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배달대행업체 직원도 '음식 배달원'이 아닌 '택배원'에 해당해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배달대행업체 운영자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업재해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인용한 원심을 파기하고 산재 인정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대법원은 "배달대행업체에서 직원 B씨가 수행한 업무는 가맹점이 전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요청한 내역을 확인하고, 요청한 가맹점으로 가서 음식물 등을 받아 가맹점이 지정한 수령자에게 배달하는 것"이라며 "이는 한국표준직업분류표의 세분류에서 '음식 배달원'의 업무보다는 '택배원'의 업무에 더 잘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A씨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서의 구체적 요건을 충족했는지에 관해 더 나아가 심리·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심은 이 사건 사업장에서 배달대행업체 직원 B씨가 수행한 업무를 '음식 배달원'의 업무라 단정해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이런 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요건인 전속성 등에 관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지역 음식점들이 앱으로 배달을 요청하면 가까이 있던 배달원이 요청을 수락하고 배달하는 방식의 업체를 운영했다. 배달원들은 고정급 대신 거리 등에 따라 건당 2,500∼4,500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고교생이던 B씨는 평일에는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 주말엔 오전 11시부터 자정까지 이 업체에서 일했고, 2013년 11월 오토바이로 배달하던 중 무단횡단을 하던 보행자와 충돌해 척수가 손상됐다.
근로복지공단은 B씨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 요양비와 진료비를 지급하기로 하고, 산재보상보험을 들지 않은 A씨에게 보상액의 50%를 징수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A씨는 B씨가 근로자가 아니었다며 반발해 소송을 냈다.
1, 2심은 A씨와 B씨가 근로자의 요건인 '임금을 매개로 한 종속적 관계'가 아니라 산재 보상을 해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배달원들이 음식점들의 배달 요청을 골라서 수락할 수 있었고, 요청을 거절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며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고 결근을 해도 상관이 없었던 점 등 B씨가 배달 업무 과정에서 A씨로부터 구체적인 지휘 감독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