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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고문된 유커)①'따이공'만 넘쳐나는 면세점…유커 관광쇼핑 수요 대체
화장품·시계·아기용품 등 대리구매 대세
'탈 중국' 노력에 동남아 관광객도 증가세
2018-07-11 06:00:00 2018-07-11 06:00:00
[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한국 '설화수'나 '후' 같은 인지도가 높은 한국 화장품을 선호해 대량으로 구매하려고 왔다."
 
이달 초 한국을 방문해 시내면세점을 찾은 야오씽이(YAO XING YI)씨는 중국 보따리상이라 불리는 일명 '따이공'이다. 중국 후난에서 왔다는 그는 "사드사태에 대해 알고 있다"며 "올 들어 중국인이 한국을 다시 찾고 있다는 통계는 나오지만 전보다 크게 늘어난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중국시장 매출 의존도가 높은 면세점은 현재 중국 개별·가족단위나 단체관광객 대신 따이공들이 큰손이다. 따이공은 인터넷을 통해 선주문을 받은 뒤 한국을 수십차례 오가며 일종의 구매 대행 역할을 한다. 야오씽이씨는 "따이공은 중국 쇼핑에서 차지하는 중요도가 대단히 높다"며 "시간이 갈수록 그 수도 늘어나고 있다. 5~6년간 일을 했는데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따이공들에게는 한국이 여전히 매력적인 쇼핑시장이다. 이들이 한국을 대신해 동남아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야오씽이씨는 "따이공 입장에서는 구매 대행으로 차익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쇼핑 환경이 한국과 다른 동남아 지역으로 무대를 옮기는 게 큰 이점이 없다"고 말했다.
 
산동에서 온 또다른 따이공인 쑨페이페이(SUN FEIFEI·가명)도 "지난해와 지금 한국을 찾는 중국인이 크게 늘어난 것 같진 않다"면서 "화장품, 시계, 아기용품에 대한 주문이 많아 오늘 사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구매 대행 역할을 하는 따이공들은 고객들에게 선주문 받은 물건을 대량 구매한다. 명동, 장충동, 여의도, 잠실 등에 있는 시내면세점은 여유 있게 쇼핑하기 위한 따이공들에게 인기다. 사진은 여의도에 있는 갤러리아면세63. 사진/김보선 기자
 
비 온 뒤 기온이 크게 치솟았던 지난 3일 롯데면세점 본점에는 영업시작 직전인 오전 9시반에도 관광객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명동은 시내면세점과 백화점이 몰려 있어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많은 대표적인 쇼핑명소다. 특히 롯데면세점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사드 전까진 중국인 관광객에게 인기몰이를 했다. 하지만 지금 대다수는 역시 따이공이다.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에는 사드 전 단체관광객만 하루 최대 8000여명이 방문했다. 현재의 약 4배 수준이다. 
 
박유정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지배인은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라는 보도는 접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는 크지 않다"며 "구매 대행인들이 계속 들어오고는 있지만 유커 자체는 사드 이전과 비교할 때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단체비자로 들어오는 관광객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유정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지배인은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라는 보도는 접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박 지배인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김보선 기자
 
중국인에게 K뷰티 인기는 여전한 듯 보인다. 따이공을 통해 쇼핑 욕구를 해소하고 있다. 국내 면세점에서 중국인들에게 가장 인기몰이를 하는 것은 화장품이다. 영업이 시작되자 일부 매장은 장사진을 이뤘다. 롯데면세점 9층에 있는 '파인드 카푸어(FIND KAPOOR)'는 국산 가방 브랜드로, 가성비 입소문을 타며 최근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후', '설화수' 등 국산 프리미엄 화장품 매장에도 고객이 몰렸다. 색조 수입브랜드인 '입생로랑', '조르지오 아르마니'도 인기매장이다. 뷰티 매장 중에서는 SNS상에서 인기를 끄는 마스크팩 브랜드도 많이 찾는다. 매장 관계자는 "화장품 브랜드의 인기는 여전하지만, 크루즈 단체관광객이 들어올 때 김 같은 식품매장도 인기를 모았던 게 요즘은 주춤한 것이 차이"라고 말했다.
 
중국인 외에 눈에 띄는 관광객은 동남아권이다. 일본 관광객도 꾸준히 유입된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신라면세점의 한 화장품 매장 관계자는 "올해 들어 중국인 관광객이 회복되고는 있지만 사드 전과 비교할 수는 없다"며 "중국인을 제외하면 일본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갤러리아63시티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동남아 관광객이 늘어나는 게 보인다. 여행사 역시 중국 이외 지역 여행객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보니 베트남, 라오스, 대만 등지에서의 쇼핑객들이 전보다 증가했다"고 전했다.
 
지난 3일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을 찾은 쇼핑객들이 영업시간 전부터 줄을 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보선 기자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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