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판문점 선언 이후 그간 중단됐던 남북 경제협력의 재개에도 청신호가 켜지면서 경제부처가 경협에 대비한 물밑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북미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 남북경협의 본격적인 추진이 급물살을 탈 수 있어 준비 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차분하고 질서있는 대응'을 원칙으로 여러 가능한 시나리오에 대한 준비와 대응방안을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북 제재가 아직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먼저 대북 지원에 나서는 모양새로 비춰질까 우려해서다. 다만 북미정상회담 이후 매우 빠른 속도로 경협재개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언제든 후속조치에 즉시 들어갈 수 있도록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를 대비해 각 실국별로 그동안 공부하고 준비한 것을 점검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각종 지원에 소요될 예산과 기금 규모를 추산하고 이를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한 검토를 하는 것이다. 현재 기재부 내에 남북경협 관련 부서는 대외경제국 산하의 남북경제과와 남북경협팀이 있다.
남북경협을 위한 국제사회 공조에도 시동을 걸었다. 경협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가 풀려야 하는 단서가 있는 만큼 국제협의는 필수다. 김동연 부총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에 참석해 "상황 진전에 따라 ADB가 남북 경협에서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ADB는 경협 비용의 재원 조달 창구 중 하나로 꼽힌다.
해양수산부는 올 1월 일찌감치 해양정책실 국제협력총괄과에 남북경협 TF를 꾸렸다. 해수부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평화수역 조성, 남북간 화물 운송 항로 개설 등 여러 경협 가능성을 두고 실무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대북 쌀 지원사업의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경우 2014년 신설된 남북 농업 협력추진협의회에서 대북경협 재개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마련 중이다.
판문점선언을 통해 동해선과 경의선의 연결과 철도 시설의 현대화를 남북경협의 첫 번째 사업으로 제시한 국토교통부는 조만간 TF 등 추진체계를 구성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존에 만든 남북경협팀에서 '10.4 선언 이행'이 포함된 경협 내용을 중심으로 실무적인 검토를 시작했다. 해주 및 주변지역 서해경제특구 건설, 안변·남포지역 조선협력단지 건설, 단천지역 광산 개발 뿐 아니라 북한 광물자원 개발에 대한 가능성을 크게 보고 사전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소돼야 경협이 진전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각 부처 내에서 조심스럽게 준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북미 정상회담 이후 급진전 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 이미 추진하기로 했던 기존 경협사업을 우선 검토해 남북경협을 견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