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인터뷰) ‘레슬러’ 김민재 “가수 지망생 그리고 배우 언제나 응원하는 아버지”
데뷔 이후 첫 영화, 상대역 ‘대선배’ 유해진…”영광이죠”
극중 부자 관계, 실제 아버지와는?…”든든한 지원군”
2018-05-14 11:03:56 2018-05-14 11:04:05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사실 가수를 꿈꿨다. 힙합을 좋아하던 아이돌 그룹 멤버를 꿈꾸던 연습생이었다. 가수는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해야 한다. 때문에 연기 수업도 병행한다. 무대 퍼포먼스와 곡의 감정 이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연기 수업을 듣는 가수 연습생들이 많다. 그 역시 그랬다. 그런데 그게 일생 일대의 반전을 만들어 냈다. 17세 이후 가수란 직업만 바라보고 달려왔다. 하지만 연기 수업을 들었던 그날 이후 그는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진로 변경을 이뤄냈다.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도깨비’ 속 우둔한 ‘고려왕’이라고 하면 쉽게 떠올릴까. 배우 김민재가 흥행 보증 수표 유해진과 부자지간으로 만났다. 우둔했던 황제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근육질 몸매의 레슬링 선수로 변신했다. 아주 짧은 순간 그는 대중들의 시선 속으로 너무도 깊숙하게 들어왔다.
 
영화 개봉 전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만난 김민재는 긴장을 했다. ‘연예인’ 혹은 ‘배우’란 직업을 택한 뒤 ‘인터뷰’를 하는 첫 번째 자리란다. ‘기자’와 만나는 것도 어색하지만 누군가에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놔야 한다는 것에서 긴장이 된다고. 사실 생각을 상대방에게 털어 놓는 것은 배우가 캐릭터를 이해하고 연기를 하는 과정과 다를 바 없지 않나.
 
김민재.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그렇게 설명해 주시니 그러내요(웃음). 카메라가 없어서 그런가 봐요. 하하하.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었는데. 정말 우연한 기회에 이렇게 됐네요. 그래서 사람 앞일은 모른다고 하는 것인가 봐요. 지금도 떨리기는 하는데 하하하. 기자님들 만나는 일도 이젠 점점 늘어가겠죠. 그럼 떠는 것도 많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처음 연기할 때의 기분을 기억하면서 계속 열심히 하고 싶어요.”
  
배우로서 첫 발을 내 딛었다. 이미 드라마 몇 편의 주조연을 소화했지만 스크린 데뷔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도 대선배 유해진과 모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역할이다. 충무로 최고 흥행 보증 수표와 만났다. 어쩌면 데뷔작을 소화하는 김민재로선 행운이다. 하지만 반대로 엄청난 압박감이 있는 것도 사실일 듯싶다. 대선배와 함께 모든 과정을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인데.
 
“너무 영광이죠.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에요. 제가 뭘 어떻게 하겠다? 이런 건 전혀 생각도 안 했어요. 너무 긴장도 되고 떨리고. 그래서 해진 선배님에게 너무도 감사드려요. 매 순간 완급 조절과 함께 절 이끌어 주시고. 항상 궁금하고 이해가 안되면 감독님 선배님과 얘기를 나눴어요. 그럴 때마다 선배님이 ‘이 씬은 너의 것이야. 넌 어떤 감정으로 하고 싶은데’라고 오히려 되물으시더라구요. 저한테 하고 싶은 감정을 이끌어 내 주신거죠. 제가 뭘 어떻게 아님 부담감? 어휴 그저 잘 녹아든 것 만으로도 감사해요. 그런 것 같구요.”
 
김민재.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사실 유해진이란 배우가 전면에 나서고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된 상업영화다. 이야기 전체의 스토리를 이끌어 가야 하는 한 축을 담당하기엔 김민재의 이름값은 분명히 떨어지는 점이 있다. 김민재도 충분히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영화에 합류하게 된 과정이나 그가 꼭 이 영화와 함께 하고 싶었던 점이 궁금했다. 몇 편의 드라마 이후 수 많은 영화 오디션을 봤다. 하지만 유독 ‘레슬러’가 끌렸단다.
  
“정말 단순한 이유라면 ‘레슬러’의 이야기와 그 속의 ‘성웅’이란 캐릭터에 너무 끌렸어요. 그래서 너무 하고 싶었어요. 이 영화 오디션만 3번을 봤어요. 여러 질문을 받았죠. ‘성웅’이 저란 생각으로 접근했어요. ‘나라면 이랬을까’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등등. 물론 영화 속 설정은 지금도 이해 안되요. 어휴(웃음) 그걸 어떻게 받아 들여요. 하하하. 그저 성웅의 영화 속 입장을 너무 공감해요. 지금 생각해보면 친구의 철 없는 짝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영화에서 성웅이 질투를 하는 것도 질투가 아닌 걱정 아닐까요.”
 
