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칼럼) 스크린 독과점은 정말 문제일까?
입력 : 2018-05-09 09:33:45 수정 : 2018-05-09 10:33:5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어벤저스: 인피니트 워’ 흥행돌풍을 놓고 또 다시 ‘스크린 독과점’ 논쟁에 불이 붙었다. 이미 예상했고 흔한 일이다. 상업영화 한 편이 ‘대박’을 터트리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게 바로 이 문제다. 스크린 독과점은 정말 문제일까? 정말 문제가 무엇인지 논점을 재조정해야 할 때가 지금일 듯 하다.
 
블록버스터급 상업영화가 흥행가도를 달릴 때마다 터져 나오는 게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비난이다. 국내 영화 시장을 양분하는 거대 기업 CJ와 롯데가 영화의 투자와 배급과 극장업을 모두 쥐고 있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그 때마다 ‘한국형 파라마운트 법’을 발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문제제기의 출발점이 잘못됐다.
 
먼저 블록버스터의 스크린 독과점이 시장 질서를 문란하게 하기 때문에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는 극장업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시작됐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극장업은 상영 콘텐츠가 있어야 존립이 가능하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관객이 있어야 운영이 되는 장치산업이다. 즉, ‘다양성’이란 뜬구름 잡기 식의 공익적 개념만으론 극장을 원활히 운영해 나갈 수가 없다. 자금난 없이 극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흥행성 있는 콘텐츠가 필수적이다. 관객을 끌어 들여 극장 운영비를 감당하게 할 상업적 콘텐츠가 공급돼야 한다.
 
잘 팔리는 상품을 전진 배치하고 더 들여와 그것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더 공급하겠다는 논리가 문제일까? 다양성을 위해 이를 포기하라 강요하는 건 극장업의 수익 구조를 원천 봉쇄하겠단 논리와 다를 바 없는 것 아닌가. 아니면 극장업을 돈 많은 재벌들의 사회기부 시설쯤으로 바꾸고 싶어 하는 것이던지도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려면 굳이 극장만이 아닌 영화가 상영될 다양한 플랫폼이 존재한다는 것도 짚고 가야 한다. 그래야 타당성에서 논점의 무게추가 맞게 된다.
 
지금도 넷플릭스나 IPTV등 극장 이외 유통 채널은 다양하게 열려 있다. 3D기술도 발전 중이고, VR 기술도 진화 중이다. 영화의 기술적 발전과 함께 상영 플랫폼도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극장을 대체할 수단은 이미 널려 있다. 보고자 마음만 먹으면 어떤 영화라도 접할 기회는 얼마든지 많단 얘기다.
 
결과적으로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은 각 제작사와 배급사가 담합 형태로 배급 시기를 조율해 시기별로 ‘대작 영화’에 스크린과 관객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낸 시장 논리를 설명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극장 입장에선 다양성 영화를 상영하고 싶어도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에 겁(?)을 먹은 배급사가 콘텐츠를 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극장업을 대변하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블록버스터급 상업 영화가 흥행을 할 때마다 여지없이 터져 나오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지켜보면서, 하나의 시각만으로 스크린 독과점 현상을 재단하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자는 얘기다. 스크린 독과점. 자본으로 무장한 거대 기업의 장난질이 확실한가? 그 책임은 거대 기업에만 있는 것인가? 스크린 독과점은 정말 없어져야만 할 적페인가? 스크린 독과점 현상 속에 극장에서 영화를 선택해 보고 즐긴 우리들의 책임은 없는 것인가? 이제 다른 시각에서 질문을 던져야 할 차례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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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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