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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냉정과 열정사이
2018-04-30 06:00:00 2018-04-30 06:00:00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은 남북관계 뿐만 아니라 한반도 정세의 대전환점을 만든 역사적 쾌거로 기록될 것”(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 vs “북한 핵포기 의사는 발견할 수 없고 오히려 대한민국 안보, 경제의 일방적 빗장풀기에 지나지 않았다”(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
 
지난 4·27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극과 극의 평가다. 이런 엇갈린 반응은 예측됐던 바다. 아마 우리 국민들의 평가도 비슷하게 갈려져 있을 것이다. 다만, 전자의 비중이 후자를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내 군사분계선 요철을 걸어 넘어오던 아침 장면에서부터 배경음악으로 깔린 ‘발해를 꿈꾸며’를 뒤로하며 평양으로 돌아가는 밤 장면까지가 거의 12시간 짜리 드라마나 다름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총 3조 13항으로 이뤄진 남북 정상합의문도 상당히 짜임새가 있었기 때문이다.
 
뿐인가? 김정은 위원장은 패기와 여유, 그리고 연장자에 대한 배려를 겸비하고 있었다. 그 부인은 전통적 단아함 속에서도 자신의 남편을 ‘남편’이라 지칭하는 놀라운 평범성을 표출했다. 이제는 좀 익숙한 김여정 부부장은 미소를 아끼지 않았다.
 
감동할 준비가 되어있던 사람은 충분히 감동할 만 했고, 별다른 생각이 없던 사람들도 ‘듣던 바와 다르다’할 만 했다. 애초부터 부정적인 사람들 조차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는 반응이었다. 최소한 ‘보이는 것’은 괜찮았단 말일게다.
 
합의문 마지막 항목인 ‘비핵화’ 부분에 대해서도 반응은 엇갈린다. 그런데 그 엇갈리는 모습은 정반대다.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애초부터 컸고, 평가도 높고 전망도 희망적인 사람들이 주로 “어차피 기대가 높지 않았다. 몇 달 전만 해도 전쟁 날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분위기 전환된 게 어디냐. 비핵화 부분은 결국 북미대화의 몫이다”는 차분하고 냉정한 반응이다.
 
시작 전부터 냉정해서 기대가 낮았던 것처럼 보이던 사람들은 “비핵화가 핵심인데 이게 너무 소략하다. 실망이다”는 반응이다.
 
사실 두고 봐야 아는 건 맞다. 총 3조 13항 합의문 중 앞의 12항은 마지막 3조 4항에 연동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화려한 약속과 실망의 반복이던 과거와는 많이 다르다. 최종적 비핵화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선 많은 고비가 있겠지만 당장 한 두달 내 가시적 변화가 없으면 27일의 약속은 다 무용지물이 되는 건 분명하다.
 
당장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돌파구가 명료하게 열렸는데 보수파들이 “못 믿는다. 트럼프도 북한에 넘어갔다”고 주장한다면 지금보다 더욱 존중받지 못할 것이다.
 
거꾸로 ‘상호 핵군축’, ‘우리는 당당한 핵보유국’ 운운하면서 북한이 입장을 바꾸는데도 진보파들이 “그들 입장에선 당연하다. 사실 비핵화는 수단일 뿐 평화공존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민족끼리 손을 잡자”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다면 지금 받는 지지를 크게 잃어버릴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조금만 기다려보자. 몇 년을 기다려야 판가름이 나는 상황도 아니지 않나? 물론 그 때도 논쟁이 완전히 끝나진 않겠지만 북미 정상회담 날 큰 가닥이 잡힐 것이다. 기대가 큰 사람들도 차분히 응원할 일이고 우려가 많은 사람들도 조용히 기다려볼 일이다.
 
그리고 지금은 진보파가, 청와대와 여당이 좀 더 포용적이어야 한다. 북한에 대해서 뿐 아니라 야당과 보수파에 대해서 말이다. 야당이 훌륭해서 그런 게 아니다. 권력의 책무는 원래 그런 것이다. 그게 당위라 그렇기도 하고, 실용적 관점에서 봐도 그렇다.
 
게다가 야당과 보수파들은 그래도 민주공화국의 일원들이다. 동의안 할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야당이 북한보다 합리적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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