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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손예진 "시나리오 보고 단 번에 '이건 하자'란 생각 들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통해 ‘엄마’란 존재도 깨달아
2018-03-12 17:20:54 2018-03-12 17:21:29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사실 팬들이 더 반가워해야 마땅하다. ‘멜로 퀸’ 손예진의 귀환은 충무로 관계자들에게도 팬들 입장에서도 즐겁고 또 기분 좋은 소식이다. ‘멜로’란 장르 안에서 손예진의 모든 것은 ‘완성’된다. 아니 손예진이 멜로의 시작이고 끝이 된다. 이유를 설명하자면 하나부터 열을 넘어 끝을 알 수 없는 설명이 이어져야 한다. 누구라도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도 ‘멜로’란 장르가 충무로에서 오랜만에 등장한 것에 대한 반가움을 전했다. 갈증의 끝에서 마시는 한 모금의 물 한 잔은 달디 달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그래서 팬들에게도 충무로 영화 관계자들에게도 더욱이 손예진 본인에게도 오랜 갈증 끝에서 마시는 단물처럼 느껴질 듯 하다.
 
최근 뉴스토마토와 만난 손예진은 멜로 장르가 상업영화 시장에 오랜만에 등장한 것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자극적이고 강한 소재가 어느덧 흥행 필요충분조건이 된 시장 트렌드가 못내 아쉬웠단다. 보는 시각과 생각 그리고 여유의 소비가 너무 강한 쪽으로만 치우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배우 입장에선 당연한 지점이었다. 그래서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고마웠다.
 
손예진. 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일본 원작 영화를 아주 오래 전에 봤던 기억이 났어요. 어렴풋이 기억이 나더라구요. 그리고 시나리오를 봤는데 그 기억이 점점 또렷해졌어요. 일본 원작 영화를 다시 봤죠. 제가 받은 시나리오와는 좀 많이 달랐어요. ‘이건 하자’란 생각이 단 번에 들었죠. 저 스스로도 ‘클래식’이나 ‘내 머릿속에 지우개’ 같은 제 출연작 가운데 멜로에 대한 애착이 많아요. 만약 멜로를 다시 한 다면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신 두 작품을 넘어설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이번 영화가 그렇게 될지는 관객 분들이 판단해 주시겠죠(웃음)”
 
사실 손예진 만큼 충무로에서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여배우도 드물다. 완벽한 멜로부터 남성미 강한 범죄 액션 영화까지. 그의 필모그래피는 의외로 다채롭다. 그럼에도 그에게 ‘멜로 퀸’이란 찬사가 붙은 것은 장르적인 관점에서 손예진의 매력이 가장 밝고 짙게 아우라를 펼친 지점이 아닐까. 손예진은 동의하는 지점도 있었지만 대중들의 트렌드를 짚어냈다.
  
“하하하. 아마도 팬분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저의 이미지로 판단해 주시는 것 같아요. 멜로이지만 좀 색깔이 다른 ‘외출’도 있었고. 강한 느낌의 ‘무방비도시’도 있었고. ‘오싹한 연애’ 같은 색다른 느낌의 장르도 했었고. 제 생각에는 팬 분들도 갈증이 있지 않았을까요. 멜로에 대한 감성이 좀 메말랐잖아요. 요즘 한국영화를 보면. 그래서 저의 영화 중 ‘클래식’이나 ‘내 머릿속의 지우개’ 같은 영화를 좋아해 주시는 것 같고. 딱 저도 이 장르에 대한 욕구가 요즘 강했어요.”
 
손예진. 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이젠 어느 덧 3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다. 하지만 데뷔 초부터 유독 멜로 장르에서 소비가 강했던 손예진이다. 특히 엄마 역할도 꽤 여러 번이었다. 멜로 자체가 남녀간의 얘기를 담고 있다지만 가족 혹은 자녀에 대한 스토리 스펙트럼도 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멜로의 외피 속에서 가족에 대한 사랑이 더욱 강하게 그려진다. 손예진 스스로도 기존 멜로 출연작과는 다른 색깔을 유지하거나 꺼내지는 않았을까.
 
