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 마블? DC? 관객조차 들었다 놨다 ‘데드풀2’
입력 : 2018-05-15 13:50:38 수정 : 2018-05-15 16:31:1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본 기사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정신이 없다. 상대방 혼을 쏙 빼놓는 수다스러움은 이 캐릭터의 ‘슈퍼 파워’인지 그저 그런 잔망스러움인지 모를 정도다. 그래서 이 녀석만 나타나면 도대체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가끔씩은 관객들에게 말도 건다. 자신이 작품 속 주인공인지 알고는 있나 모를 정도다. 같은 식구들인 마블의 여러 캐릭터들에 대한 비난과 조롱도 서슴지 않는다. 때로는 경쟁사인 DC코믹스 소속 히어로에 대한 악평도 쏟아낸다. 다시는 녹색 쫄쫄이(DC코믹스 히어로 ‘그린랜턴’)는 입을 수 없다는 외침을 터트리는 걸 보면 이 녀석은 도대체 정체를 알 길이 없다. 영화 속 주인공이 이 녀석인지 아니면 영화를 보는 관객이 영화 속 주인공인지 모를 정도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선인 ‘제4의 벽’을 무너트리는 능력을 보유한 유일한 히어로 캐릭터. ‘울버린’과 똑같은 육탄전을 전투력으로 힐링팩터(자기 치유력)를 소유한 안티 히어로. 원작 속에선 마블의 5대 본질 중 하나인 ‘데쓰’(죽음)와 연인 관계를 유지한 캐릭터. ‘데쓰’를 사이에 두고 ‘어벤져스’의 빌런 끝판왕 타노스와 연적(戀敵) 관계에 놓인 인물. ‘데드풀’이다.
 
 
 
2016년 19금 히어로 무비 돌풍을 일으키며 국내에선 ‘청불등급’임에도 불구하고 331만명을 동원하는 등 큰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2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온 ‘데드풀2’는 1편에서 선보인 욕설과 19금 농담 그리고 기존 히어로 캐릭터의 개념을 전복시키는 선악 구분 없는 ‘안티 히어로’의 느낌을 여전히 살려나간다.
 
먼저 ‘데드풀’은 원작에선 ‘엑스맨’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 캐릭터다. 마블 전체 세계관에 속해 있지만 판권 자체가 엑스맨과 함께 이십세기폭스에 속해 있기에 마블의 ‘어벤져스’에선 볼 수가 없다. 기존 마블 히어로 무비가 청소년등급의 건전 오락 무비라면, ‘데드풀’은 유혈이 낭자하고 욕설과 성적 농담이 난무하는 완벽한 성인용 히어로 무비다. 유일무이한 히어로 캐릭터다.
 
영화 '데드풀2' 스틸.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는 전편에서도 등장한 연인 바네사와의 사랑스런 연인 생활로 시작된다. 암환자였지만 실험을 통해 힐링팩터 능력을 얻게 된 그는 죽지 않는 불사의 신체를 얻게 됐다. 히어로가 됐다. 하지만 히어로는 아니다. ‘청부살인’으로 돈을 버는 본명 웨이드 윌슨의 인생 연장선에 놓여 있을 뿐이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 등 전 세계를 넘나들며 데드풀은 그렇게 자신들의 적을 늘려간다. 그리고 돌아온 집에선 바네사와 함께 즐거운 삶을 산다. 둘은 부부의 연을 맺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더욱이 2세에 대한 꿈도 꾼다. 주인공 라이언 레이놀즈가 내한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가족 무비’란 단어도 영화 속 ‘데드풀’을 통해 여러 번 언급된다. 유혈 낭자 액션 극이 아닌 엄연한 가족 무비이자 러브 스토리라고 강조한다. 이것 역시 ‘데드풀’스런 호기로움이다.
 
하지만 행복한 삶도 잠시였다. 복수를 위해 쫓아온 악당들에게 습격을 당한 데드풀.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행복한 삶도 깨졌다. 자포자기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데드풀이다. 하지만 불사의 신체는 절대 죽음을 허락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도 죽을 수도 없는 데드풀. 슬프다? 그건 데드풀스런 모습이 아니다.
 
