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수백억 몸값 톱스타, 연이은 내한 예능 출연까지 왜?
2018-07-17 17:17:35 2018-07-17 17:17:35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할리우드 스타들의 내한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제 한국은 전 세계 영화 시장을 움직이는 할리우드에겐 아시아 시장 석권을 위한 교두보이자 중심이다. 전 세계 최초 개봉이란 타이틀을 달고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이는 영화들도 부지기수다. 수백억에 달하는 슈퍼스타들이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홍보를 위한 내한에 적극적이다. 더욱이 그들은 홍보를 위해서라면 국내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국내 톱스타들이 오히려 출연을 꺼려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수천억 대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 주인공들이 출연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아니 이유는 분명하게 존재했다.
 
사진/방송캡처
 
♦ 미친 섭외력?
 
지난 5월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이 화제가 된 바 있다. 평소 ‘미친 섭외력’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이 프로그램은 가면을 쓰고 노래를 하는 출연자의 정체를 패널들이 맞추는 콘셉트이다. 그동안 방송에서 모습을 보기 힘든 스타 혹은 방송 출연을 기피해 왔던 숨은 가창력의 소유자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5월 13일 방송된 ‘복면가왕’은 그 미친 섭외력의 끝판왕을 보여줬다. 바로 할리우드 톱스타이자 현재 전 세계 영화 시장에서 가장 ‘핫’한 스타로 정평이 나 있는 라이언 레이놀즈가 가면을 쓰고 노래를 부른 것이다.
 
이날 그는 무대에 올라 뮤지컬 ‘애니’의 ‘투모로우’를 불렀다. 개인적으로도 노래를 잘 안하기로 유명한 그였다. 정체가 밝혀진 뒤에도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 게 태어나 처음이다”고 할 정도였다. 1박 2일의 짧은 내한 일정에서 이 같은 행보는 더욱 화제였다. 분단위로 이동하는 할리우스 스타의 내한 일정 속에서 국내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사실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수 밖에 없다.
 
할리우드 스타의 예능 출연 끝판왕은 코미디 배우 잭 블랙의 ‘무한도전’ 출연이었다. 13년 ‘무도 역사’에서 첫 손에 꼽히는 레전드 방송편으로 원조 무도 마니아들은 꼽는다. 그는 당시 방송에서 할리우드 톱스타의 면모를 모두 내려 놓은 뒤 무도 멤버들과 함께 온 몸을 던진 망가짐을 선보였다. 슬랩스틱 몸개그까지 선보였다. 방송 이후 ‘잭 형’이란 유행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의 ‘무도 출연’은 미국의 토크쇼에도 소개가 될 정도였다.
 
‘프로 내한러’란 신종 타이틀을 만들어 낸 톰 크루즈는 무려 9번의 내한 경험을 가진 할리우드 대표 톱스타다. 오는 25일 개봉을 앞둔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개봉에 앞서 다시 한 번 내한했다. 그와 함께 출연한 사이먼 페그, 헨리 카빌 등도 함께 했다. 이들은 17일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 녹화를 소화한다. ‘런닝맨’은 출연자들이 미션을 소화하는 예능프로그램으로, 콘셉트 특성상 쉴새 없이 뛰고 달리며 온 몸을 던져야 한다. 수백억 몸값을 자랑하는 할리우드 톱스타로선 출연 자체가 사실상 도전인 셈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이번 내한 일정 가운데 ‘런닝맨’ 출연을 흔쾌히 승낙했단 후문이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국내 예능의 아시아 파급력
 
이런 할리우드 톱스타들의 국내 예능 출연은 달라진 한국 영화 시장의 중요성과도 맞닿아 있다. 또한 국내 예능 프로그램들의 아시아 시장 파급력에 대한 홍보 효과를 노린 점도 분명하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국내 홍보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만남에서 “’런닝맨’의 경우 국내는 물론 특히 아시아권에서 인기가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배우 측에서도 이런 점을 파악하고 출연에 고민을 줄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최장 2박 3일의 짧은 내한 일정 속에서 최대한의 홍보 효과를 노릴 수 있는 방안을 선택했던 것이다. ‘런닝맨’ 같이 아시아권을 지배하는 흥행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다른 국가 홍보 효과까지 노렸단 점이다.
 
짧은 내한 일정 속에서 최대한의 홍보 효과를 위해 예능 출연도 마다하지 않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행보는 한국과 일본 중국의 영화 배급 방식의 차이 때문이란 해석도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국내 시장의 몇 배가 되는 일본과 중국이 아닌 한국 방문이 두드러지고 전 세계 최초 개봉 지역으로 한국을 택하는 것은 일본과 중국의 영화 배급 방식이 유연하지 못한 점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은 국내에 비해 배급 회전율이 상당히 느리다. 국내는 멀티플렉스 극장이 자리한 상태에서 편당 상영일이 상당히 짧다. 대규모 배급 방식으로 빠르게 치고 빠지는 스타일이다. 반면 일본은 장기 상영이 주를 이룬다는 것. 중국의 경우 스크린 쿼터제가 존재한다. 또한 다른 국가의 흥행 여부를 판단한 뒤 수입해 배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서 상영 일정도 아시아 국가 가운데 상당히 늦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배급은 한국과 일본의 흥행 성적 여부에 달렸다. 또한 일본에 비해 회전율이 빠른 한국 내의 흥행 성적이 중국 시장으로 파급될 가능성도 크단 얘기다. 결과적으로 한국 시장이 짧은 시간 동안 가장 임팩트를 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고, 일본과 중국 및 아시아권을 아우를 수 있는 홍보 수단이자 국가로서 안성 맞춤이란 해석이 된다. 실제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데드풀2’의 전 세계 수익 가운데 대한민국이 2위였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전 세계 수익 1위는 국내보다 몇 배의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중국이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국내 개봉은 4월 25일 이었고, 중국 개봉은 5월 11일 이었다.
 
이 관계자는 “할리우드에서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이 같은 한국과 일본 중국의 배급 방식 및 소화력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면서 “때문에 할리우드 스타들이 아시아 시장 전초 기지로 한국을 선택하고 홍보에 집중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고 전했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