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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 ‘챔피언’, 기획만 눈에 띄는 ‘루저’
팔씨름 소재-가족드라마 감동 모두 배제한 연출
마동석 장점 ‘못 살린’ 구성, 장르 흐릿한 ‘결과물’
2018-04-30 17:15:55 2018-04-30 17:16:0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사실 굉장히 위험한 출발이다. ‘범죄도시’ 성공 이후 배우 마동석이 기획부터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챔피언’은 ‘팔씨름’ 그리고 ‘마동석’ 두 가지가 전부였다. 팔씨름이란 소재 자체가 생소함의 시작이다. 생소함은 상업 영화 시장에서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예비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첫 번째 요소가 그것이고, 첫 번째 요소에서 배제될 경우 관심 밖으로 멀어질 수 있는 그것이 두 번째다. 미주와 유럽권에선 스포츠로서 인식된 팔씨름이지만 국내에선 ‘놀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더욱이 1980년대 ‘팔씨름’ 소재의 대표적 레퍼런스인 ‘오버 더 톱’이 있다. 마동석이 이 영화에 감명을 받아 ‘챔피언’ 기획에 참여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영화는 마동석의 실제 경험담과 가족 스토리 그리고 승부조작 등 스포츠 영화와 가족 드라마가 담을 수 있는 소재가 뒤엉켜 있다. 미국으로 입양된 마크(마동석)은 클럽 보안요원으로 근무 중이다. 한때 팔씨름 챔피언이었다. 하지만 인종차별의 불이익을 받은 승부조작 혐의로 그는 선수 생활을 할 수 없게 됐다. 그런 마크를 진기(권율)가 부추긴다. 그는 자칭 스포츠 에이전트로서 마크를 한국에서 최고의 팔씨름 선수로 키워내겠다고 공언한다. 어딘가 미심쩍은 진기의 모습이지만 마크는 그런 진기를 믿는 것 하나만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느다.
 
한국은 마크에게 나쁜 기억일 뿐이다. 어릴 적 자신을 버리고 미국으로 입양시킨 엄마의 나라다. 한국으로 온 마크는 오롯이 팔씨름 하나만을 위해 왔다. 그런 마크에게 진기는 귀국 선물로 엄마의 행방을 담은 휴대폰을 선물한다. 휴대폰 속 네비게이션에 담긴 집으로 찾아간 곳에서 마크는 수진(한예리)과 어린 남매(최승훈, 옥예린)를 만난다. 이들은 자신과 아버지가 다른 이부 동생과 조카들이다. 자신을 버린 이유를 묻고 싶었던 엄마(손숙)는 이미 세상을 뜬 뒤다.
 
영화 '챔피언'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수진은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마크에게 관심을 갖는다. 서로의 정체를 모르는 두 사람은 필연적으로 끌린다. 혈연으로 짙은 관계 때문일까. 이들은 가족이란 단어 하나로 뭉치게 된다. 그런 가운데 진기는 마크의 가족을 찾아 준 대가로 그의 한국 내 팔씨름 대회 출전을 주선한다. 하지만 그 출전의 배경에는 마크가 미국에서 선수 생활 제명을 당한 도박이 연루돼 있다.
 
도박과 동생의 연루 그리고 선수 생활 여기에 가족 그리고 자신의 조력자인 진기. 마크는 이중 삼중으로 겹치는 어려움을 뚫고 팔씨름 하나만을 보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가족에 대한 소중함 그리고 마크에겐 정체성이나 다름 없는 팔씨름의 의미 그리고 진기의 가족사가 엉키고 설키며 인간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설명한다.
 
영화 '챔피언'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범죄도시’의 성공 이후 마동석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챔피언’에 대한 언급을 해왔다. 이미 ‘범죄도시’ 촬영 이전부터 기획을 해왔던 영화다. ‘범죄도시’ 성공 이후 ‘챔피언’의 제작은 탄력을 받은 채 달렸다.
 
우선 팔씨름이 등장한다. 국내에선 1987년 개봉한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오버 더 톱’이 떠오른다. 팔씨름 하나로 다이나믹한 액션을 담아낸 이 영화를 오마주 형식으로 재해석해 그려냈다. ‘오버 더 톱’ 역시 팔씨름이 소재이지만 가족이란 하나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큰 틀의 이야기를 그려간다.
 
‘챔피언’은 필연적으로 ‘오버 더 톱’의 아우라를 따라간 리메이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일부 장면에선 리바이벌이라고 할 정도의 장면도 삽입됐다. 문제는 아쉬움이 전형적인 ‘오버 더 톱’ 따라하기가 아니다. 가족 드라마 형식의 식상함도 아닌 듯 하다. ‘팔씨름’이란 소재 자체의 다이나믹함을 담을 수 있는 긴장감과 가족 드라마 형식의 감동 자체를 모두 잡지 못한 ‘투 킬’의 폐단을 피하지 못한 형식을 취했다.
 
영화 '챔피언'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극단적인 표현으로 ‘마동석의 원맨쇼’를 기대하고 보는 관객들의 니즈(needs)가 이 영화를 바라보는 거의 대부분의 수요일 것이다. ‘밤죄도시’를 통해 드러난 마동석의 쾌감은 통렬함과 극단적 가능성을 배제한 일방적인 결과물이다. 사실 이건 배급 전략에서도 실패를 위한 전략인 셈이다. ‘범죄도시’ 자체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지 못한 배급사의 완벽한 폐착이다.
 
‘챔피언’은 구조적으로 스포츠 영화로서 루저의 성공기를 바라는 관객들의 욕구를 채우지도 못한다. 주인공 ‘마크’에게 너무 많은 사연을 부여했다. 아니 마크 외에 주변 인물 모두가 넘치는 사연을 소유했다. 가족 드라마로서의 감동을 전하고 싶지만 그것도 과잉이다. 이미 익히 알고 있는 다른 레퍼런스가 너무도 많다. ‘챔피언’으로 그런 감동을 느끼기엔 레퍼런스의 감동이 더 짙다. 마동석 출연 영화 특유의 코미디를 기대했지만 ‘챔피언’에는 왜 인지 그 지점이 배제돼 있다. 팔씨름이란 생소한 소재를 끌어왔지만 그 매력을 살려내지 못했다. 팔씨름에 대한 스포츠적인 소재를 부각시키고 싶었는지 모르지만 ‘챔피언’ 속 팔씨름은 단순히 ‘도박 스포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영화 '챔피언'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했다. 다른 장르의 다른 영화와 비교하는 것은 분명 무리다. 하지만 지난 해 대중들의 관심 밖에 있던 ‘범죄도시’가 성공한 이유를 생각하면 ‘챔피언’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해 보인다. 소재를 사용하는 방식 자체가 이건 아니다. 개봉은 오는 5월 1일.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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