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시름이 깊다. 갈수록 조여 오는 정부의 전방위 압박 속에 대형사들에게 밀리며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후분양제까지 현실화될 경우 대형사와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텃밭인 지방에서 최근 대형 건설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GS건설이 지난해 11월 대구 송현주공3단지 재건축 수주전에서 시공권을 따낸데 이어 올해 SK건설이 대구 현대백조타운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을 수주했다. 브랜드파워를 무기로 사업성 높은 서울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왔던 대형사들이 지방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 내 유일한 주택 공급 수단인 재건축 사업까지 규제가 가해지면서 이 같은 움직임은 더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형사와 어깨를 나란히 겨눌 경쟁력을 갖추지 못 한 데다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시장의 불확실성 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조직이 갖춰있지도 않고 자금을 조달하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신사업을 추진하기도 쉽지 않다"며 "대부분 중소, 중견사들은 어떤 전략도 마련하지 못하고 숨죽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부동산시장이 위축되면서 미분양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크다. 중소·중견건설사들은 주택사업 비중이 큰 데다 대부분 물량이 지방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투자가 줄면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분양이 이뤄지는데 지방은 그만큼 실수요자도 적다"며 "미분양은 건설사 실적에 직격탄이 되기 때문에 걱정도 많다"고 말했다.
여기에 후분양제가 현실화될 경우 기업의 생존까지 위협할 것이란 전망이다. 후분양제 도입시 가장 큰 우려는 건설사의 자금부담이다. 특히 자금 조달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건설사에게 직격탄이다. 공정이 80% 진행된 시점까지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을 수 없어 자체적으로 자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견사들은 대기업에 비해 신용도가 낮기 때문에 이자 부담도 크다"며 "이자 부담은 또 다른 사업에 지장을 주고 결국 자금 조달 부담이 뒤따르는 중소, 중견사들이 더 어려워지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뉴시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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