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정부의 기름값 통제 '표류'
후속대책 없어…업계는 불만 가득
2018-06-18 16:10:48 2018-06-18 17:45:07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정부가 석유 유통시장에 개입한다. 알뜰주유소를 늘리고 주유소 가격공개를 추진할 방침이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기름값이 오르자 시장 물가를 낮추겠다는 의도다. 정유사에 기름값 인하를 압박할 심산도 깔려있다. 관련 업계는 "출혈경쟁이 우려된다"며 떨떠름한 표정이다.
 
정부가 알뜰주유소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지 일주일이 지난 18일 정유사들과 주유소들은 정부의 시장 개입에 한창 불만을 토로 중이다. 물가안정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가격만큼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가격을 통제하겠다는 것은 권위주의 시대에나 있을 발상”이라며 "글로벌 수요와 각종 지정학적 이유로 오르내리는 국제유가를 통제하겠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주장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앞서 11일 정부는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국내 석유류 값이 과도하게 오르지 않도록 알뜰주유소 점유율을 지난해 9.8%에서 올해 9.9%까지 확대하고 가격정보 공개도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두바이유는 올해 1월 배럴당 60달러 초반에서 6월 1주차에 배럴당 70달러 중반까지 치솟았고, 같은 기간 국내 주유소 휘발유값도 리터당 1544.9원에서 1609.7원으로 4.2% 올랐다. 지난해 기준 국내 알뜰주유소는 1176개소다.
 
업계는 정부가 딴 속내도 있다고 지적한다. 물가안정 효과가 두드러지게 하려고 가격이 단번에 눈에 띄는 기름값을 목표로 정했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물가 대책으로 기름값 통제를 항상 꺼냈다"며 "눈에 보이는 지표니 늘 제1 타깃이 된다"고 말했다. 또 "국제유가가 언제까지 오름세일지 알 수 없고 이번 주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연장 합의 여부에 따라 유가가 추락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개입은 타이밍이 안 맞다"고 지적했다.
 
물가관계차관회의가 있은 지 일주일이 지난 이날까지 정부의 후속대책도 눈에 보이질 않는다. 석유 유통구조 개선 업무를 맡은 산업통상자원부 실무자는 개인 사정을 들어 지난주부터 휴직에 들어갔다. 후임자는 미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알뜰주유소 등의 내용은 후임자가 와야 후속안이 나올 것"이라며 "당분간은 시기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