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된 '스승의날'…"폐지하자" 국민청원도
교사들 "괜한 의심받기 싫어"…학생들도 "선생님께 피해갈까 걱정"
입력 : 2018-05-14 15:26:17 수정 : 2018-05-14 15:31:59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정작 대다수의 교사들은 기대감보다 부담스러운 마음이 앞선다는 분위기다.
 
교단에서 22년간 학생들을 가르쳐온 조모(52)씨는 “지난 세월만큼이나 과거 스승의날 분위기랑은 많이 다르다”며 “작은 선물도 주고 받지 않는다. 교사 입장에서도 조용히 지나가는 게 속 편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16년 9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학생들은 담임이나 교과담당 교사에서 개별적인 선물을 할 수 없게 됐다. 마음을 담은 작은 선물이나 케이크도 일절 금지된다. 다만, 대표 학생이 공개된 장소에서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건 허용된다. 이마저도 학생이나 학부모가 개별적으로 건네면 문제가 된다.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은 학생들도 조심스럽긴 마찬가지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번달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 문의 게시판에는 스승의 날 꽃과 선물에 대한 문의가 잇달아 올라왔다. 서울에서 중학교를 다니는 최모(16)양은 “괜히 저 때문에 선생님한테 피해가 갈지 몰라서 아무것도 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교는 스승의날 행사 자체를 건너뛰기도 한다. 앞서 교복브랜드 엘리트학생복이 지난 4월24일부터 5월7일까지 10대 학생 25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학교에서 공식적인 스승의 날 행사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학생은 전체 응답자 중 과반 이상인 53.6%를 차지했다. 
 
한편에서는 이참에 스승의날을 폐지하자는 의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승의날을 폐지해 달라거나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이 중 지난달 20일 전북 익산 이리동남초등학교 정모 교사가 올린 청원에는 1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동참했다. 정 교사는 무너진 교권과 정부로부터 외면받는 현장 교사들의 현실을 지적하며 스승의 날 폐지를 요구했다. 그는 “교권은 포상과 행사로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며 “현장의 교사들은 스승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소명의식 투철한 교사로 당당하게 살아가고 싶다”고 청원 이유를 밝혔다. 
 
해당 청원에는 다수의 ‘동의합니다’라는 댓글과 “스승의 날 때마다 원치 않는 선물을 강요하고, 또한 받도록 강요받는 것 같아 늘 불편하다”, “학교에 있으면 괜히 의심이나 받고 하루종일 가시방석” 등 일부 현직 교사들의 댓글이 눈에 띄었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대구 북구 칠성동 대구꽃백화점에 카네이션과 장미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꽃바구니가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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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용훈

배운 것보다 배울 것이 더 많아 즐거운 조용훈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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