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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성공 코스닥 벤처펀드, 향후 과제는)①신속한 시장 안착 '성과'…쏠림현상은 풀어야할 숙제
주식보다 메자닌, 공모보다 사모…“규제에 수익률 방어 힘들어”
2018-05-18 08:00:00 2018-05-18 08:00:00
[뉴스토마토 신항섭 기자] 정부가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및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출범시킨 코스닥 벤처펀드가 출시 50일을 앞두고 있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세제혜택과 공모주 우선 배정이라는 특혜가 있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출범 초기부터 시장의 예상보다 더 뜨거운 열기와 흥행을 보였다. 이로 인해 정부가 원했던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당초 목표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주식보다는 메자닌 상품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코스닥 지수의 상승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고, 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모펀드가 각종 규제로 인해 사모펀드보다 설정 규모에서 뒤쳐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코스닥 벤처펀드 개선방안을 내놓고 문제점 해결안을 제시했으나 이에 대해서도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코스닥 벤처펀드의 현 주소와 향후 과제에 대해 짚어본다.[편집자]
 
코스닥 벤처펀드가 출시 한달만에 설정액 2조원을 돌파하면서 금융투자 시장의 새로운 인기 상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으로 코스닥 벤처펀드의 설정액은 2조404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출시 한달여만에 거둔 성과다.
 
시장에서도 이처럼 빠른 성과에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금융당국의 정책에 부합하기 위한 구색형 상품에 머물지 않고 실제로 투자자들에게 관심을 끌 수 있는 주력 상품으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올해 초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 방침을 처음 발표했던 당시만 하더라도 흥행을 예상했던 이는 많지 않았다. 예전 정부에서도 벤처펀드, 성장사다리펀드 등의 비슷한 상품을 내놓았지만, 이번 코스닥 벤처펀드와 같이 빠른 증가세를 보인 사례는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금을 모은다 하더라도 벤처기업 중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아 자금 회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 성장사다리펀드도 4년간 6조원이 모였지만 투자된 금액은 2조7000억원에 불과했다"고 말한 바 있다.
 
코스닥 벤처펀드가 인기를 모으는 배경에는 공모주 우선 배정과 세제 혜택이 꼽힌다. 정부는 코스닥 정책 활성화를 위해 투자 금액의 10%(최대 3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또 금융혜택으로 코스닥 신규 상장 공모주식의 30% 우선 배정이라는 인센티브도 함께 주어졌다.
 
이로 인해 벤처기업에 대한 자본 공급 기대감이 늘어나고 있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벤처기업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전환사채(CB) 등 메자닌 채권을 포함한 신주에 15% 이상, 혹은 코스닥 중소·중견기업의 신주·구주에 35%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특히 벤처기업으로 인증 받았거나, 벤처기업 인증이 끝난지 7년 이내 기업만 해당돼 모험자본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벤처기업 자본공급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은 코스닥 벤처펀드의 순기능으로 꼽을 수 있다.
 
반면 시장 투자자 입장에서는 해결돼야 할 점들이 적지 않다. 제일 첫번째로 꼽히는 과제는 사모펀드로의 쏠림 현상 완화다.
 
지난 9일 기준 공모펀드 설정액은 6727억원, 사모펀드 설정액은 1조7322억원으로 집계됐다. 공모와 사모간의 설정액이 약 3배 가까이 차이나고 있는 것이다.
 
공모펀드의 경우, 무등급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전환사채(CB)를 담을 수 없다. 벤처기업 특성상 무등급이 대다수인데 규제로 인해 안정적인 메자닌(BW, CB)을 구성하기 힘들어졌다.
 
또 사모와 공모의 구성 측면에서도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1조7000억원 넘게 설정된 사모펀드는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 메자닌 쇼핑에 나섰다. 실제로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KG모빌리언스, 에스티큐브, 알테오제니, 텔레필드, 지엘팜텍 등과 같은 벤처기업들의 교환사채(EB), CB 등을 담았다.
 
특히 텔레필드는 지난 14일 발행한 90억원 규모의 CB발행에 코스닥 벤처펀드 사모운용사들이 대거 몰리면서 메자닌 시장의 분위기를 확인시켜줬다. 포커스자산운용(20억원), 밸류시스템자산운용(10억원), 빌리언폴드자산운용(10억원) 등이 참여했으며, 이외 수탁사들도 인수에 참여했다.
 
반면 공모펀드는 바이오주에 쏠림 현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벤처펀드 유니버스(BM) 570여 종목 가운데 시가총액 비중의 41.9%가 바이오업종으로 구성돼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바이오주가 약세를 기록했던 지난 4월 공모형 코스닥 벤처펀드의 수익률도 함께 부진했다. 지난 16일까지 공모형 코스닥 벤처펀드 가운데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에셋원공모주코스닥벤처기업(주혼-파생)C-A’가 유일하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규제로 인해 펀드 구성에 어려움이 있고, 메자닌을 담지 못해 수익률 방어가 힘들다”면서 “코스닥 시장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1일 공모형 코스닥 벤처펀드의 수익률 개선을 위한 조치를 진행했다. 펀드 순자산 규모를 고려한 공모주 배정으로 개정했으며, 동일 조건의 경우 주관사 재량으로 최대 10%의 추가 물량 배정을 허용했다. 또 메자닌에 대해서는 적격기관투자가(QIB)에 등록된 무등급 CB와 BW에 대해서는 편입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공모주 배정이 이제 막 시작해 수익률 개선은 다음달 이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며, 메자닌의 경우 아직까지 QIB에 등록된 사례가 없어 효과기대가 어려운 현실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임원은 "이미 메자닌 시장이 과열된 상황에서 QIB 예외 허용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된다"며 "기업들 입장에서도 굳이 QIB를 활용할 이유가 없는데, 이에 대한 추가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항섭 기자 kalth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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