그런 데드풀에게 엑스맨의 일원인 콜로서스가 다시 찾아온다. 그를 엑스맨에 가입시키려 1편에서도 노력했던 캐릭터다. 네가소닉 틴에이져 워헤드도 다시 등장한다. 엑스맨의 본거지 프로페서X의 저택으로 간 데드풀.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엑스맨 멤버들은 보이지 않는다. 아쉬운 관객들의 마음을 눈치 챈 데드풀은 투덜거린다. “도대체 다른 엑스맨들은 어디 있는거야?” 라고. 그리고 다른 엑스맨들과 함께 일상적으로 투입된 현장. 히어로로서 사건 해결을 위한 현장에서 그는 온 몸으로 불을 만들어 쏘는 뚱뚱이 소년 러셀을 만난다. 러셀이 고아원에서 학대를 당하고 있었단 걸 알게 된 데드풀이다. 데드풀은 그의 아픔과 슬픔을 공감한다며 그의 보호자 역할을 자처한다. 물론 데드풀스런 모습으로 말이다.
 
영화 '데드풀2' 스틸.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그런데 갑자기 미래에서 원터솔져가 나타난다. 마블의 캐릭터가 갑자기 왜? 한 쪽 팔이 기계인걸 보면 분명 윈터솔져인데. 그는 자신을 ‘케이블’이라고 소개한다. 한 쪽 눈도 기계다. 그는 다짜고짜 데드풀의 소년 러셀을 죽여야 한다고 윽박지른다. 이제 데드풀과 케이블의 대결은 불을 보듯 뻔하다. 러셀은 두 사람의 싸움 속에서 한 발 물러나 자신의 신세 한탄을 한다. 미래에서 온 케이블이 자신을 죽이려 하는 것도 고아원의 원장이 자신을 학대한 것도 모두 뚱뚱하고 볼품 없는 자신의 외모 때문이라고 비하한다. 그는 엑스맨 마니아라면 분명히 알고 있는 한 캐릭터와 손을 맞잡고 고아원 원장을 죽이고 온 세상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기로 한다.
 
치고 박고 싸우던 데드풀과 케이블은 결국 러셀을 막기 위해 한 팀이 된다. 미래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듣게 된 데드풀. 그는 인터넷 공고를 통해 팀을 모집한다. 모인 팀원은 일명 ‘엑스포스’. 각자가 눈에 띄는 능력을 소유한 이들과 케이블 그리고 데드풀 여기에 러셀과 정체 불명의 베일 속에 가려진 캐릭터. 이들은 과연 무엇을 만들어 낼까. 어떤 식으로 무엇을 만들던지 영화는 ‘데드풀’스러운 과정과 결말을 이끌어 낸다.
 
전편의 장점과 분위기를 고스란히 이어온 ‘데드풀2’는 규모면에서 분명히 조금 더 확대된 느낌이다. 액션과 전투 장면은 기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그것과 엑스맨 시리즈의 그것을 합친 느낌이다. 물론 맛을 내는 양념은 ‘데드풀’의 잔망스러움이다. 이 단어 외에는 달리 표현할 단어가 없을 정도로 ‘데드풀’은 잔망스러움이 히어로 파워의 원천이다.
 
영화 '데드풀2' 스틸.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이 영화가 마블 세계관에서도 그리고 현실 속 히어로 무비 마니아 사이에도 탄탄한 팬층과 마니아층을 형성한 것은 아무래도 일탈의 대리만족을 충족시키는 캐릭터이기 때문일 듯 하다. 권선징악의 정도에서 벗어난 데드풀만의 선악 구분 개념은 독특하게 새롭다. 히어로 캐릭터 정체성에 대한 유니크함이 결과적으로 기존 마블 히어로와는 다른 데드풀만의 개성으로 확립됐고 성인 관객 전용 히어로란 전무후무한 타이틀까지 선사한 것만 봐도 그 인기의 원천은 충분히 알만하다.
 
전편을 즐겁게 관람한 관객이라면 이번 속편 역시 충분히 즐기고도 남을 만찬이다. 반면 기존 히어로 무비에 길들여진 관객이라면 ‘데드풀’의 ‘데드풀’스러움이 분명 거북스러울 수 있다. 이건 어쩔 수 없다. 이미 데드풀도 그걸 알고 있는 듯하다. 그래도 데드풀이기에 데드풀은 데드풀스러움이 너무도 어울려 보인다. 개봉은 16일.
 
P.S 영화가 끝나고 등장하는 쿠키 영상은 절대 놓치지 마시길. 역대 최고의 쿠키 영상으로 손꼽기에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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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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