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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류 판매 금지’ 방침에 축제 앞둔 대학가 '비상'
교육부, 전국 대학에 축제기간 ‘주세 법령 준수' 공문 발송
학생들 "축제 코앞에 두고 일방적…위약금 물어줘야 할 판"
2018-05-08 06:00:00 2018-05-08 08:39:42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정부가 올해부터 축제 기간 주류 판매 금지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전국 대학에 비상이 걸렸다. 
 
교육부는 지난 2일 국세청의 협조 요청을 받아 각 대학에 '대학생 주류 판매 관련 주세 법령 준수 안내 협조' 공문을 전국 각 대학에 발송했다. 교육부는 공문에는 "대학생들이 학교 축제 주세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매년 발생하고 있다"며 "각 대학에서는 대학생들이 주세법을 위반해 벌금 처분을 받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도록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현행 ‘주류 판매 관련 주세 법령’에 따르면, 주류 판매업 면허를 받지 않은 자가 주류를 판매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 축제라는 특성상 학생들이 대학 내에서 주류를 판매하는 관행이 묵시적으로 유지돼 왔다. 이 과정에서 각종 위법 사실이 확인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중부지방국세청은 지난해 인하대학교 학생회가 축제 기간 주류 판매 면허 없이 소주와 맥주를 판매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당시 학생회와 교무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중부지방국세청 소비세팀 관계자는 “지난해는 본청과 협의해 실제 과태료 부과까지 이어지진 않았다”면서도 “만약 올해도 이를 무시하고 주류 판매가 이뤄진다면 벌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결국 앞으로는 대학교 축제 기간 주류 판매를 삼가라는 의미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미 학생들 스스로 축제행사에서 주점 운영을 제외하는 학교도 생겨나고 있다. 인하대학교 총학생회 측은 중앙운영위원회 논의를 거쳐 올해부터 주점 운영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대학들도 마음이 급해졌다. 현재로서는 나머지 대학교들도 주류 판매 금지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고려대를 비롯해 중앙대, 성균관대 등 서울 주요 대학 총학생회도 긴급 논의에 들어갔다. 특히, 연세대는 물품 구매 업체 계약까지 미루며 지난 2일 중앙운영위원회 차원의 논의를 갖고, 올해 대동제부터 주류 판매를 금지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국세청과 교육부 지침이 지나치게 일방적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연세대 중앙운영위는 “‘술 판매 없는 대학 축제’는 학생 사회의 논의와 합의를 통해서 결정했어야 한다"며 “대학 축제 기간 임시적으로 주류 판매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제도 마련 등의 조치가 선행되었다면 위법행위 없이 축제를 예년처럼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대학들도 정부의 이번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황민우 부산대 총학생회장은 “매년 관행적으로 판매해왔는데 불과 축제를 2주 앞두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주류 판매를 막으려고 일부러 그런 걸로 밖에 안 보인다"며 “축제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고, 학생들 분위기도 많이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이어 “당장 이번주 축제를 시작하는 학교는 물품구매 업체에 위약금을 물어줘야 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해당 공문을 작성한 국세청 소비세과 관계자는 “주점에서 술을 판매하려면 주세법상 식품위생법에 따른 신고가 선행 돼야 한다"며 “이번 공문은 대학생을 처벌하려고 안내했다기보단 대학 내 불상사를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올해 단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과세권과 단속권을 갖고 있지만 쉽게 결정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6년 5월27일 강릉 원주대학교 대동제 축제 기간 모 주류회사에서 자사 상품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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