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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혜택 늘어난 분양시장…약일까 독일까
"미분양 우려 사업장 위주로 혜택 증가"…"혜택 많을수록 단점도"
2018-04-04 17:47:01 2018-04-04 17:47:01
[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건설사들이 분양단지에 금융혜택을 늘리고 있다. 대출 문턱에 시름하는 수요자들을 위해 차별화된 금융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는 수요가 적을 것으로 예상한 단지에 분양률을 올리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라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규 분양시 일반적으로 적용됐던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 공식이 깨지고 있다. 건설사들이 중도금 비중을 최소화하거나 없애면서 금융 부담을 최대한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중도금을 30%만 납입하고 나머지는 잔금을 낼 때까지 유예해주는 방식으로 혜택이 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예를 넘어 비중을 줄이거나 없애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달 평택에 분양을 시작한 한 테라스하우스 단지는 계약금 10%, 중도금 5%, 잔금 85%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경기도 용인시와 서울시 금천구의 아파트 단지는 중도금을 없애고 입주할 때 잔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했다.
 
분양시장에서 혜택이 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정부가 대출을 옥죄자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건설사들이 금융혜택 카드를 빼든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8.2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40%로 강화했다. 이어 올 1월말 부동산 규제 지역에 신 총부채상환비율(신DTI)이 적용되면서 다주택자의 추가 대출한도도 줄었다. 여기에 지난 26일에는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까지 도입되면서 대출 문턱이 더 높아졌다. DSR은 1년간 갚아야 할 모든 대출 원리금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과거 신규 분양 시장에서 계약금만 갖고 투자 목적으로 접근했던 방식이 대출 규제로 쉽지 않게 됐다.
  
중도금 무이자를 대납하거나 중도금을 유예하거나 줄이는 것은 건설사에게도 부담이다. 자체 자금 조달 능력이 그만큼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금융혜택을 제공하는 데는 미분양에 대한 우려에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은 건설사에 치명적"이라며 "과거 수많은 건설사들이 워크아웃을 겪은 것도 미분양이 쏟아진 이후"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투자수요도 많았던 분양시장이 이미 실수요자 중심으로 돌아섰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장들이 있는데 규제로 인해 미분양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분양은 건설사 실적에 직격탄이기 때문에 미분양을 피하는 것이 최대 과제라는 말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금융혜택을 제공하는 곳은 미분양이 우려되는 곳이라고 해석될 수 있는 만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경우 중도금 대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1순위 청약 경쟁률 25.22대 1을 기록했다.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발된 탓에 수억원의 자금을 직접 마련해야 하지만 수요자가 대거 몰린 것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수요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혜택이 많을수록 단점도 있는 것이다. 분양계약률 자체를 확보하기 어려운 사업장의 경우 혜택이 많고, 실수요든 투자수요든 몰릴 수 있는 사업장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견본주택에서 수요자들이 아파트모형을 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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