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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보호 명분 내세워 금융위 또 조직 확대
금융소비자국 확대개편·금융혁신기획단 신설…"금감원 업무 중복 심화"
"감독체계 개편 앞두고 조직 존속 위한 포석"
2018-07-17 18:52:28 2018-07-17 18:52:28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위원회가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고 제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금융혁신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러나 금융위로부터 감독 업무를 위탁받은 금융감독원의 소비자 보호 업무와 중복되는 데다 금융혁신을 전담하는 조직의 실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작업을 앞두고 금융위가 '조직 해체'라는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사전 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금융위원회는 17일 '금융위원회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 개정령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금융위 조직개편은 저축은행·대부업 등을 담당하는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을 '금융소비자국'으로 확대 개편하고, 핀테크 산업 육성 등을 위해 '금융혁신기획'단을 2년 한시조직으로 신설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금융위가 금융소비자보호의 명분으로 조직개편에 나섰지만, 금융권에서는 벌써부터 '옥상옥'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이어 금융위까지 소비자 보호에 팔을 걷어붙이면서 기관간의 소비자 업무 중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로부터 감독 업무를 위탁받은 금감원은 건전성 감독과 영업행위 감독(소비자 보호)을 양대 핵심 업무로 하고 있고, '금융소비자보호처'라는 별도 조직까지 둬 소비자 보호에 주력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간 조직체계가 은행업과 보험업, 금융투자업 등 금융업권 중심으로 돼 있어 소비자 보호업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며 "서민금융 지원 등 소비자 보호 정책을 발굴하기 위한 것이지, 직접 감독에 나서는 조직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위가 주관하는 소비자 보호 정책이 금리나 수수료 인하 등 가격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결국엔 최근 금융권 금리산정체계 등을 점검하는 금감원과 실질적인 업무는 겹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금융위의 '자본시장조사단'과 금감원의 '자본시장조사국'의 경우에도 업무영역이나 법적 성격이 상당히 비슷하다. 자본시장조사단은 지난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주가조작 엄정 대처를 주문하면서 자본시장 조사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금감원과 별도로 금융위 산하로 조직을 구성했다.
 
금융위가 이번에 신설하는 금융혁신단의 경우 금융개혁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청와대의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혁신단에서는 핀테크 활성화 등 금융혁신 관련 정책을 총괄하며, 특히 암호화폐 관련 시장을 관리·감독을 전담하겠다는 설명이 눈길을 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관장하는 정부조직이 금융위 산하에 생기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 실체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암호화폐는 금융상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금융당국의 소관이 아니라는 게 금융위가 그동안 고수해온 입장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위의 조직개편이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비한 사전 작업 성격이 짙다고 보고 있다. 감독체계 개편은 금융위의 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 감독기능은 금감원에 이관하는 게 골자로, 사실상 금융위를 '해체'하는 작업이다.
 
금융위가 현행 체계에서도 감독과 소비자보호 시스템이 충분히 작동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조직을 존속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금융 관련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의 조남희 대표는 "이번 조직개편은 금융위 해체론에 맞서 조직 확대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비판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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