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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상인들, 롯데몰 사업조정 신청 자진철회…"지방선거 이후 재협상"
개점연기 가능성 적어…중기부 제시 합의안도 실익 없다 판단
"새 시장 뽑은 뒤 상업용지 변경 문제부터 재논의 기대"
2018-05-16 17:21:40 2018-05-16 17:21:40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롯데몰 군산점에 대해 사업조정을 신청했던 지역 상인들이 조정 신청을 자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협의 시한인 17일을 하루 앞두고 롯데와의 재협상을 위해 일보 후퇴를 선택했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피해 상인들은 지방선거 이후 새 시장이 주도하는 재협상에서 의미있는 합의에 이르기를 기대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군산소상공인협동조합, 군산어패럴상인협동조합, 군산의류협동조합 등 3개 단체는 이날 중소벤처기업부에 사업조정 자진 철회서를 제출했다. 롯데몰 군산점에 대한 일시정지 명령 시한인 17일까지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중기부는 롯데에 1억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이후 사업조정심의위원회의 최종 권고를 통해 사안이 일단락된다. 심의위는 개점 연기, 사업 품목 축소 가운데 결정을 내리게 돼 있다.
 
상인들이 자진 철회 결정을 내린 것은 심의위의 최종 권고안이 만족할 만한 결론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사업조정 준비 당시부터 개점 연기 또는 큰 폭의 품목 조정을 목표로 했지만, 자율 조정 진행 과정에서 결과가 상인들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사업조정을 신청한 협동조합 관계자는 "최종권고에서 입점 권고 결정이 나오더라도 롯데몰은 과태료를 물고 영업할 가능이 높은데, 이럴 경우 불법 영업이 되기 때문에 추후 부당이득 청구소송을 낼 수 있다"며 "하지만 중기부는 롯데가 이미 매장 문을 열었고 고용된 직원들도 있기 때문에 연기 결정을 내리기는 힘들다는 분위기였다. 심의까지 가면 상인들에게 실익이 없을 거라며 중기부는 합의를 유도했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어 일단 한 발 물러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계속해서 사업조정을 진행하면 중기부와 롯데가 내놨던 상생 협의안대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중기부가 중재를 시도했던 협의안에는 군산시내 중복 브랜드 비율 10% 이내 유지와 함께 5억원 이내에서 주차장 확보와 공원 조성, 간판 교체 등의 대책이 담겼다. 하지만 상인들은 브랜드 비율의 경우 기존 군산 상인들의 롯데몰 입점시엔 중복 브랜드 산정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5% 수준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시장 활성화 대책 역시 상권을 살리는 데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롯데는 대규모 점포 등록 신청을 앞두고 상생안에 합의했던 상인들 일부가 260억원을 요구하기 위해 이를 번복하고 조정 신청을 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상인들은 애초부터 롯데와 합의에 이른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유통산업발전법상 거치게 돼 있는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통해 합의를 마쳤다는 게 롯데의 주장이지만, 협의회를 주관하는 군산시에 따르면 협의회는 자문 역할을 할 뿐이다. 직접 피해 당사자를 주장하는 상인들은 협의회 참여를 요구했으나 저지당했다는 입장이다. 협의회를 거쳐 롯데가 20억원을 출연해 만든 상생펀드에 대해서도 당시 비대위원회와 의견 교환을 한 적은 있지만 합의한 적은 없다는 게 관계자 주장이다.
 
롯데의 260억원 상생기금 출연 역시 상인측에서 요구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롯데가 260억원을 출연해 총 45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은 군산시 용역에 따라 나온 결과로, 롯데몰이 개장해도 상인들 피해가 없다는 롯데 측 주장이 틀렸다는 반증으로서 나온 것이란 설명이다. 사업조정 신청 서류에도 입점 연기와 품목 축소가 포함돼 있고, 이후에도 260억원을 요구한 적은 없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상인들이 사업조정 자진 철회를 결정하면 6개월 내에 재신청을 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군산시장 당선이 유력한 강임준 후보가 롯데몰 사태를 중재하겠다고 밝힌 만큼 상인들은 신임 시장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지역 내에서도 롯데몰이 들어선 구역은 공장 부지에서 상업용지로 바뀌고, 이후 대규모 점포 등록이 이뤄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잡음을 일으켜 왔다. 3연임을 지낸 현직 시장이 여기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상인들은 차기 시장이 이 사안을 다시 들여다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상인들에 따르면 군산 시의회에서도 다시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인 데다 시장 후보 가운데 처음부터 롯데몰 개장에 반대한 인물도 있어 새로운 국면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군산시는 개발 과정에 문제가 없었던 만큼 이 사안이 재논의된다해도 다른 결론이 날 가능성은 없을 거라는 입장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분쟁 해결을 위해 롯데의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군산시 관계자는 "공장 부지 이전은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이었고, 도시계획 변경 과정에서도 법적 절차를 모두 따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 관계자는 "롯데몰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는 과정에서 롯데가 이해 당사자들 간의 이견을 좁히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며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원만한 마무리를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전북 군산월명체육관에서 롯데몰 군산점 대규모 채용박람회가 열린 모습. 사진/뉴시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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