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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규제가 바꾼 분양시장, 실수요 중심 재편…'부의 양극화' 우려도
서울·경기 견본주택 실수요자 발길…고가 아파트는 현금부자 독점
2018-03-27 17:12:34 2018-03-27 17:21:47
[뉴스토마토 임효정·김응태 기자] 연이은 부동산 대출규제로 분양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투자가 위축되면서 투자자에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목소가 나오는 반면 대출 규제들이 오히려 부의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 고삐를 다시 한 번 바짝 조였다. 지난 26일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을 적용하면서다. DSR은 1년간 갚아야 할 모든 대출 원리금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지난해 8.2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로 강화됐다. 이어 올 1월말 부동산 규제 지역에 신 총부채상환비율(신DTI)이 적용되면서 다주택자의 추가 대출한도도 줄었다. 여기에 DSR까지 도입돼 대출 문턱을 높인다.
 
경기도 부평구에 위치한 부평 화성파크드림 견본주택 내부. 사진/김응태 기자
 
그러면서 부동산시장은 실요자 중심으로 움직인다. 지난 26일과 27일 양일간 기자가 찾은 서울과 경기 내 견본주택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발길이 이어졌다. 서울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 분양 상담사는 "전세를 살고 있다가 집을 마련하는 사람이나 새집으로 옮기길 희망하는 실수요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며 "특히 평수가 비교적 작아 신혼부부들 수요가 많다"고 전했다. 부평 화성파크드림 상담사도 "부평은 중도금대출보증(5억원 이하)이 세대당 통합 2건이 적용된다"면서도 "주변 아파트가 노후화 돼서 실수요자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기지역에 비해 규제 압박은 다소 적지만 투자자보다는 실수요자들 관심이 더 높다는 의미다.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의 경우 59㎡(17평)대 아파트 분양가는 7억5000만원이다. 대출 조건에 충족해도 60%에 해당하는 현금 4억5000만원을 보유해야 한다. 규제 대상 지역에서 제외된 부평 화성파크드림은 6개월 중도금 납부 후 전매가 가능하며, 중도금 60%에 이자후불제도 적용된다. 하지만 신용대출이 있다면 주택담보대출과 함께 넣어 대출가능액을 산정하기 때문에 DSR도입 전보다 빌릴 수 있는 돈은 줄어 들게 된다.
 
임채우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금까지는 목돈 없이 계약금만 있으면 잔금때까지 2~3년 동안 자금을 마련해 집을 장만할 수 있었다"며 "중도금대출이 되지 않는 9억원 초과 아파트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지만 9억원 이하 아파트도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LTV와 DTI가 조정되면서 대출 금액 자체가 많이 안 나온다"며 "과거에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본인이 받는 소득 대비 대출 금액만 생각하면 됐는데, 다른 대출까지 적용되면서 대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출 규제로 소득에 따라 선택권이 확연히 달라졌다. 이를 두고 정부 규제가 오히려 부의 양극화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강남불패를 입증한 개포 디에이치자이가 대표적이다. 최근 분양을 진행한 이 아파트는 대출규제에도 불구하고 3만명이 넘는 1순위 청약자가 몰렸다. 이 단지는 고가 아파트로 분류돼 중도금대출도 없다. 때문에 적어도 현금 7억원이 있어야 분양을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여력이 있는 현금부자에게 유리한 시장이 되고 있다"며 "현재 탄력적인 DSR까지 하반기 본격 적용되면 초양극화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효정·김응태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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