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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민 진에어 대표 사임…결함 항공기 비행 강행 지시 책임인 듯
2018-06-19 18:49:05 2018-06-20 09:45:02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권혁민 진에어 대표이사가 일신상의 이유로 19일 사임했다. 권 대표의 사임 배경을 두고, 그가 항공기 엔진 결함에도 무리하게 비행을 지시한 것에 뒤늦게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진에어는 이날 공시를 통해 권 대표의 사임을 발표했다. 이번 사임으로 진에어는 권혁민·최정호 대표 체제에서 최정호 대표이사 단독 체제로 바뀌었다. 권 대표의 사직서는 이날 처리됐다. 이보다 앞서 권 대표가 사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사임 의사를 밝힌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4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 후 부친인 조양호 한진 회장과 권 대표가 진에어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진에어 정비사가 항공기 정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권 대표의 사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대한항공직원연대는 지난달 진에어 항공기의 엔진 결함에도 회사가 무리하게 비행을 지시한 사실을 폭로했다. 엔진 결함은 지난해 9월19일 인천-괌 왕복편 항공기(LJ642편)에서 일어났다. 항공기는 괌 국제공항에 착륙한 뒤 엔진이 꺼지지 않는 중대 결함이 발생했다. 연료가 계속 엔진에 공급돼 발생한 결함인데, 심각한 경우 엔진이 폭발할 수 있는 위험까지 있다고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해당 항공기는 괌 국제공항에서 3시간40분 이륙을 지연한 뒤 현지서 출발했다.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한 직후에도 왼쪽 엔진이 꺼지지 않는 결함이 재발했다. 엔진과 관련된 중대 결함은 최소장비목록(MEL)에 포함되지 않아, 이륙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진에어는 결함을 수정했다고 국토교통부에 보고한 뒤, 국내까지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표가 이 과정에서 무리하게 이륙을 지시한 당사자로 꼽힌다. 권 대표는 "아 XX 나 머리 아파 자꾸 얘기하지 마라. 이거 하고 와야 해"라며 "100% 하고 오란 말이야. 이의제기 말고"라고 비행을 지시한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권 대표는 당시 정비본부장이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권 대표의 사임 가능성이 항공업계에서 흘러 나왔다. 진에어는 사임 이유를 일신상의 이유라고 밝혔다. 하지만 LJ642편의 이륙을 강행한 사실이 드러나 사임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진에어 관계자는 "일신상의 이유로 그만뒀다"며 사임 배경과 관련한 의혹을 일축했다. 
 
한편 국토부는 진에어 LJ642편의 정비결함과 관련한 진상조사를 마쳤다. 조만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행정처분할 계획이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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