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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융위원장 1년, 흐릿한 개혁색에도 자리보전
채용비리·지배구조 손질에 올인, 규제 개편 등 금융혁신은 제자리
개각 바람에도 유임 가능성 커…'장하성 라인' 건재 덕분
2018-07-19 08:00:00 2018-07-19 08: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오는 19일자로 취임 1주년을 맞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금융혁신 과제에 대한 그의 성과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평가가 우세하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핵심 라인으로 지목되면서 금융당국 수장으로 등판했지만, '무색무취' 색깔을 뒤집을만한 뚜렷한 금융혁신 정책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산업 측면에서 지나친 규제를 그대로 두면서 금융산업의 발목을 잡도록 방치해 문재인정부 들어 금융 홀대론 등을 자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수장으로 있었던 금융권의 1년은 순탄치 못했다. 취임 직후 불거진 금융홀대론부터 암호화폐 사태, 가계부채 문제, 금융권 채용비리, 지배구조 개편까지 숨 막히는 여정이었다. 특히 금융업계에 미친 파장으로 보면 최 위원장은 채용비리, 금융지주 회장 셀프연임 등 관행으로 자리잡힌 금융권 내부통제, 지배구조 문제 해결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채용비리나 금융사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금융혁신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군기잡기식으로 관습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금융혁신이라고 할 수 없다"며 "새로운 금융산업에 대한 법제 정비에 얼마나 선제적으로 대응했느냐가 중요한데, 금융위의 대처는 상당히 소극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해 말 암호화폐 사태가 터졌을 때는 최종구 위원장이 '암호화폐는 금융상품이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암호화폐 거래 시중은행을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이나 인터넷은행 등 핀테크 규제 완화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점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인터넷은행 활성화를 위한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제한) 완화의 경우 기존 은행법을 개정하거나 인터넷은행 특례법을 새로 제정해야 하는 사안이라 금융위가 단독으로 추진할 수 없다. 그러나 은산분리 완화 논의는 최 위원장 취임 후 사실상 중단된 실정이다.
 
최 위원장이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공공연히 펼쳐왔으나, 국회 설득 작업은 전무했다. 최근 청와대가 인터넷은행 활성화 등 금융규제 개혁 속도가 늦다고 질타하면서 뒤늦게 활성화 방안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달 중순에 개최 당일에 무산된 대통령 주재 규제혁신 점검회의의 경우 금융위원회의 준비부족이 무산 원인 중 하나로 알려졌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답답하다"라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최근 금융소비자 보호기능을 강화하고 제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금융혁신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춘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그러나 금융위로부터 감독 업무를 위탁받은 금융감독원의 소비자 보호 업무와 중복되는 데다 금융혁신을 전담하는 조직의 실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두 기관이 금융시장 발전에 힘을 보태기는커녕 정책 공조에서부터 엇박자를 보이며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작업을 앞두고 금융위가 '조직 해체'라는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사전 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문재인정부가 적극 추진해 온 금융혁신 실현과 관련해 최 위원장과 금융위원회는 자주 비판 대상에 올랐지만 현재로서는 최종구 위원장의 유임설에는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원장 인선이 정부부처 수장 인사 가운데 가장 늦게 이뤄질 정도로 마땅한 인력풀이 없다는 이유도 있지만, 정권 실세로 알려진 '장하성 라인'이 건재하다는 해석도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고려대 동문으로 지난해 임명 당시에도 장 실장이 최 위원장을 강력하게 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위원장 교체 또는 유임설은 청와대 내 경제권력의 힘겨루기 측면에서 봐야한다"며 "최근 경제팀 물갈이 인사에서 장 실장이 제외되면서 건재함을 확인했는데, 그러면서 최 위원장의 교체설도 수면 아래로 다시 내려갔다"고 전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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