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농협과 영세 상인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농협이 이익에만 몰두한 정책으로 일관하며 도·소매상인들 사이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3일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와 도매상인들에 따르면 하나로마트는 농협공판장에서 거래된 농산물만 납품받는 행위가 지속되며 도매상(중도매인)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농협공판장과 거래하지 않는 도매상 사이에선 하나로마트 납품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불공정거래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농협의 이같은 운영방침을 두고 일각에선 민간과 농협의 경쟁을 촉진해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존립 취지도 무색해졌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농협의 배제 행위는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부터 도매시장법인을 통해 농산물을 구매한 도매상이 하나로마트에 납품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관계자들은 농협공판장과 계약을 맺은 도매상들만 하나로마트에 납품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농산물 도매상인들에겐 전국의 하나로클럽과 마트가 안정적인 최우선 거래처로 꼽히고 있다. 그 속에 납품에서 배제되는 반발이 적지 않다.
특히 중소 도매상인들의 하나로마트 납품 제한이 더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농산물 경매는 신용거래로 이뤄지는데, 중소 도매상이 도매법인과 농협공판장 모두와 거래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A농산물도매시장의 한 도매상은 "대형 도매상은 신용거래를 위해 담보로 잡을 수 있는 금액이 크지만, 중소 도매상은 그렇지 않아 대부분 도매법인 한 곳과 거래를 한다"며 "이로 인해 농협공판장과 거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납품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는 도매상들의 납품 제한 민원이 제기된 것을 근거로 지난해 6월 농협경제지주에 공문을 보내 항의를 표시하기도 했다. 당시 협회는 "귀사의 사업장(하나로마트)이 농협공판장의 도매상 위주로 거래를 해 선의의 경쟁체제가 왜곡되고 있다"며 "대다수 도매상의 영업활동을 제약, 농산물의 원활한 판매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그러나 이후 농협측으로부터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했고 대응 조치도 없었다고 전했다. 농협 하나로유통 관계자는 이에 대해 "농협공판장을 통해 거래된 농산물만 납품하게 하는 내용의 지침이나 규정은 없다"며 도매상들의 주장을 부인했다.
도매상들은 하나로마트가 납품을 제한하는 이유로 일감몰아주기를 꼽고 있다. 산지, 농협공판장, 농협물류, 하나로마트로 이어지는 유통 과정에서 농협공판장과 농협물류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 도매상의 납품을 제한한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농협의 하나로마트 출점 정책도 지역 상인들과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대기업에게 적용되는 출점제한을 받지 않는 게 갈등을 불러일으킨 배경이다.
특히 강원도 강릉지역의 경우 올해까지 하나로마트가 27곳까지 들어서면서 반발은 더 커지고 있다. 강릉중앙시장의 무려 4개의 하나로마트 점포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 상인들과 마찰이 크다.
강릉 상가번영회 관계자는 "하나로마트가 계속 늘면서 시장 역할도 잃게 됐다"며 "서울은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을 죽이는 게 이마트, 롯데마트 같은 대기업 대형마트겠지만 지방 중소도시는 농협 하나로마트의 폐해가 훨씬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최근엔 일부 지역 하나로마트 내에 프랜차이즈 피자집이나 빵집 등을 열어 지역 골목상권의 원성을 듣는 상황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민간 대형마트나 SSM들은 유통산업발전법 등에 따라 출점이나 영업시간, 의무휴일 등을 제한 받는데 비해 하나로마트는 이런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는 점. 애초 법안을 만들 때 농협유통이 운영하는 대형 하나로마트는 농수산물 판매비중이 51%를 넘는다는 이유로, 단위 농협이 운영하는 소형 하나로마트는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규제대상에서 제외됐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상태라면 대기업 대형마트와 SSM 출점 규제로 재래시장이나 골목상권이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마트만 덕 보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며 "유통산업발전법에도 하나로마트의 폐해를 검토하고 규제 대상으로 검토할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내에 위치한 농협 가락공판장에서 관계자들이 과일을 나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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