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아시아나항공 직원들 "박 회장 경영실패 때문에 욕받이…이제는 바꾸자"
광화문에 모인 아시아나항공 직원,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첫 집회 열어
2018-07-06 20:41:04 2018-07-06 20:41:41
[뉴스토마토 구태우·양지윤 기자] "박삼구는 물러가라!" 
 
6일 저녁,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서울 도심에 울렸다. 아시아나항공 유니폼을 입은 200여명의 직원들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예정대로 첫 집회를 열었다. 일부 대한항공 직원들도 함께 했다. 이들은 신분이 드러날까 두려워 얼굴에 가면을 쓰고 집회에 참석했다. 직원들은 "(박삼구) 바꿔야해! 바꿔야해!"라고 외쳤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은 집회 현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평일 저녁 공항에 있어야 할 승무원들이 집회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이번 집회는 아시아나항공직원연대가 주최했다. 직원연대는 이번 기내식 대란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한편 이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협력업체 대표 윤모씨를 추도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국화꽃을 들고 헌화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이 6일 집회에서 최근 숨진 기내식 업체 대표를 추도했다. 사진/뉴시스
 
아시아나항공의 한 승무원은 이번 기내식 사태에 대해 분통을 떠뜨렸다. 지난 1일부터 기내식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고, 일선 승무원들이 승객들의 불만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일부 욕설도 있었지만 회사의 잘못으로 빚어진 만큼 어디에도 하소연 못한 채 눈물을 흘려야 했다.
 
한 승무윈은 "어린이와 노인에게 브리또를 드렸는데, 안 먹고 그냥 옆에 뒀다"며 "승무원으로서 서비스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거 같아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승무원들은 웃음을 잃지 않고 승객을 대하는데 이렇게 기특할 수가 없었다"며 "경영진이 경영을 잘못한 걸 승무원이 몸에 진이 다 빠지게 죄송해야 하느냐"고 했다.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이번 사태 책임이 박 회장 등 경영진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기준 아시아나항공 객실승무원노조위원장은 "박 회장의 잘못된 의사 결정으로 기내식 대란이 벌어졌다"며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더 이상 참지 않겠다. 굴종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직원연대가 6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박삼구 회장 퇴진을 요구했다. 사진/뉴시스
아시아나항공직원연대가 6일 박삼구 회장의 퇴진과 기내식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민주노총 아시아나항공노조 출신으로 6·13 지방선거 때 당선된 권수정 서울시 의원도 집회에 참석했다. 권 의원은 아시아나항공에서 20년 넘게 승무원으로 생활했다. 권 의원은 "경영진의 경영실패 때문에 직원들은 최전방에서 욕받이처럼 살고 있다"며 "이번 사태를 야기한 박 회장 등 경영진이 국민에게 무릎 꿇고, 직원들에게도 무릎 꿇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이 더 큰 목소리를 내 경영진을 끌어내리자"고 말했다. 
 
대한항공에서 지난 4월 조양호 일가의 갑질 사태가 터지고, 이달 아시아나항공에서 기내식 사태까지 이어졌다. 국내 1·2위 항공사에서 잇달아 총수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는 직원의 시위가 발생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총수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한 목소리를 내기에 이르렀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대한항공의 한 승무원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직원이 항공사 직원연대를 함께 하고 있다"며 "경영진이 직원을 기업의 소유처럼 착취하는데 함께 싸우자"고 연대를 강조했다. 
 
집회는 문화제 형식으로 2시간가량 진행됐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집회 장소였던 세종문화회관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떠났다.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사태로 민주노총 아시아나항공노조와 기업노조인 객실승무원노조가 통합을 결정했다. 복수노조가 통합을 하는 건 이례적이다. 양대 노조는 이번 통합으로 박 회장 퇴진 투쟁에 힘이 실릴 것으로 내다봤다. 
 
구태우·양지윤 기자 goodtw@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