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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소득 따라 공평하게"…저소득층 덜 내고 고소득층 더 낸다
지역 589만가구, 월 평균 2만2천원 인하…고소득 84만가구는 10만원 인상
'평가소득' 보험료 18년만에 폐지…저소득층 부담 '뚝'
2018-06-28 06:00:00 2018-06-28 06: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에 따라 저소득층은 보험료를 덜 내고, 고소득층은 더 내게 된다. 건강보험 전체 지역가입자 중 77%에 해당하는 589만가구의 보험료는 내려가고, 소득·재산이 상위 2~3%인 지역가입자 39만가구는 올라간다. 또 그동안 '무임승차' 논란이 일었던 고소득·고액재산 피부양자 7만가구와 직장가입자의 형제자매 피부양자 23만가구가 새롭게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보험료를 부담한다. 직장가입자 중에서는 0.9%에 해당하는 고소득 15만가구의 보험료만 올라가고, 나머지 99.1%는 변동이 없다.
 
2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오는 7월1일부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1단계 개편'이 시행된다. 부과체계 개편에 따라 다음달 25일쯤 고지되는 7월분 건강보험료부터 변경된 보험료가 적용된다.
 
국내 건강보험 제도는 지난 1977년 도입 이후 양적·질적 측면에서 눈부시게 성장했다.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와 해외 평가 역시 사회보험 중에서는 으뜸이었다. 하지만 눈부신 성장 속에서도 건보료 부과체계는 항상 발목을 잡았다. 부과체계에 공정성과 합리성이 결여됐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2000년 직장·지역 간 건강보험제도를 통합하면서 만들어진 기존의 건보료 부과체계는 18년 동안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가입자간 보험료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역가입자는 물론 직장가입자의 불만이 제기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2014년 소득과 재산이 거의 없는데, 매월 건보료만 5만원 가까이 나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발생하면서 건보료 부과체계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기존 부과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고, 오랜 과제이기도 한 정부의 개편 작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부는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지난해 1월 개편안을 마련했고, 국회 논의를 통해 같은 해 3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건보료 부과체계는 올해 1단계 개편에 이어 4년 후인 2022년 7월 2단계 개편에 들어간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소득 수준에 맞게 보험료를 부과한다는 점이다. 소득이 적은 사람은 보험료 부담이 줄어들고, 소득이 많은 사람은 늘어난다는 것이 개편의 골자다. 복지부에 따르면, 개편에 따라 보험료가 오르거나 줄어드는 가입자는 전체의 25%에 달한다. 나머지 가입자 75%는 변동이 없다.
 
변동층의 대부분은 소득이 낮은 지역가입자다. 지역가입자의 77%인 589만가구는 보험료 인하 대상으로 월 평균 2만2000원이 내려간다. 지역가입자의 18%인 135만가구는 변동이 없다. 반면 5%인 39만가구는 월 평균 5만6000원씩 보험료를 더 내게 된다. 이들은 연소득이 3860만원을 넘거나 재산이 5억9700만원을 초과하는 상위 2~3%의 부유층이다.
 
보험료 인하의 가장 큰 요인은 평가소득 폐지다. 연소득 500만원 이하 지역가입자 세대에 성별, 나이, 재산, 자동차 등으로 소득을 추정해서 부과하던 평가소득 보험료가 18년 만에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직장가입자는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가 정해졌지만, 지역가입자는 소득이 전혀 없어도 주택·자동차 등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보험료를 많이 부담했었다. 정부는 이를 바로잡아 연 소득 100만원 이하의 저소득 지역가입자에게 월 1만3100원의 '최저 보험료'를 부과하면서 부담을 줄였다. 이 밖에 재산보험료 공제와 자동차보험료 인하 등으로 보험료 부담을 낮췄다.
 
고액 자산가이면서도 보험료를 내지 않아 '무임승차' 논란이 일었던 피부양자도 7월부터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피부양자 중 부유층인 7만가구는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월 평균 18만8000원을 신규 납부해야 한다. 이들은 연소득이 3400만원을 넘거나, 재산이 과표 5억4000만원(시가 약 12억원) 이상이면서 연 소득도 1000만원을 넘는 부유층이다. 또 직장가입자의 형제·자매로 보험료를 내지 않고 건강보험 혜택을 받던 23만가구도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월 평균 2만9000원을 내야 한다. 복지부는 이 30만가구에 지난 21일부터 '피부양자 자격상실 예정 안내문'을 발송했다.
 
직장가입자의 대부분은 변동이 없다. 직장가입자의 99.1%인 1674만가구는 보험료가 현재와 같고, 고소득자로 분류되는 상위 약 0.9%인 15만가구만 월 평균 13만6000원씩 보험료가 오른다. 소득·재산 외에 국민연금이나 공무원·군인연금 등 공적연금소득에 따른 보험료도 현행 20%에서 30%로 상향 조정된다.
 
이같은 소득 중심의 개편에 대해 정부 안팎에서는 가입자간 형평성을 고려한 첫 발걸음을 뗐다는 평가다. 노홍인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소득 수준에 맞는 공평한 기준으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바꾸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며 “다음달부터 전국민의 약 25%의 보험료가 달라지게 되는데, 보험료 중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 보다 많은 국민들이 생활 형편에 맞는 적정 수준의 보험료를 납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정부는 긴 논의 과정 끝에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건강보험료 개편안이 차질없이 시행돼 국민들이 공평한 보험료를 낼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소득 중심으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해 나가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통해 4년 후 2단계 개편이 예정대로 실시돼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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