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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배우자 사망시 단순 별거했다고 체류기간 연장 거부하면 안돼"
법원 "별거에 이르게 된 귀책사유·외국인의 혼인유지 노력 따져봐야"
2018-07-08 09:00:00 2018-07-08 15:54:22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별거 중에 한국인 남편과 사별한 외국인이 신청한 체류 연장에 대해 불허한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김선영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 판사는 한국인 남편 이모씨와 결혼했다가 사별한 몽골인 여성 T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체류기간 연장 등 불허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T씨는 한국인 남편과 혼인해 국내에 체류하던 중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정상적인 혼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에 해당한다"면서 "사망한 남편은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과도한 음주로 '만성 알코올 중독' 상태에서 술을 먹으면 주변 사람들을 때리는 주벽이 있었고, 남편의 여동생도 '오빠가 술을 먹고 T씨를 때려 결혼 생활 유지가 안 됐다'고 증언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부부간 혼인 관계가 유지되는 방법은 다양할 수 있고, 동거하지 않고 연락을 자주 하지 못했거나 중한 질병에 걸린 배우자를 바로 옆에서 간호하지 않았다고 해서 혼인 관계 진정성이 없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면서 "T씨는 국내에 입국해 별거하기 전까지 평범하고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유지했고 별거한 기간에도 남편을 돌보고 간헐적으로 경제적인 도움을 주며 혼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런 사정들을 종합해보면, 두 사람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주된 귀책사유는 사망한 남편에게 있다고 할 것이고, T씨는 국민인 배우자와 혼인한 상태로 국내에 체류하던 중 배우자 사망으로 인해 적어도 상대 배우자의 주된 귀책사유로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에 해당한다"며 "그렇다면 피고의 원고에 대한 체류기간 연장허가 거부처분은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재량권에 남용이 있는 것이므로 이를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T씨는 지난 2000년 방문동거 체류자격으로 입국해 이듬해 이씨와 결혼한 뒤 결혼이민 체류자격 변경허가를 받아 체류했다. 이후 2006년 말부터 두 사람은 별거했고 이씨가 지난해 만성신장부전 등으로 사망하자 T씨는 결혼이민 체류자격에 대해 연장 허가 신청을 했다. 서울출입국은 '배우자와 장기간 동거 사실이 없고 배우자 사망 사실에 대해 무지한 등 혼인의 진정성 등이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T씨는 "남편 사망 사실을 한 달가량 늦게 알게 됐지만 별거기간 이씨와 한 달에 2번 내지 두 달에 1번 정도 만났고 생활비를 지원하기도 하는 등 진정한 혼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며 서울출입국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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