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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공익재단인가 인력파견업체인가…'불법파견' 의혹
아니아나항공, 여객지원 서비스 KA 업무 전반에 광범위하게 개입
2018-07-10 16:46:15 2018-07-10 21:22:23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아시아나항공 여객지원 서비스를 하는 케이에이(KA)에서 불법파견 의혹이 나왔다. 금호아시아나 계열사인 KA는 공익법인인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지분 100%를 투자해 설립한 회사로, 아시아나항공의 인력파견 업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0일 <뉴스토마토>가 제보 등을 바탕으로 KA 고용형태를 확인한 결과, 실제 사용자는 아시아나항공으로 의심된다. KA는 탑승권 확인, 단체 수화물 처리, 입국·환승 안내 등 아시아나항공 승객의 편의를 제공하는 업무를 한다. 올해 기준 고용인원은 500여명이다. 직원들은 아시아나항공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케이에이라고 쓰인 명찰을 달고 일한다. 사용자는 아시아나항공 대전지점장 출신의 원정태 대표다.
 
KA는 2012년 설립됐다. 그 이전에는 아시아나항공이 지금의 KA 업무를 맡았다. 그러다 문화재단이 자본금 2000만원을 들여 회사를 설립했다. 그러면서 관련 업무가 KA로 넘어갔다. 당시 아시아나항공 영업부사장을 역임한 뒤 퇴직한 이종항 대표가 KA를 이끌었다. KA 대표직이 아시아나항공 퇴직 임원의 재취업 자리란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복수의 직원들 주장에 따르면, KA의 실제 사용자는 아시아나항공이다. 고용노동부의 사내하도급 점검지침에 따르면 KA 사례는 불법파견과 부합한다. 원청은 카카오톡 채팅방 'ICNKK IRROPS'를 통해 업무에 관여했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원청 관리자인 신모씨, 김모씨는 대화방에서 KA 직원의 문의에 답하고 업무 처리를 지시했다. 아시아나항공과 KA는 본지가 불법파견 의혹을 취재하자 채팅방을 폐쇄하는 중이다.
 
중국행 비행편에서도 원청의 업무지시는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중국 관광객은 면세품 쇼핑을 대량으로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23KG 이상의 수하물은 기내 반입이 금지된다. 아시아나항공 관리자와 승무원은 KA 직원들에게 수화물 규정을 지킬 수 있게 협조하라고 말한다. 한 KA 직원은 "승객이 대량의 쇼핑백을 수화물과 함께 기내에 반입할 경우 제지하도록 지시를 받는다"고 말했다. KA 직원은 대신, 무게를 초과한 쇼핑백을 받아 위탁수하물로 붙인다. 중국편의 경우 쇼핑백 1개당 8만원의 금액이 책정된다. KA 직원이 원청에 보고하면, 원청 직원이 카드결제기를 가져온다. KA 직원이 원청의 담당부서에 메시지를 보내, 결제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아시아나항공은 KA 직원의 업무 배치에도 관여했다. 박삼구 회장이 탑승할 때는 원청 직원이 'CCC(박 회장 코드명)가 탑승하니 신참과 나이가 많은 직원은 출국 게이트에 배치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지시는 구두와 유선을 통해 이뤄졌다. KA는 출국 게이트에 배치되는 직원의 명단을 아시아나항공에 보낸다. KA 직원들은 이 명단을 '잡지(Jobji)'라고 한다. 한 직원은 "잡지를 보내면, 원청 직원이 점검한다"며 "게이트에 배치된 직원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본지가 입수한 KA 단체대화방. 원청과 협력업체 관리자가 KA 직원에게 업무를 지시했다.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단체방이 빠르게 폐쇄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KA는 비정기적으로 우수사원을 선발한다. 우수사원으로 선발되면, 현금 5만원 또는 5만원 상당의 상품권이 지급된다. 평가는 승객이 아시아나항공에 보낸 컴플레인을 통해 이뤄진다. 가령 고객이 온라인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직원이 친절하다고 평가했는데, 해당 직원이 KA직원으로 밝혀졌을 때 포상이 주어진다. 
 
이 같은 사례는 불법파견의 소지가 상당하다. 도급계약을 맺은 업체가 독립성이 없고, 원청이 협력업체 직원의 업무 전반에 개입했기 때문이다. KA는 2012년부터 7년간 여객지원 사업을 하면서, 관련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했다. 업체는 직원 500여명을 고용, 지난해 292억원의 매출을 냈다. 사무실도 강서구에 위치한 작은 것 하나가 전부다. 한 직원은 "업무 매뉴얼조차 갖추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총 9차례 이사회를 열었는데, 죽호학원 산하(금호고등학교 등) 기부금 지급 등을 논의했다. 서비스업의 이사회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대목이다. 
 
처우도 열악했다. 본지가 입수한 급여명세서에 따르면 KA 직원은 최저임금 수준을 받고 있다. 3년차 직원은 158만1000원을 월급(상여금 제외)으로 받았다. 최저임금 기준보다 7230원 높은 수준이다. 10년을 장기근속한 직원의 처우도 비슷하다. 상여금을 포함해 200만3000원이 월급으로 지급됐다. 유성규 노무법인 참터 노무사는 "불법파견 판단시 원청의 지휘·명령은 물론 협력업체와 원청 모두 이익 여부를 봐야 한다"며 "이번 사례는 불법파견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공익법인인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공익사업을 수행해야 할 문화재단이 그룹 주력 계열사의 인력파견업을 하면서 기초 고용질서를 어지럽혔기 때문이다.  
 
한편 KA 측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원청의 업무지시는 파악을 해봐야 한다"면서 "불법파견은 아니다"고 말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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