱정도 있었는데 지금 다행스럽게도 결과가 좋으니 휴(웃음). 목소리 톤부터 분위기 등을 지금까지의 저와는 좀 다르게 가져가 봤죠. 사실 제가 잘한 것 보단 은경씨가 정말 잘 받아 주셔서 저까지 좋게 보인 효과가 큰 것 같아요. 워낙 연기를 잘하시는 은경씨 잖아요. 송화옹주란 캐릭터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 것 같아요.”
 
진지하고 진중한 캐릭터지만 의외로 오글거리는 대사와 액션도 많다. ‘서도윤’이란 캐릭터 자체가 영화 전체의 톤을 결정하지는 않아도 기본 뼈대의 한 축을 이뤄줘야 하기 때문에 치고 빠지는 모습과 과정을 잘 소화해내야 했다. 영화 개봉 뒤 좋은 평이 쏟아졌지만 낯간지러운 대사와 함께 의외의 액션 장면은 사극 버전의 히어로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하하하. 그런 말씀 많이들 하시더라구요. ‘서도윤’이 잘못하면 되게 이상하게 보일 요소가 많았어요. 멋지게 폼 잡고 대사치는데 까딱하다가는 무슨 ‘히어로’로 보이겠더라구요. 글쎄요. 그냥 저 자신을 믿고 갔죠. 우선 오글거리는 대사? 그게 좀 오히려 현실적으로 들리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고. 배우까지 오글거리면 관객 분들이 단 번에 알게되니 제가 그렇게 느끼면 안되죠. 하하하. 그냥 뭐랄까. 오글거리는 것도 좀 있어야 현실적으로 보일 듯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캐릭터가 하늘에 붕 뜬 다고 할까. 너무 비현실적으로 보일 듯 했죠.”
 
이승기. 사진/CJ엔터테인먼트
 
사극의 대한 갈증으로 선택한 ‘궁합’이다. 이미 개봉을 했고 좋은 결과를 위해 좋은 과정으로 흘러가는 중이다. 판타지 요소가 많은 사극 드라마도 경험해 봤다. 정통 사극인 ‘궁합’도 이제 필모그래피에 더해졌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이 있으면 사극에 대한 욕심은 더욱 생겨날 듯 하단다. 일단 사극 자체가 재미있고 잘 맞는 장르 같다고.
 
“사극이란 장르가 그렇게 생각이 되요. 많은 걸 탈피해 볼 수 있는 가능성 큰 것 같아요. 예능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저의 모습을 좀 씻어낼 수도 있을 듯 하고. 역사 속 인물을 연기할 때의 느낌은 어떨까? 란 상상도 가능하고. 그걸 연기해 볼 기회도 되고. 지금도 상상해 보면 위대한 왕을 연기하는 모습. 아니면 폭군을 연기하는 이승기? 다양한 연기 방식으로 캐릭터를 해석할 수 있는 여지 등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장르가 사극 같아요(웃음) '궁합'이 저의 사극 갈증을 풀어 준 첫 번째 작품으로 남게 돼 기분 좋습니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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