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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흑석9구역, 수주전 과열…"시공사가 집값 올려 놔"
"지원금만 받고 빠지려는 사람도"…용산구청 시정조치 검토
2018-05-13 10:53:39 2018-05-14 09:58:59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시공사 제안서 내용 때문에 매물이 다 들어갔다. 시공사들이 34평 기준 일반분양을 13억~14억원에 하겠다고 해서 조합원들도 일반분양에 준하는 프리미엄을 붙여서 팔겠다고 물건을 안 내놓고 있다. 예전 같으면 전체 금액 10억원 정도에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13억원은 줘야 된다”
 
지난 11일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 현장을 찾아 물건을 알아보던 기자에게 공인중개사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수주전에 참여한 시공사가 오히려 이 곳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경쟁에 뛰어든 건설사는 GS건설과 롯데건설이다. 이들은 현재 일반분양 가격을 높게 잡아 조합원들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수주전을 펼치고 있다. 건설사들은 이 지역의 사업성이 좋아 이 정도 가격에도 일반분양 신청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는 27일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일반분양 가격을 무리하게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롯데건설이 제안한 ‘확정이익보장제’도 업계에서는 논란이 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일부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과정에서 건설사가 개발이익 보증금, 이사비 등의 명목으로 이익 제공을 제시하며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17개 시·도에 공문을 보내 사실 확인 및 위배 시 시정 조처하도록 요청했다.
 
이에 관할구청인 용산구청은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관련 공문을 바탕으로 시정조치 여부를 검토 중이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국토부와 서울시가 발표한 것과 관련해 행정지도와 입찰 제안서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시공사 입찰 제안서 내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문제가 되는 내용들이 있으면 시정하라고 공문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아직 정확하게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국토부에서도 위법 소지가 다분히 있다고 판단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조합 측에 통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조합원들은 동요하고 있다. 관할구청에서 시정명령을 받아 롯데건설이 제안한 금액을 제공받지 못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흑석9구역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조합원들 중에는 돈이 없어서 롯데건설이 제공하겠다는 돈까지 받고 프리미엄까지 붙여서 분양권을 팔고 빠지려는 사람들도 있다”며 “문제가 불거지면서 3000만원 못 받는 거 아니냐는 말을 한다”고 말했다.
 
경쟁상대인 GS건설이 국토부에 질의를 넣은 게 아니냐는 추정도 나온다. GS건설도 가구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조합 이익을 극대화시켜 주겠다며 경쟁이 불붙는 양상이다. 롯데건설이 시정명령을 받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지원금을 줄 것이란 기대도 존재한다. 또다른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조합원들도 다 GS건설이 국토부 등에 질의를 넣은 것으로 알고 있다. 또 롯데건설도 GS건설이 어떻게 나올지 다 알고 그렇게 한 것 아닌가. 시정명령을 받아도 다른 방법으로 줄 듯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반포주공’ 재개발 시공사 선정 당시 이주비 7000만원을 제공하겠다고 한 현대건설도 정부의 시정명령을 받고 직접 돈을 전달하지는 않지만, 약속한 금액과 관련해 조합과 협의 후 어떤 방향으로 특화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조합은 국토부에서 관련 내용이 발표된 날 이와 관련해 4시간가량 대의원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흑석9구역 조합은 오는 17일 제1차 합동 설명회를 열고 GS건설과 롯데건설이 제안하는 최종 제안서를 확인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어 건설사들은 18일 해당 재개발지역 한 곳을 정해 홍보 부스를 차리고,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홍보전을 펼칠 예정이다.
 
'흑석9구역' 재개발 지역 모습. 사진/최용민 기자
 
GS건설과 롯데건설이 흑석9구역 시공사 선정을 위해 지하철 흑석역에 설치한 광고판. 사진/최용민 기자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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