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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6개월 계도기간 허용…임금보전 놓고 노사갈등 지속
올해 임단협 노동시간 단축이 최대 현안…노동계, 계도기간 도입으로 임단협 교섭력 약화 우려
2018-06-21 17:44:50 2018-06-21 17:44:50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6개월의 계도기간을 갖기로 하면서 노동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임금보전 대책이 미흡한 상황에서 계도기간이 산업현장의 혼란을 줄이기보다 노사갈등만 촉발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21일 노동계에 따르면 노동시간 위반시 6개월 동안 계도기간을 주는 것과 관련해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정부가 계도기간을 허용하면, 기업이 노동시간을 초과해 근무시켜도 처벌받지 않는다. 사업주가 노동시간을 위반해 적발되면 3개월의 시정기간이 주어진다. 사업주가 요청하면 시정기간이 3개월 더 연장된다. 최대 6개월의 시정기간이 부여되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 20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영계 요구를 수용해 계도기간을 허용했다. 7월부터 주 최대 노동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된다. 노동시간 단축은 상시고용인원이 300인 이상인 사업장부터 우선 시행된다. 50인 이상은 2020년 1월, 5인 이상은 2021년 7월부터 적용된다. 주 최대 노동시간이 16시간 줄면서, 기업들은 볼멘소리를 냈다.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근무방식을 바꾸고 신규 인력도 채용해야 한다. 추가 비용 부담도 커졌다.
 
노동계는 계도기간 허용에 부정적 입장이다. 노동시간 단축의 시행일을 사실상 6개월 유예해, 노사갈등의 소지를 만들었다고 우려한다. 노사 간 올해 임단협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핵심 현안 중 하나다. 제조·유통·서비스 등 전 업종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놓고 노사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노조는 임단협에서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보전을 요구했다. 연장근로가 줄면서 수당이 낮아져 임금보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임금삭감율을 최대한 낮추는 계획을 세우고, 임단협을 이어가고 있다. 반대로 회사는 임금보전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사가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이번주 임단협이 분수령으로 꼽혔다. 노사는 노동시간 단축이 시행되는 7월 전까지 최대한 이견을 좁히기로 했다. 집중교섭 일정도 잡았다. 그런데 계도기간이 허용되면서 기업은 6개월의 시간을 벌게 됐다. 노조의 교섭력도 이전보다 떨어질 전망이다. 
 
양대 노총의 제조업 노조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부 자동차 부품업체 노사는 임금을 보전하는 대신 생산성을 높이기로 합의했다. 노동시간 단축에도 기존의 생산물량은 유지하기로 했다. 노동강도를 높여, 기존 임금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반면 임금보전을 놓고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는 곳도 상당수다.  
 
올 초 한국노총 금속노련이 산하 노조 111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39.6%가 2조2교대를 운영 중이다. 2조2교대 사업장은 한 주에 52시간 이상을 근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법 위반을 피하려면 3조3교대, 4조3교대로 교대제를 바꿔야 한다. 또 주 평균 노동시간이 52시간을 넘는 비율이 41.8%에 달했다. 이번 제도 시행으로 연장근로가 크게 줄면서 임금이 최대 20~30% 주는 사례도 있다고 금속노련은 설명했다. 
 
한국노총은 21일 전국의 산하 노조를 대상으로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한 실태 조사에 나섰다. 이번 조사를 통해 사용자의 근무시간 변경 조치, 임금감소 현황, 임금보전 대책, 퇴직금 중간정산 여부 등을 파악한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노동자의 피해를 줄일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임금보전을 확대하는 내용의 지원책을 마련했다. 노동시간 단축 기업의 노동자 1인당 월 최대 4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지원기간은 최대 3년까지다. 300인 이상 500인 미만을 고용한 기업 중 제조업과 근로시간 특례업종(육상·수상·항공·보건·운송서비스업)에 속한 기업이 대상이다. 300인 미만 기업은 노동시간 단축 시행 6개월 전 노동시간을 선제적으로 단축한 기업에 한해 지원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임금보전을 지원받으려면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하고, 지원 기간도 한시적"이라며 "임단협을 통해 임금보존율을 높여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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