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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 ‘램페이지’, 파괴본능 지수 ‘충전완료’
고전 게임 원작, 빈약한 스토리 ‘아쉬움’
스토리 아쉬움 날려버릴 도심 파괴 ‘액션’
2018-04-13 11:48:55 2018-04-13 11:48:55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일본에서 시작되고 만들어진 이른바 ‘전대물’(악당으로부터 지구를 물리치는 영웅 스토리를 담은 특수촬영물) 스러운 비주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분명 존재했지만, 국내 상업영화 시장에선 한국영화이던 할리우드 영화이던 괴수물은 도대체 흥행이 되질 않았다. 딱히 이유를 모르겠지만 ‘한국적 감성’과는 괴리감이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일본에는 ‘고지라’로 불리는 전설의 캐릭터가 있지만 말이다.
 
 
 
미국의 동명 고전 게임이 원작인 영화 ‘램페이지’는 포스터를 통해 모든 것을 유추할 수 있다. ‘파괴된 도시’ ‘세 마리의 괴수’ 그리고 한 남자.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더 락’ 드웨인 존슨이다. ‘광란’이란 뜻의 이 영화 제목처럼 세 마리의 괴수는 닥치는 대로 도심을 파괴한다. 그리고 드웨인 존슨이 그것을 막는다. 너무도 간단하고 명료한 스토리다. 더욱이 빈약한 각본 구성의 필수요소인 게임이 원작이다. ‘램페이지’는 스토리의 빈약이 너무도 두드러진다. 그럼에도 전체의 빈약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영화가 집중한 한 가지. 바로 ‘광란’이다. 그 안에서 관객이 느낄 수 있는 흥분 지수가 들끓을 정도다.
 
캘리포니아 .야생동물원 고릴라 보호 구역. 그곳에는 거대한 수컷 알비노 고릴라 ‘조지’가 있다. 다른 고릴라와 달리 그는 인간과 소통을 한다. 자신을 구해줬떤 영장류 학자 데이브스(드웨인 존슨)와 그는 수화로 대화를 한다. 농담까지 할 정도다. ‘조지’는 교감적인 측면에서 동물 그 이상이다. 그런 조지가 변했다. 하늘에서 떨어진 물질에 노출됐다. 한 기업에 비밀리에 우주공간에서 벌인 비밀 실험 물질이었다. 거대하게 변하는 조지. 몸집이 커지는 게 문제가 아니다. 폭력적인 성향으로 변해갔다. 문제는 조지 뿐만이 아니다. 미국 전역에 떨어진 3개의 물질 중 두 개에 노출된 동물이 바로 늑대와 악어였다.
 
영화 '램페이지'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는 상상을 초월하는 괴수로 변해가는 이들 세 마리의 동물과 그들이 도심으로 진격하는 이유 그리고 그것을 막아야 하는 데이비스 그리고 비밀 물질의 실체를 알고 있는 케이트(나오미 해리스)의 활약이 그려진다.
 
최근 출시된 게임이 아닌 1980년대 아날로그 시대의 게임이 원작이기에 더욱 빈약한 스토리가 아쉬움을 자아낸다. 우주에서 비밀 실험을 하는 기업의 거대한 흑막 자체가 안개에 가려진 듯 생략과 축약으로 대신된다. 거대화된 ‘조지’를 압송하는 정부 요원 러셀(제프리 딘 모건)의 변화 과정도 너무 급작스럽다. 그저 이 영화는 괴수들의 파괴 본능을 보여주기 위해 모든 것을 곁다리로 배치한 듯한 인상이 너무도 강하다.
 
영화 '램페이지'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그런데 이 지점이 바로 ‘램페이지’의 미덕이란 점이 아이러니다. 기본적인 스토리 골격 자체도 형성돼 있지 않지만 반대로 이 영화는 세 마리 괴수의 광란을 보기 위한 107분짜리 쇼(show)다. 도저히 상상 불가능의 크기를 자랑하는 거대 악어가 등장하는 장면에선 눈을 의심케 할 정도의 기괴함이 스크린을 채운다. 거대한 빌딩 숲을 갈대숲의 그것을 짓밟듯 짓이기는 모습에선 ‘아연실색’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스토리는 없고 파괴만 있다? 사실 그런 해석도 무리가 있다. 곳곳에 배치된 유머 감각은 관람의 숨통을 트여주는 쉼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영화 마지막 거대화된 ‘조지’가 선보일 깜짝 반전이 ‘램페이지’의 마지막 숨은 깨알 유머다.
 
영화 '램페이지'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그저 아케이드 게임 하듯 ‘스테이지 클리어’를 경험케 하는 ‘램페이지’의 파괴 본능은 단순화 측면에서 가장 완벽한 선택과 집중으로 보인다. “최소한 때려 부수려면 이 정도는 돼야지?”라며 항의하는 듯한 세 마리 괴수의 활약이 통쾌하고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한다. 파괴 본능 지수 충전 완료다. 개봉은 12일.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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