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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두 얼굴
재단, 아시아나항공 협력사 6곳 보유…일감몰아주기로 벌어 재단에 기부
2018-07-10 18:19:54 2018-07-10 18:44:16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을 계기로 직원들의 경영진 퇴진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박삼구 회장이 이사장인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총수 일가의 친위대 역할을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상여객 서비스와 수하물 및 기내청소, 정비 등 아시아나항공 협력사들을 법인 산하로 두고 일감을 몰아주는 한편 계열사 주식을 시가보다 비싸게 사들여 총수 일가의 지배력 근간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내식 사태로 촉발된 불씨는 이미 그룹 전체를 화염으로 뒤덮었다. 아시아나항공노조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은 지난 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번 노밀(No Meal) 사태와 관련해 경영진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파견과 간접고용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아시아나항공 협력사인 케이에이(지상여객 서비스)와 케이오(수하물 및 기내청소), 케이알(정비관련 서비스), 에이에이치(외항사 여객서비스) 소속이다. 이들 기업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지분 100%를 보유한 사실상의 자회사다. 이외에 에이큐(항공운송지원 서비스), 에스티엠(청소 및 방제)도 지분 전량을 재단이 갖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들 6개 회사가 일감몰아주기로 벌어들인 수익을 배당 형태로 재단 운영비에 보태고 있다는 점이다. 금호아시나문화재단이 지난해 국세청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18억5300만원, 금호산업 12억1400만원, 에이큐 1억2000만원, 금호홀딩스 9000만원, 기타 32억8200만원 등 총 65억6000만원이 기부금으로 재단에 건네졌다. 재단 측은 자체적인 수익 사업이 없어 100% 자회사의 배당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 대한 지적은 여기서 그치질 않는다. 재단은 박삼구 회장이 소유한 금호산업 주식을 시가보다 훨씬 비싸게 사들여 총수의 경영권 분쟁을 측면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박 회장은 이 돈으로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유화학 지분 확보에 나섰다. 박 회장이 경영권 확보에 실패하자 재단은 금호산업 주식을 되판 돈으로 워크아웃 중인 금호타이어 지분을 사들여 부실 계열사 지원에 동원됐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일 발표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165개의 운영 실태를 전수조사한 결과, 총수 일가가 공익법인을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악용했다고 의심되는 사례에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도 이름을 올렸다. 국세청 역시 같은 이유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을 정조준하고 있어 사정당국의 칼끝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울러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전직 고위 관료들을 비상임 이사나 임원으로 선임, 바람막이용 아니냐는 의혹도 사고 있다. 법무부 정책위원장을 지낸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을 비롯해 신영무 전 대한변호사협회장(법무법인 세종 설립자), 윤증현 전 금융감독원장,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 신현택 전 문화부 기획관리실장 등이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정갑영 전 총장과 윤증현 전 금감원장은 박 회장의 연대 동문이다. 지난해 재단 임원으로 합류한 권승화 전 EY한영 대표이사도 연대 출신이다. 박 회장은 2008년 6월부터 10년째 연대 총동문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이를 기반으로 정재계 안팎으로 다양한 인맥을 형성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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