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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분양가상한제가 안전마진 노릇…당첨만 되면 억단위 차익 생겨
신규공급 없었던 서울 주요지역에 관심
2018-04-18 08:00:00 2018-04-18 08: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맹렬히 타오르던 부동산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소화기도 집어 들었지만 신규공급 시장만은 분양가 상한제를 발판 삼아 불씨를 살려냈다.
 
지난해부터 강한 상승세를 보인 아파트시장 랠리는 지난 3월을 정점으로 한풀 꺾인 모습이다.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됐고 곧이어 보유세 부과 가능성도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잇따른 대책에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거래량은 급감했고 가격도 약세로 전환한 곳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4월 2주까지 서울에서 매매된 아파트는 총 2939건으로 일평균으로 따지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3월 거래 신고건수가 역대 최대(1만3935건)를 기록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중과세 시행 전 거래가 집중돼 4월부터는 집주인과 수요자 모두 눈치 보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규 분양시장만큼은 여전히 온기가 남아있다.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세종시, 대구시 등 주요지역에서 나오는 분양현장에는 예전처럼 수십 대 일은 아니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몰리며 ‘완판’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배경에는 분양가 상한제가 있다.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과도하게 책정해 집값 상승을 부추기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이 분양가 상한제인데, 이로 인해 새 아파트가 오히려 주변 시세보다 싼 가격에 공급돼 손쉽게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일부 분양물건은 주변 시세와의 차이가 수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에서 분양된 개포주공8단지 재건축 ‘디에이치자이 개포’가 대표적이다.
 
이 재건축 단지의 애초 분양가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3.3㎡당 4500만원 근처에서 정해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 승인을 무기삼아 압박하면서 지난해 9월 먼저 분양했던 ‘강남래미안 포레스트’ 분양가와 비슷한 4160만원으로 크게 인하해서 결정했다. 그사이 일대 시세가 상당히 올랐기 때문에 당첨만 되면 수억원 이익이 나는 것은 자명했다.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을 규제한 뒤에 나온 분양이었기 때문에 그만한 자금 동원력이 있는 사람만 청약이 가능했는데도 불구하고 1순위에서 평균 25대 1을 기록했다.
 
이후 주요 지역의 신규 분양은 모두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염리3구역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는 강남이 아닌데도 1순위에서 평균 50대 1의 경쟁률이 나왔다. 현금 가진 사람만 청약할 수 있지만 일단 당첨되면 횡재, 그래서 ‘로또분양’으로 불린다. 분양가 상한제가 일종의 안전마진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전체 시장 돌아가는 눈치를 보느라 이런 기회를 차버리는 것은 아깝다. 110%라는 분양가 산정 기준선을 감안할 경우 해당 지역에서 직전에 공급됐던 아파트의 분양가와 현재 시세가 10% 이상 차이나는 곳이라면 관심을 가질 만하다. 20% 이상 차이 나는 분양이면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묶은 상태라 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자금 여력이 있거나 집단대출이 아닌 다른 대출 등으로 중도금을 마련할 수 있는 창구가 있으면 다행이다. 설사 그렇지 못하더라도 분양 건설사 중에는 은행 대신 보험사나 캐피탈 등 다른 대출창구를 마련해 주는 곳도 있다. 이자를 얼마나 더 주느냐의 문제이지 돈 빌려줄 곳은 찾아보면 있다.
 
2분기에도 또 하반기에도 실수요자들과 관심을 끌 만한 신규 분양이 예정돼 있다. 자금 계획을 따져 현실적으로 청약 가능한 분양이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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