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일부 행동주의 펀드의 국내 기업에 대한 경영권 간섭문제가 또 다시 불거지면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차등의결권 주식'등 세계 주요국에서 보편화된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16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한국거래소에서 간담회를 열고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 촉구를 위한 상장회사 호소문'을 발표했다. 기업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자발적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일부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간섭과 경영권 위협이 반복되고 있어 선진국 수준의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이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 방향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배당확대와 자사주 소각, 사외이사 추가 선임,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양 협회는 지난 2003년 영국계 펀드 소버린이 SK를, 2005년 미국의 기업사냥꾼으로 불리는 칼아이칸이 KT&G를 공격한 사례를 언급하며 행동주의 펀드의 국내 기업에 대한 과도한 경영간섭 및 부작용을 꼬집었다. 당시 소버린은 SK와의 경영권 분쟁 이후 9000억원의 차익을 남겼고, 칼아이칸도 KT&G를 통해 1500억원대의 차익을 실현했다.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은 "이번에는 현대차그룹이 그 대상이 됐다"며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는 정책당국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했고 증권가에서도 대외 불확실성이 축소되고 변화된 자동차산업에 적극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점을 높이 샀음에도 일부 행동주의 펀드가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과거 다른 사례와 유사한 경영간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자본시장은 기업이 성장·발전하고 그 과실이 시장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공유되고, 기업은 일자리를 창출해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중요한 터전인데, 자본시장에 진입한 상장회사들은 지분분산과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주식거래로 상장과 동시에 상시적인 경영권 위험에 놓이게 된다"며 "우리나라의 인수합병(M&A) 관련 법제는 전세계 어느나라와 비교해도 경영권 방어자에게 매우 불리하고 불공정한 제도적 취약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양 협회는 '차등의결권 주식', '포이즌필'제도 등 세계 주요국에서 보편화된 경영권 방어수단을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상법상 감사 혹은 감사위원 선임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3% 이내로 제한하는 것도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감사위원 선임 시 3% 대주주 의결권 제한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규제로, 조속한 폐지가 필요하다"며 "그것이 어렵다면 사회통념상 소액주주로 볼 수 없는 주주의 경우 대주주와 동일한 의결권제한을 통해 대주주에 대한 역차별적 요소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국내 기업에 대한 과도한 경영간섭을 놓고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가 16일 한국거래소에서 공동으로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 촉구를 위한 상장회사 호소문'을 발표했다.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왼쪽에서 세번째)이 대표로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심수진기자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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