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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이재용·정의선 트리오 '견고'
구광모, 선친 후광효과에 두 달 연속 1위…조원태·김동관은 낙인효과
2018-07-04 07:00:00 2018-07-04 07: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구광모 LG 회장이 향후 기업을 가장 잘 이끌 것 같은 재벌 3·4세에 두 달 연속 선정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현역에서 활약 중인 선배들을 모두 제쳤다. 이제 막 첫 발을 떼는 초보 총수에게는 이 같은 높은 신뢰는 힘이자 부담이다. 반면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진 갑질 파문이 3·4세의 신뢰도 평가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7월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에서 구광모 회장은 '3·4세들 중 기업을 가장 잘 이끌 것 같은 사람' 항목에서 25.7%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지켰다. 이어 이재용 부회장(17.7%), 정의선 부회장(15.7%), 정용진 부회장(12.6%), 허윤홍 GS건설 전무(7.6%) 순이었다. 3·4세에 대한 평가는 공정위가 공시한 30대그룹 중 후계 구도가 비교적 명확한 12개 그룹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전체 500명의 응답자가 순서대로 3명의 3·4세를 뽑고, 이에 순위별로 가중치를 적용해 최종 결과를 산출했다. 전반적으로 신뢰도 변동은 조금 있었지만 12명의 순위는 전월과 같았다.
 
LG 역사상 가장 젊은 나이에 총수에 오른 구 회장은 두 달째 정상을 차지했다. 선친인 고 구본무 전 회장에 대한 후광효과가 여전히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구 회장은 지난달 29일 이사회에서 ㈜LG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됐다. 부친이 별세한 지 41일 만이었다. 구 회장은 LG 가문의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곧바로 그룹 총수 자리를 이어받았다. 구본무 전 회장 와병시 그룹 살림을 도맡았던 구본준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징검다리 소임을 끝냈다. 구광모 체제가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용퇴를 결정했다.
 
구 회장에 대한 높은 기대는 자산인 동시에 짐이기도 하다. 약 12년의 경영수업 기간 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탓에 그에 대한 기대가 일순간 실망으로 변할 수도 있다. 답이 없는 LG전자 모바일 사업과 중국의 물량공세에 허덕이는 LG디스플레이를 어떻게 구해내느냐와 함께 인공지능(AI)과 전장 등 차세대 시장에서의 싸움이 그의 경영능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거액의 상속세 납부와 삼촌인 구본준 부회장의 계열분리 등 당면 과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 경우 '세습 체제'에 대한 근본적 의문에 직면할 수도 있다. 무거운 짐을 의식한 듯 구 회장은 별도의 취임식 없이 현안 파악에 들어갔다. 이미 지난주부터 하현회 LG 부회장을 비롯한 그룹 내 6인의 부회장단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출소 이후 해외 일정들을 주로 소화하며 총수로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유럽, 캐나다, 중국, 일본 등지를 돌았다. 중국 BYD, 일본 우시오 등 전장 업체들과 잇따라 만나며 미래 사업 기반을 다졌다. 지난해 인수를 완료한 하만과의 시너지도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AI 관련 사업도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캐나다, 영국, 러시아 등에 글로벌 AI 거점을 구축하고 세바스찬 승, 다니엘 리 교수 등 AI 권위자들을 연이어 영입했다. 이 부회장은 지배구조 개선, 무노조 경영 철폐 등도 결단하며 '뉴 삼성'의 기반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정부 압박에 의한 수동적 행보라는 해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이건희 회장의 카리스마를 넘어설 2%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5월 이 부회장을 삼성의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이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지 4년 만이었다.
 
정의선 부회장에 대한 지지는 전월 15에서 이달 15.7로 높아졌다. 조사 대상 중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부친 정몽구 회장의 건강 악화로 사실상 그룹을 대표하고 있는 가운데,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치고 있는 점이 긍정적으로 인식된 결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올 들어 다섯 번이나 중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등 사드 영향 탈피에 매진하고 있다. 중국이 수입차에 대한 관세를 크게 인하하면서 만리장성을 둘러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간의 경쟁도 보다 치열해졌다. 실적 개선과 함께 지배구조 개편, 노사갈등 해소라는 숙제도 안고 있다. 공정위는 일감몰아주기에 이어 공익법인 운영을 문제 삼으며 현대차그룹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일 쟁의행위 찬반 투표가 가결됐다며 7년 연속 파업 돌입을 예고했다.
 
한편 기존 총수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3·4세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0.5%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쳐 전달에 이어 최하위를 유지했다. 한진 총수 일가에 대한 사정당국의 전방위 압박이 최고조에 이르며 조 사장도 영향권에 접어들었다. 검찰은 지난 2일 조양호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1.8%)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아버지 김승연 한화 회장에 대한 낙인이 소탈한 그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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