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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길이 아니면 가지 마라"…구본무 회장 경영철학 후세에 남긴다
2018-05-22 17:45:50 2018-05-22 17:59:20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22일 영면함에 따라 그의 경영철학을 후세에 남기기 위한 추모사업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다만, 고인이 갑작스레 타계함에 따라 아직 그룹 차원에서 구체적 계획을 마련하진 않았다.
 
다른 대기업들의 경우 총수 타계 후 외부의 덕망 있는 인사를 단장으로 하는 추모위원회를 구성,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쳐 거쳐 1주기 즈음에 첫 결과물을 내놨다. 이를 놓고 볼 때, LG도 고인의 외아들 구광모 LG전자 상무로의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되는 대로 본격적인 추모사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고 구본무 LG 회장이 지난 2011년 CEO컨퍼런스에서 최고경영진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LG
 
LG그룹 관계자는 이날 “다른 기업들처럼 큰 규모는 아니더라도 (추모사업은)진행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아직은 결정된 게 없다”면서 “구 회장 일대기와 어록, 경영철학 등이 담긴 단행본 발간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LG에 앞서 학계에서 구 회장의 경영성과를 연구하고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한국경영학회 관계자는 “구 회장을 연구하고 싶어하는 학자들이 많았으나 본인이 고사하고 기반 자료도 부족해 적극적으로 진행할 수 없었다"며 "타계 소식을 접한 뒤 한국경제를 위해서라도 다시 추진해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구 회장이 이뤄낸 성과를 정리한다면 학술적 가치 외에도 재벌 3·4세와 전문경영인 등 현역 기업인 모두에게 교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경제단체에서도 구 회장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활동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LG그룹 오너, 특히 구 회장의 이야기를 담은 단행본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라면서 “기업인들은 물론 많은 일반인들도 그의 생애를 알고 싶어하기 때문에 연구는 어떠한 형태로든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가 이뤄낸 주요 업적으로 ▲‘정도경영’ 원칙에 입각한 경영 ▲고유의 기업문화인 ‘LG웨이’ 천명 ▲국내 재계 최초의 지주사 설립을 통한 투명한 지배구조 전환 ▲고객가치 실현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GS·LS·LIG 등 동업 및 인척과의 분쟁 없는 ‘아름다운 이별’ 실현 ▲평화로운 노경관계 구축 ▲의인상, 글로벌 챌린지 등을 통해 사회와 함께 하는 기업문화 조성 등을 꼽는다.
 
그들은 구 회장이 경쟁사들이 앞서 나가도 조급해 하지 않고, 남들이 생각지 못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신념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는 정도에 기반한다. 그 역시 일등을 강조했지만, 그릇된 일등을 할 바에야 뒤떨어지고 늦더라도 바른 길로 가자고 늘 강조했다. 구 회장의 소신은 특히 인재육성과 연구개발에 집중됐다. 그 결과 LG는 소비재·전자로 대변되는 ‘과거’와 통신·디스플레이·화학의 ‘현재’, 자동차부품, 에너지, 바이오 등 ‘미래’가 가장 잘 어우러진 기업이 됐다. 이 점이 구 회장에 대한 연구활동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편, LG가 지난 2002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구본무 회장의 개인 홈페이지가 타계 후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홈페이지는 고인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으로, 신년사 등 주요 발언과 사진 등이 소개돼 있다. 지난해 9월5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 건설 현장을 찾아 점검한 사진을 끝으로 고인에 대한 새로운 자료는 올라와 있지 않다. 장례 기간에도 별도로 추모 게시판이 개설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LG 측은 “공식행사가 있을 경우에만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구 회장도 생전 홈페이지를 위해 직원들이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되도록 조용히 장례를 치러달라는 고인의 유훈에 따라 추모 게시판 운영 등의 계획도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LG는 고인의 홈페이지 운영 방향 또한 정해진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일단 운영은 계속하고, 향후 추모사업이 진행될 경우 그에 맞춰 제작된 콘텐츠를 소개하는 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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