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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광화문사옥 매각 금호아시아나 봐주기?
금호타이어, 매각시도 없이 매수청구권 포기
아시아나, 재무건전성 숨통…"금타, 시세차익 기회 놓쳐"
2018-03-15 17:28:19 2018-03-15 17:28:19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서울 광화문 사옥 매각에 나서면서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호타이어가 사옥 지분 80%에 대한 매수청구권(콜옵션)을 제3자에게 매각하지 않은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 자금난으로 벼랑 끝에 몰린 금호타이어가 콜옵션을 차익 실현의 기회로 활용하기보다 걷어찬 꼴이 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금호타이어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이를 선뜻 허용한 것 자체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15일 아시아나항공은 광화문 사옥 매각 추진에 대해 "광화문 사옥 소유주인 금호사옥에 확인한 결과 이달 2일 외국계 자산운용사와 사옥매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며 "현장실사 등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한국거래소는 광화문 사옥 매각 추진 보도에 대해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최근 독일계 도이치자산운용과 서울 사옥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이달 중 최종 계약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사옥을 운영하는 특수목적법인 금호사옥은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사모펀드(PEF) 운용사 웰투시인베스트먼트(15%), 동부화재(5%) 등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토지와 건물을 합친 장부가는 1800억원이지만, 실제 매각가는 40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서울 사옥 매각에 성공할 경우 재무구조에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 아시아나항공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단기 차입금이 2조원 규모로, 이 가운데 올해 5800억원 규모 자산유동화증권의 만기가 돌아온다. 올해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 기업어음 등 4000억원을 합치면 1조원 가량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부터 새 국제회계기준(IFRS16)을 적용하면 운용리스(돈을 내고 항공기를 빌려 쓰는 방식)가 모두 부채에 포함되기 때문에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증권업계는 아시아나항공이 전체 항공기 83대 중 51대를 운용리스 형태로 사용하고 있어 새 회계기준을 적용하면 부채 비율이 1000%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반대로 재정난이 심각한 금호타이어는 유동성 확보의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다. 금호타이어는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지분 80%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문제는 콜옵션을 제3자에 매각하면 매각차익을 확보할 수 있는데, 이를 적극 활용하지 않은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호타이어와 대우건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과거 대우건설 신문로 사옥을 매각할 때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대우건설은 지난 2013년 신문로 사옥을 매각할 당시 제이알제1호에 부여받은 콜옵션을 도이치자산운용에 매각해 100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올리고, 취득세 부담도 덜었다. 앞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2009년 제이알제1호에 신문로 사옥을 팔면서 4년 뒤 대우건설에 다시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가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며 석달째 직원 임금체불이 된 상황에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발로 걷어찬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결국 대주주인 산은이 금호타이어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콜옵션을 행사하거나 권리를 매각하는 등 통상적인 경우와 다르게 결정을 내려 산은이 사실상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우회적으로 지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금호타이어가 광화문 사옥을 인수할 자금력이 없고, 공실이 발생할 경우 추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콜옵션 권리를 매각해도 빌딩의 시장가를 감안했을 때 실익이 없다는 내부 검토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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