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산업1부]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26일 완성차 A기업 관계자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협상 결과에 대해 "미국산 부품 의무사용 비중 확대, 국내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활을 가장 걱정했는데, 이 부분이 빠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산 차 수입 쿼터를 2배로 확대한 점에 대해서는 불만을 드러냈지만, 실제 국내 시장에 끼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B사 관계자는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국내 고객들의 선호도가 낮기 때문에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국내 수입차 시장은 벤츠, BMW 등 유럽 업체가 장악하고 있어 수입쿼터 확대는 큰 변수로 작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역시 협상결과에 대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자동차협회 측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FTA 개정협상에서 양허관세율 조정, 원산지규정 강화 등 부분에서 양보에 대한 많은 우려를 가지고 있었으나 현행대로 유지되도록 한 정부의 노력에 대해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다만 안전과 환경 분야에 대한 정부 규제는 중장기적 차원에서 탄력적으로 재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우리 정부의 규제가 국내 완성차 기업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향후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과 규제 정책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문이다.
경기 평택항 자동차 선적부두에 수출을 앞둔 차량이 줄지어 주차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철강업계는 '안도 반, 아쉬움 반'이다. 한국철강협회 측은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에서 한국이 제외된 것은 다행한 일"이라며 안도했다. 다만 대미 철강수출 쿼터(수입할당)가 지난해의 74% 수준으로, 애초 수입할당 63%보다 11%포인트 상향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운 속내를 드러냈다. 철강협회 측은 "이번 협상 결과는 기존 안보다 양호한 결과이지만, 미국의 초강경 입장으로 더 많은 쿼터를 확보하려 했던 정부 노력이 온전히 성사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개별 기업들도 큰 고비를 넘겼다고 보고, 대응방안 찾기에 분주하다. 업계 맏형 포스코는 "국내 철강업계와 지속적이고 면밀하게 협조할 계획"이라며 "미국 대표법인과 워싱턴 사무소를 중심으로 현지 고객사의 품목 제외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아제강은 2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는 대신 쿼터량을 설정하는 게 그나마 낫다는 반응이다. 세아제강은 미국 생산법인 SSUSA의 가동률을 올리는 한편 미국 이외 지역으로 수출국을 다변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내달부터 미국 수출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힌 동국제강은 수출재개 시점을 확정한 뒤 현지 고객사들과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아울러 철강업계는 통상대응 체제를 강화할 목적으로 내달 '철강통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한다. 구체적인 개최 일정과 위원장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첫 회의는 권오준 철강협회 회장(포스코 회장)의 주재로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는 지난해 수출량보다 수출쿼터가 절반 가까이 떨어진 강관 업종의 피해를 완화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는 FTA 개정협상 대상 업종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한국산 세탁기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하기 전부터 현지 생산공장을 지어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다"며 "FTA 개정협상으로 인한 효과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더이상 확대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경제단체 역시 최악의 상황을 면했다고 평가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는 자동차와 철강 업종에 일부 부정적인 영향이 있으나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국내 수출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한상의 고위 관계자는 "한미 FTA 재협상으로 산업계와 통상부문 전반에 큰 불확실성이 있었는데, 이를 해소했다"며 "철강, 자동차 부문에 부정적 영향이 있겠지만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재협상 결과 이후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한·미FTA 타결과 보호무역주의는 별개로 봐야 한다"며 "미국과 중국의 대립각이 앞으로 커질 수 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지금보다 보호무역주의의 전선이 확대하면 산업계에 전방위적인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산업1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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