소꿉 친구의 사랑 고백, 그것도 자신의 아버지를 사랑한다는 황당한 고백을 받는다면 어떨까. 김민재는 난감한 표정으로 고민고민을 한다. ‘실제라면 어떻겠냐’란 질문에 실제로 김민재는 너무도 깊게 고민을 한다. 그는 역시 영화 속 대답과 마찬가지로 ‘절대 그건 아니다’고 웃었다. 사실 소꿉 친구의 ‘황당한’ 사랑 고백도 그를 힘들게 했지만 진짜 ‘고난’은 따로 있었다. 영화 속 캐릭터를 위해 준비해야 했던 레슬링 훈련이다.
  
김민재.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와 진짜. 하하하. 정말 레슬링 선수들을 존경하게 됐어요. 이건 사람이 할 운동이 아니더라구요. 우선 체중 불리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살도 잘 안 찌는 체질이라. 하루에 다섯 끼를 먹었어요. 매일 아침과 저녁에 햄버거 두 세 개씩을 먹었구요. 근육으로만 5kg을 증량했어요. 한 달 반 정도 매일 연습했죠. 촬영 기간 중에도 제 분량이 없는 날은 무조건 훈련하러 갔어요. 너무 힘들어요. 뭐 지금 생각해보면 몸이 건강해 진단 느낌은 분명히 있더라구요. 반면 너무 많이 다쳐요. 하하하. 살 쓸리는 건 기본이고 하하하.”
 
꿈처럼 느끼던 대선배와의 작품도 혹독했던 캐릭터 준비 과정도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영화 속 자신이 연기한 ‘성웅’의 감정이었다. 성웅이 아버지 ‘귀보’(유해진)에게 느끼던 감정을 사실 본인 스스로도 많이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아버지와 영화 속 아버지의 거리감은 분명히 있었다. 그는 모든 것을 응원하고 지지해주고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 미안함 그리고 부담감은 제 또래들이라면 사실 조금씩 느끼게 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저희 부모님은 영화 속 아버지처럼 무언가를 강요하신 적은 없어요. 정말 친구 같으신 분이에요. 언제나 절 믿고 응원해 주세요. 이번 영화 찍으면서 많이 느낀 게 ‘절 응원하시면서 당신들이 하고 싶으신 것을 얼마나 많이 포기를 하고 계실까’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부모가 되면서부터 이름이 아닌 ‘누구의 아빠’ ‘누구의 엄마’가 되시잖아요.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해요. 그 믿음에 보답하고 싶어요.”
  
김민재.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가수 지망생이었던 점을 살려 지금도 음악 작업은 취미생활처럼 하고 있단다. 사실 취미라고 하기엔 그 실력이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출연했던 드라마 OST 곡 작업도 여러 번 했다. 작사 작곡 모두 가능하다. 엄연히 저작권협회 등록까지 돼 저작료를 받고 있는 음악인이기도 하다. 김민재는 쑥스러운 듯 손사래다.
 
“어휴 그 정도 아니에요(웃음) 저작료는 그저 담배 값 정도 수준이에요. 하하하. 예전에 출연했던 드라마의 OST 작업을 두 번 했어요. 음악에 대한 관심이 계속 있어요. 뭐 가수를 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에요. 그저 언젠가 제가 좀 더 이름값이 높아지고 그러면 작은 무대에서 팬들에게 만든 곡을 선보일 정도의 계획 정도만 있죠. 물론 그것도 계획이구요. 직접 노래나 랩도 할 수 있으면 뭐 지금은 꿈만 꾸고 있어요.(웃음)”
 
의외로 느와르 장르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다는 김민재다. 최근에도 즐겨보는 영화가 ‘신세계’란다. ‘남자라면 느와르가 아니곘냐’며 웃는다. 부자지간으로 만난 유해진과 언젠간 다시 한 번 만날 날을 기대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김민재.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어떤 작품에서든 어떤 관계로든 꼭 다시 한 번 선배님과 작업해 보고 싶어요. ‘타짜2’에서 최승현 선배와 호흡 맞추는 모습이 너무 멋져 보였거든요.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어요. 이번에는 부자 지간이었으니, 다음 번에는 삼촌과 조카? 혹은 스승과 제자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요? 하하하.”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