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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담보'로 중기·소상공인 대출 더 쉽게
당국 "기업이 크면 담보력 늘어"…은행 "경기 활성화 담보돼야
2018-05-23 18:34:32 2018-05-23 18:34:32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 의류유통업으로 분류되는 A사는 유통 과정의 문제로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아 고가의 의류나 악세사리를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아보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동산담보대출은 제조업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앞으로는 A사도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정부가 동산담보대출의 운용폭을 크게 확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금융혁신 핵심 과제로 추진 중인 '생산적 금융' 촉진을 위해 동산담보대출에 집중한 모양새다. 자금 융통이 원활하지 않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동산을 활용해 자금을 쉽게 확보하게 하기 위해서다. 은행권에서는 동산담보대출이 신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하면서도, 경기 활성화에 따른 기업성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동산담보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금융위가 23일 발표한 동산금융 활성화 대책의 주요 내용은 ▲담보안정성 강화를 위한 인프라, 법제도 개선 ▲은행권의 여신운용체계 전면 개선 ▲정책적 인센티브 부여 ▲지식재산권 등 무체 동산담보대출 활성화 등이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대책은 은행권 여신운용체계 전면 개선이다. 기존의 여신운용체계가 동산대출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박근혜정부에서도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동산담보대출 활성화를 추진했지만, 은행들은 소극적으로 운영해왔다. 은행연합회 중심으로 마련한 공동 표준내규에서 동산담보대출의 이용기업과 상품범위, 자산범위, 담보인정비율 등의 기준을 협소하게 책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은행권 공동의 표준 내규 대신에 개별 은행의 자율판단 영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동산담보를 취급할 수 있는 기업과 상품, 담보자산범위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먼저 동산담보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기업을 제조업뿐만 아니라 유통·서비스업 등 모든 업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예컨대 기계유통업을 영위하던 기업은 절삭가공기 등 기계설비를 담보로 대출을 받고 싶어도 '유통업체'로 분류돼 대출을 받지 못했었다.
 
또한, 기존에는 이동식 작업 설비 등 자체동력이 있는 담보에 대해서는 담보 취급을 제한했지만, 앞으로는 허용하기로 했다. 재고자산의 경우 완제품·반제품도 담보가능 자산으로 허용한다.
 
여기에 동산담보대출이 가능한 상품을 전용상품으로 규정하지 않고, 구매자금이나 시설자금 등 모든 대출에서 취급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동산담보대출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가 많고, 기존대출을 동산전용대출로 전환하거나 신규로 체결해야하는 불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여신운용체계가 연내 마련되는 만큼, 시중은행들은 앞으로 동산담보대출을 거절하기가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정부가 금융혁신 정책의 일환으로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동산담보대출을 양적으로 늘려야 하는 압박도 있다. 금융당국은 이날 대책을 통해 동산담보시장 규모를 3년내 15배(3조원), 5년내 30배(6조원)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은행권은 동산담보 시장의 재활성화가 썩 반갑지는 않은 눈치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동산담보 활성화 대책을 몇 차례 내놨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데다 동양생명이 육류담보대출로 3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은 충격파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
 
동산은 감가상각이 적용되기 때문에 담보 가치를 판단하기도 힘들 뿐더러 한번 정한 가치가 그대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도 은행의 기피를 부르는 요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동산 담보는 부동산에 비해 가치를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며 "유통이 되는 과정에서 물량과 상태가 변해 가치가 떨어지면 담보로 받기도 곤란하다"고 말했다.
 
담보권을 온전하게 실행한다 하더라도 관련 시장이 활성화돼있지 않으면 제값을 받고 처분하기도 어렵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은 기업이 성장하면 담보력도 커질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내수활성화가 전제됐을 때 얘기"라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3일 경기도 시흥시 한국기계거래소를 방문해 동산금융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후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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