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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1년)경제민주화 높은 점수…부동산·통상 평가 갈려
"고정금리 장기대출" "최저임금 속도조절" "저소득 선별적 복지" 주문도
2018-05-09 16:11:07 2018-05-09 18:25:02
[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지난해 5월9일 ‘장미대선’으로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없이 곧바로 국정을 시작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만큼 걱정이 앞섰다. 유난히 뜨거웠던 촛불의 염원으로 정권 교체를 이룬 만큼 개혁의 책무가 막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벌써 1년이 지났지만, 우려와 달리 많은 분야에서 호평을 받으며 높은 국민적 지지를 끌어가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전문가들을 통해 문재인정부의 지난 1년 간 정책을 경제, 외교안보, 정치 등 3개 분야로 나눠 점검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1년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지만, 경제분야에서는 후한 점수를 받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갑질 근절 노력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같은 경제민주화 정책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부동산 대책을 비롯한 통상정책, 최저임금 인상 방안에 대해선 엇갈린 진단을 내렸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갑질 근절 등 공정거래 정책과 한·미 FTA 재협상 등 통상정책 등은 잘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집단의 일감 몰아주기와 사익편취 행위를 엄중히 제재하는 등 정부가 대기업 집단의 소유나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업이 구조적으로 변화하도록 제도적 개혁작업을 진행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촛불혁명으로 시작한 정부가 역대 어느 정권보다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 드라이브를 강하게 건 결과로 봤다.
 
부동산 시장 안정과 실수요자 보호 정책을 목표 삼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는 동시에 많은 숙제를 남겼다. 공공주택 100만 가구 공급과 신혼·청년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 등 주거복지정책도 방향을 잘 잡았다는 평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주거복지로드맵과 가계부채 대책 등 주로 서민 주거안정에 초점이 맞춰진 이들 정책이 모두 실효를 거두고 있다”고 했다. 다만 각종 금리인상 신호가 이어지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다중채무자 발생우려가 커지는 만큼 고정금리 장기대출방식의 대책을 빨리 내놓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15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등 고강도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소득 대비 빚이 많은 취약차주는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이어서 급속한 금리인상이 이뤄질 경우 채무자들의 생계를 위협할 수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과잉 규제는 거둬들이거나 완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권 교수는 “8·2 대책의 경우 강도가 너무 높다. 단기적으로 수요 억제 효과를 거둘 수 있어도 장기적인 공급 부족을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정책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무엇보다 미국의 철강 수출쿼터(전년 대미 수출물량 70%)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철강 25% 관세를 면제받은 것을 두고 “장기적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통상정책은 아직 미봉책에 불과한 것으로 현재 진행형이다. 총괄적으로 대외경제 환경이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는 정책들만 실시해 장기적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소득주도 성장 실현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 방안에도 쓴 소리가 주를 이뤘다. 정부는 지난해 6470원이던 최저임금을 올해 16.4% 올렸다. 직전 5년 평균 인상률 7.4%의 2배 넘는 수준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7530원이 됐고 문 대통령이 공약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매년 15~16%씩 추가로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
 
양 교수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물론 제이노믹스 전반에 대한 부작용 우려를 지울 수 없음을 지적했다. 그는 “최저임금에 대한 정치적 결정으로 당장 저학력·일용직·음식업·숙박업 고용환경을 악화시켰고, 추경 또한 정치적 노림수라는 의혹 제기가 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학자는 “최저임금을 높인 것은 긍정적이나 상승률은 시장에서 부담을 느낄 수준이 분명하다”며 “방향은 긍정적이나 속도의 문제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이 ‘을’인 노동자와 ‘을’인 자영업자의 대결구도가 돼선 안 된다”고도 했다.
 
김상봉 교수도 “최저임금 인상이 시장에 충격을 안길 정도로 급하게 갔다. 실질임금이 오른 것도 아니다”며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은 소득주도 성장이고 그 근간이 최저임금 인상인데 지난 1년간 가시적인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면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일자리 추경에 대해서도 그는 “제이노믹스는 곧 사람중심의 경제다. 복지만 늘리는 것이 만사가 아니다”라며 “소득재분배도 중요하지만 계속 끌고 갈 수는 없다. 저소득 선별적 복지로 방향을 틀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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