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금융권이 ‘통일금융’ 시대를 대비해 열공(열심히 공부) 모드에 들어갔다.
남북관계 해빙기를 맞아 남한과 북한 간 경제협력(이하 경협)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단순 예·적금 상품 출시보다 인프라 확대와 북한 금융에 대한 연구에 중점을 두고 사회간접자본(SCO)사업 관련 금융 지원 방안 등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 한 어린이가 자유의 다리에 걸려 있는 플래카드를 만져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이달 중 통일금융을 컨트롤 할 별도의 위원회를 가동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 2014년 마련된 ‘IBK통일준비위원회’를 확대 개편한 것으로, 기업은행은 개편된 위원회를 통해 개성공단 지점 등 북한 금융 진출 방안과 인프라 금융 지원부터 북한 금융에 대한 연구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통일준비위원회 확대 개편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아직 정확한 발족 시기를 확답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금융권에서는 북한의 핵 폐기 이행과 내달 열릴 북미 정상회담 결과 등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한반도 평화를 기반으로 한 인프라 확충에 대한 연구와 통일금융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앞서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 4일 북한금융연구센터를 신설하고 센터장에 박해식 선임연구위원을 임명했다. 북한금융연구센터는 북한의 금융현황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남북협력기금의 집행을 맡고 있는 수출입은행은 북한·동북아연구센터를 통해 통일금융 방안을 연구하는 한편 관련 전문가도 확충할 방침이다. 수은 관계자는 “은행 산하의 연구센터를 통해 북한 경제에 대한 연구,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며 “관련 전문 인력도 추가로 채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국은행 또한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연구를 담당할 ‘북한경제 분야’의 박사급 연구 인력을 새롭게 채용하기로 했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의 평화모드가 조성되면서 이에 따른 연구도 확대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지난달 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 경협에 대한 대비와 연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물론 (완전한 비핵화 등)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앞으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소된다면 금융권에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또 “2014년 ‘통일 대박론’이 나온 이후 시중은행에서 통일 관련 예·적금 상품이 많이 나왔지만, 지금은 거의 없는 상태”라며 “남북 간 상황이 다시 좋아지고 있는 만큼, 인프라나 경제협력을 위한 준비가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프라 설치 등을 위해 대규모 여신투자 등이 필요한 만큼 금융권에서도 이에 맞는 준비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북한 내 인프라 개발에 총 150조원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추정했으며, 교보증권은 남북 간 경제협력을 전제로 북한 경제특구 개발과 에너지·교통 등 인프라 사업, 한반도 개발 협력 등 인프라 투자에 연평균 27조원, 10년간 총 270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은행권에서도 남북 경협을 새로운 미래 추진 과제로 꼽고 있다. 인프라 금융을 주선하거나 프로젝트 금융에 참여할 수 있어서다.
현재 신한지주는 그룹 내 연구조직인 미래전략연구소를 통해 북한 금융경제현황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KB금융지주 역시 철도, 항만 등 북한 관련 금융 연구와 SOC 지원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당장 어떤 통일 상품을 내놓는 다는 계획은 없다”면서도 “(남북 관계가)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경협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이에 맞춰 인프라 금융 참여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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