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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원작 영화는 흥행 보장?
캐릭터 훼손 우려 불구 패자 없는 '윈-윈' 게임 평가
7년의 밤·살인자의 기억법·남한산성 등 흥행 성공
2018-03-15 17:48:05 2018-03-15 17:48:05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단순한 논리다. 글자는 상상력에 불을 지피는 가장 좋은 휘발성 객체다. 한 번 불이 붙으면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른다. 그렇게 거대하게 타오른 불덩어리는 ‘베스트셀러’란 단어로 불린다. 책을 읽으며 느끼고 상상한 이미지는 독자들에겐 비주얼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결과적으로 ‘영화’란 매체가 베스트셀러를 탐하는 분위기는 ‘내로남불’이 아닌 ‘내로남로’ 즉 ‘내가 해도 로맨스, 남이 해도 로맨스’가 된다. 다시 말해 시기를 불문하고 베스트셀러 원작 영화가 극장가에 쏟아지는 현상은 영화의 흥행과 베스트셀러인 원작 소설의 판매량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게 할 ‘윈-윈’ 게임인 셈이다.
 
 
 
◆‘판권 경쟁 신드롬’ 작품 드디어 개봉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은 침체된 출판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었단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판매량이나 대중성 그리고 작품성 등 모든 면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출판시장에 나온 소설 가운데 최고로 평가를 받아왔다.
 
이 소설이 출판계에서 돌풍을 일으키자 관심은 ‘과연 누가 얼마에 판권을 얻게될까’였다. 몇 년 전 충무로에선 실제로 제작자들 사이에서 이 소설의 판권 매입을 두고 경쟁이 벌어질 정도로 치열했다. 하지만 문제도 있었다. 워낙 강력한 이미지와 함께 플롯 자체의 매력성도 높지만 ‘시점’을 각색해 스크린으로 옮기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최근 뉴스토마토와의 만남에서 “이 작품은 판권 매입 경쟁이 치열했지만, 동시에 소설 자체의 복잡한 시간 구성이 과연 각색이 가능할까란 우려도 컸다”고 말했다.
 
판매 자체가 지금의 제작사로 넘어갔고 영화화를 위한 각색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도 영화 제작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류승룡, 장동건, 송새벽, 고경표 그리고 1000만 영화 ‘광해’의 추창민 감독이 속속들이 합류하면서 제작은 급물살을 타고 촬영을 마쳤다. 2016년 5월 촬영을 마친 ‘7년의 밤’은 길고 긴 후반 작업과 개봉 시기 조율을 거친 끝에 오는 28일 개봉한다.
 
현재까지도 소설 ‘7년의 밤’은 100쇄를 돌파할 정도로 출판시장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꽃이다. 영화 개봉과 함께 소설의 인기도 더욱 탄력을 받을 듯하다. ‘가장 영화화가 기대되는 한국 소설’ 조사에서 1위에 꼽힐 정도로 마니아층이 두터운 이 소설이 스크린 결과물로의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일단 영화계 관계자들 분위기는 ‘역대급 스릴러’란 찬사다.
 
 
 
◆ ‘베스트셀러→영화’ 만명통치약은 아니다
 
‘7년의 밤’처럼 최근 베스트셀러 원작 영화의 인기는 충무로에 형성된 하나의 ‘트렌드’였다.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현대 사회가 직면한 문제의식을 담아낸 공지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옮긴 ‘도가니’는 장애아동 성폭행이라는 충격적인 얘기와 이를 묵직하게 표현한 공유, 정유미, 아역 배우들의 연기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이란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며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김영하 작가의 소설을 바탕으로 거듭되는 반전과 서스펜스에 설경구, 김남길, 김설현의 열연을 더해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간결하고도 힘 있는 문체로 조선의 운명이 걸렸던 47일간의 얘기를 그리며 제15회 대신문학상을 받은 김훈 작가 소설 ‘남한산성’은 지난해 개봉 후 흥행했다. 연기파 배우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희순, 조우진의 연기 시너지와 원작을 고스란히 옮겨낸 명대사 그리고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로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처럼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예측을 빗겨나가는 흥미로운 소재, 그리고 이를 완성해내는 배우들의 명품 연기와 상상력은 현실로 구현되면서 스크린 흥행에 견인차 역할을 한다. 하지만 베스트셀러 원작 영화가 흥행의 필수조건은 절대 아니다. 원작 결과물에 감독의 가치관이 투영된다면 원작 팬들로선 고유물 훼손이란 개념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위험성이 분명 존재한다. 1400만이 넘는 흥행 기록을 세웠지만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신과 함께’가 개봉 초기 원작 마니아들에게 ‘캐릭터 훼손’ 지적을 받아온 것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베스트셀러 원작 영화의 연이은 개봉과 흥행은 어떤 시선으로 보더라도 패자가 없는 ‘윈-윈’ 게임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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