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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전기료 인상소식에 우려 VS, 개편 주장 팽팽
정유섭 의원 "최소 4962억, 최대 4조 추가부담" VS. 산업계 할인혜택 2.7조
2018-06-25 15:52:34 2018-06-25 15:52:34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전기요금 인상 공포가 산업계를 덮치고 있다. 정부가 '경부하요금'(심야에 저렴한 전기요금) 할인율 축소 등을 통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에 착수한데 따른 것이다. 가뜩이나 불황을 겪는 산업계로서는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비용부담 증가로 위기가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산업용 요금 개편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 찬반이 팽팽하다.
 
정부는 지난 21일 총리 주재로 국정현안 조정 점검회의를 열고 '에너지전환 후속조치 및 보완대책'을 논의했다. 직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박원주 에너지자원실장은 "정부 국정과제에서 밝힌 대로 산업용 경부하요금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기업 부담은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경부하요금 중심으로 차등 조정해 산업용 전력소비를 효율화하겠다"고 한 만큼 '전력소비 효율화'는 곧 '산업용 요금 인상'으로 받아들인 상황이다.
 
정부의 전기요금 개편 소식에 산업계는 벌써 우려를 쏟아냈다. 철강과 기계 등 전기를 많이 쓰는 업종에서는 제품값을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돌 정도다. 현대제철은 2015년에 가장 전기를 많이 사용한 기업으로, 당시 요금만 1조1600억원에 달했다. 정부가 개편하려는 경부하요금은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쓰는 심야 전기요금으로, 킬로와트시(㎾h)당 53~62원이다. 경부하 요금 할인폭이 종전보다 10% 축소될 경우 전기요금이 3.2% 오르는 효과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현대제철은 연간 전기요금만으로 114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도 경부하요금을 조정할 경우 산업계에 최소 4962억원, 최대 4조원의 추가부담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산업계 전기요금 개편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일반용과 주택용 등 다른 용도의 요금에 비해 산업용 요금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전력거래소 자료를 보면, 2016년도 용도별 전기 판매단가는 ㎾당 일반용이 130.4원, 주택용이 121.5원, 교육용이 111.5원지만 산업용은 107.1원이었다. 더구나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정부가 대기업에 수출지원을 목적으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10대 전력다소비 기업에는 1조659억원, 50대 기업에는 2조2735억원의 요금을 할인해줬다는 지적이 나오며 특혜시비가 생기기도 했다.
 
제조업계는 요금 개편에 대응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미니태양광 발전 등 자구노력으로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ESS로 커버할 수 있는 요금은 추가부담의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추가분을 메우기에는 개별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노력은 필요하다. 다른 제조업체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국내외 사업장에서 3.1기가와트(GW)급 태양광 설비를 구축하기로 한 것처럼 모든 기업들도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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