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문 의장·한국당 "연내 개헌", 여 "그럴 때 아냐"
선거 후 뒤바뀐 개헌 논쟁…청와대 "국회가 주도해 할 일"
2018-07-18 15:17:56 2018-07-18 15:17:56
[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6·13 지방선거 이후 개헌에 대한 정치권의 시각이 뒤바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거듭 개헌을 강조하며 연내로 시점까지 못 박자 야당은 적극 호응한 반면, 청와대와 여당의 반응이 미온적이다. 오히려 “개헌은 이슈블랙홀”이라며 경계하는 모습이다.
 
문 의장은 18일 국회에서 취임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민들이 원하고 있는 개헌은 재추진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전날 열린 제헌절 경축식에서도 “올해 연말까지 여야가 합의된 개헌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국회의장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안에 개헌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여론의 뜻이 61%에 달하고 그 가능성도 높다는 이유다. 문 의장은 “촛불혁명 완성의 하나는 개헌이고 또 하나는 개혁입법”이라며 “4당 대표가 연내에도, 심지어 한 달 안에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4당 대표가 확실한 소통과 역지사지의 마음만 갖는다면 이뤄질 수 있다”고 재차 언급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도 개헌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한미 양국 현안 논의를 위해 미국으로 원정을 떠나는 출국 길에 앞서 “방미 기간 짬짬이 31년 만에 낡은 헌법의 틀을 바꿔내는 좋은 논의를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정적인 탓에 개헌논의가 쉽게 탄력이 붙긴 어려울 전망이다.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지금은 경제와 민생에 대한 입법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며 “개헌 문제는 경제민생 입법을 제칠 블랙홀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 시점에서 개헌 논의가 재점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얘기다.
 
대통령 개헌안까지 발의했던 청와대도 개헌이 국회 몫이라고 선을 그으며 소극적으로 돌아섰다. 김의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회에서 하는 개헌 논의는 국회가 주도적으로 할 일이다. 현재로서 청와대는 그에 대해 관여를 하거나 그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속내는 다르지 않다. 이슈의 블랙홀인 개헌이 재등장하면 다른 개혁민생입법 처리가 뒷전으로 밀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서다. 특히 한국당이 주도하는 개헌 논의가 달가울 리 없다.
 
표면적으로는 문 의장과 당청 간의 갈등으로도 비쳐지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전략적인 큰 그림은 따로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문 의장이 첫 취임 일성을 ‘협치’로 내세운 만큼 야당에 먼저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이 개혁입법연대라면 한국당 등은 선거구제 개편을 고리로 개헌연대를 야권에 제안해 개헌야권연대로 맞서는 상황”이라며 “여야 협치를 강조하는 입법부 수장이라면 노선을 탈피하는 전략을 펴서라도 여당보다는 야당이 거부하기 어려운 이슈를 먼저 찾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문희상 국회의장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문희상 의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