“일단 다른 작품 속 엄마와는 달리 딱 내 나이대의 엄마역할이었죠(웃음). 그리고 판타지가 섞여 있고. 여기에 첫사랑 결혼 그리고 죽음 만남 등 삶에 대한 줄거리가 포함돼 있어요. 글쎄요. 뭐랄까. ‘클래식’이나 ‘내 머릿속의 지우개’ 때는 어린 나이였고. 뭘 몰랐던 시기였죠. 그저 발산하는 연기랄까.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의외로 연기하기가 쉬웠어요. 카메라가 인물에 깊게 들어오는 게 아니에요. 적당한 거리를 둬요. 관객들에게 강요를 안하잖아요. 완성본을 보니 그게 더 좋았던 것 같고. 결혼을 안했으니 아이가 없는 건 예나 지금이나 같아요. 글쎄요. 나이를 먹고 멜로를 대하니 사람을 대하는 법이 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그게 영화 속에서 드러난 것 같아 더욱 좋구요.”
 
그런 지점은 함께 호흡한 소지섭과의 케미에서 꽤 강하게 드러난다. 그저 강하게만 붙고 뜨겁게만 사랑하는 장면이 아닌 적당한 거리 속에서 관객들의 아련함을 건드리는 모습이 오히려 진득하고 강하게 다가오는 듯 했다. 그래서 영화 관계자들이나 언론은 ‘손예진과 소지섭의 캐스팅이 신의 한 수’였단 평가도 한다. 영화 개봉 전 일반 관객 시사에서도 비슷한 평이 나왔다.
 
손예진. 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하하하. 오빠랑 둘이 잘 됐으면 한다는 댓글도 봤어요(웃음). 처음에 오빠가 먼저 제안을 받았는데 거절했었데요. 전 시나리오 읽자마자 왠지 모르게 오빠가 떠올랐어요. 꼭 해줬으면 했죠. 특히나 멜로는 배우 케미가 중요하잖아요. 전 오빠한테서 ‘우진’의 모습을 봤거든요. 오빠가 한다고 했을 때 ‘반은 성공이다’고 쾌재를 불렀죠. 현장에서도 오빠는 ‘우진’ 그 자체였어요. 힘든 촬영도 무조건 아역 그리고 저 다음이 오빠에요. 배려의 아이콘(웃음)? 시사회 때는 제 옆에서 또 어찌나 울던지. 제가 제일 덜 운 것 같다니까요. 하하하.”
 
‘멜로 퀸’이란 호칭이 가장 잘 어울리는 손예진이지만 의외로 개그 욕심도 넘치는 그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속에서도 의외의 코드가 가득하다. 특히 일부는 손예진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장면도 있다고. 이 장면에서 터지는 생각 밖의 웃음이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선 쉼표 같은 역할을 담당했다. 마냥 애틋하고 또 길고 길게 아름다운 사랑만 강조하자면 사실 질리기도 한 것 아닌가.
 
“아우 그럼요. 원작 일본 영화와 가장 다른 점도 웃음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딱 꽂힌 장면도 ‘우진’과 ‘수아’가 교문에서 만나는 장면이에요. ‘우진’이 우스꽝스런 옷을 입고 왔고 제가 연기한 ‘수아’가 별다른 반응 없이 만나 얘기하는 장면. 우진이 ‘목 말라?’라고 묻는데 제가 ‘말라’ 이러잖아요. 이게 상상을 해보니 너무 웃긴거에요. 원래 대사도 그게 아닌데 제가 제안을 드렸죠. 뭔가 픽픽 터지는 웃음이 나야 나중에 더 애틋한 모습이 강조될 듯 했죠. 다행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더라구요(웃음)”
 
손예진. 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손예진은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달라진 점으로 ‘엄마’ 그리고 ‘결혼’을 꼽았다. 가장 든든하게 자신의 곁을 지키고 있는 가족, 그 가운데서도 딸인 자신과 가장 가까운 엄마란 존재. 여기에 막연하지만 결혼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고. 나아가 가족에 대한 상상도 점차 구체화 돼 간다고 한다. 손예진이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고 또 가족을 갖게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하하하. 생각은 깊어진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아직은 뭐라 말하기는 그래요. 만나는 사람도 없고(웃음) 결혼? 분명히 해야죠. 그게 언제가 될까요? 짙어진 건 엄마란 존재에 대한 생각이에요. 누군가에게 사랑 받고 반드시 필요한 존재. 정말 큰 존재.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을까. 무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가능할까? 내가? 그런데 영화를 찍으면서 ‘누군가에게 아내이고 엄마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구나’란 생각이 들어요. 그만큼 소중하고 또 소중한 존재. 그게 엄마란 걸. 언젠가는 저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요.”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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