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지방선거에 '지방'이 없다
입력 : 2018-05-15 06:00:00 수정 : 2018-05-15 06:00:00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제7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그러나 지방선거 열기는 전혀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이른바 지방선거 ‘패싱’이 이야기 되고 있다. 전국적인 세 개의 선거 중에서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는 비교적 많은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의 일상과 최전선에서 만나게 되는 지방정부에 대한 관심은 역설적으로 없어도 너무 없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되찾아 오기 위해 우리 선배들은 피와 땀을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건국 이후 지방선거가 처음 실시된 해는 1952년이었다. 제1회 전국 시, 읍, 면의회 의원 선거로 출발했고 지방의원 선거를 중심으로 1960년까지 계속 이어졌다. 급기야 1960년부터는 서울특별시장과 도지사 선거까지 실시하게 되어 명실상부한 전국 동시 지방선거의 모습을 갖추었다. 그러나 박정희 군사정권이 집권하면서 풀뿌리 민주주의는 자취를 감추었다. 지방의회는 폐쇄되었고 단체장은 임명직으로 바뀌었다. 엄혹한 시기에도 지방자치를 위한 우리 국민들의 염원은 계속되었다. 마침내 87년 직선제 개헌을 위한 수많은 투쟁과 헌신 끝에 잘려나간 풀뿌리 민주주의가 복원되는 감격스러운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1991년 우리 국민들은 지방의회 의원을 직접 선택하는 감격을 누렸다.
 
지방선거는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통령 선거는 한 장의 투표용지에 기표하는 선거다. 국회의원 선거라고 해야 후보 외에 정당 투표가 전부다. 그렇지만 지방선거는 기본적으로 투표용지만 7장이다. 제주와 세종의 경우는 다르지만 기초의원 투표부터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과 관련된 모든 입후보자들을 평가하고 선택하는 중요한 의식이다. 국가적 차원의 중요한 정책과 입법 사항은 중앙 부처나 국회를 통해 결정되지만 주민들의 피부에 직접 와 닿는 의사 결정은 지방의회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바쁜 일상이더라도 반드시 어떤 후보가 출마를 했고 정책은 무엇인지를 꼼꼼하게 살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우리의 권리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역대 지방선거와 비교할 때 관심이 아주 낮은 선거가 되고 있다. 어떤 후보가 출마했는지 모르는 유권자들이 많고 단순한 선거여론조사 결과만으론 옥석을 가려내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2010년 지방선거는 무상급식이 있었고 2014년 지방선거는 세월호 사고로 인해 국민안전이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이번 선거는 일종의 3무(無) 선거가 되고 있다. 無관심, 無이슈, 無무대 선거가 되고 있다. 유권자들의 관심도 없고, 지방선거 이슈도 없으며, 후보자들이 자신을 충분히 알릴 무대조차 없다. 유권자들은 한쪽으로 기울어진 판세로 인해 선거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데다 정상회담 이슈가 선거의 ‘블랙홀’이 되어버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서 지난달 28~29일 실시한 조사(전국1018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포인트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 12%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이번 지방 선거의 최대 이슈가 무엇인지’ 물어본 결과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이 41.9%로 가장 높았다. 다른 이슈들의 영향은 미미한 결과로 나타났다.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일이 지방선거 바로 전날이라 ‘정상회담 블랙홀’의 파괴력은 상상초월이다.
 
교육감 선거는 더 가관이다. 유권자들은 후보조차 모르는데 보수와 진보 진영 나뉘어 단일화를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유권자들에겐 후보 선택권조차 주어지지 않는 셈이다. 진보와 보수의 구분만 있을 뿐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져야 하는 후보들의 면면을 알아보는 일은 철저히 외면되고 있다. 진보와 보수로만 초중등 교육을 나누면 끝날 일인가. 어떤 단체에 있었다는 것으로 이념 구분이 되고 정치인 출신 교육감 후보가 등장하는 기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출마 이전의 경력이 문제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치 행정 수장과 교육 행정 수장을 달리 뽑겠다는 정신이 강해서다. 적어도 교육만큼은 이념에 경도되지 않는 이념 중립적인 수장이 더 적절한 것 아닌가. 지방선거는 우리 선배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쌓아올린 민주주의의 상아탑이다. 우리 곁에 가장 가까이 자리 잡은 지방선거를 방치한다면 풀뿌리 민주주의의 내일은 없다. 정치적으로 건강하고 행정 운영에 자격 있는 후보가 지방자치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 제7회 지방선거가 한 달이 채 남지 않았지만 지방선거에 ‘지방’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지방은 없고 탄수화물만 있다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가 유권자들 사이에 팽배하다. 지방선거의 주인공은 대한민국 유권자다. 지방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사라진다면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징인 지방선거의 ‘미래’는 없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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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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