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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본사 수수료 담합 가능성…최소이익 보장돼야"
외국서는 '가맹점주=노동자' 판결 나오기도…출점제한 폐지, '마구잡이 규제완화'의 폐해
공정위 "근접출점·과다 수수료 책정 포함 해결방안 논의 중"
2018-07-30 17:39:10 2018-07-30 17:39:10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편의점 가맹본부가 협상력 낮은 가맹점주에게 30~35%의 높은 수수료를 책정한다고 해서 무조건 불공정행위로 볼 수는 없지만, 가맹점주가 선택할 여지 없이 고율의 수수료가 일괄 적용되고 있다면 담합을 의심할 수 있다."
 
김남근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는 30일 전화통화에서 "10~20% 등 더 낮은 수수료를 제시해 가격 경쟁하는 신규 가맹본사가 나타나는 게 시장원리상 자연스럽다"며 "가맹점주가 계약 체결 단계에서 선택할 여지가 없다면 담합을 의심해 수수료를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에 따르면 편의점 가맹수수료는 지역이나 매출, 계약조건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처음 문을 열 때 인테리어비는 가맹본사가, 임대료는 가맹점주가 부담할 경우 30~35%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사립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이론적으로 과점시장에서 높은 가격대가 형성돼 있을 경우 담합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높은 가맹수수료가 책정돼 있다면 대규모 네트워크를 가진 소수의 편의점 가맹본부로 구성된 시장 특성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며 "독점시장처럼 움직이는 과점시장에서 다양한 요인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겠지만 독점시장 수준의 가격이 책정된다면 담합 가능성이 있다. 다만 서비스 비용 등이 포함된 가격이 얼마나 높은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가맹수수료 외에 예상 수익률을 부풀리거나 물품 구입을 강제하는 방식으로 불공정행위가 이뤄지고 있는지도 철저히 조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편의점은 판매 물품 종류와 원가, 판매가격 등이 정해져 있어 가맹점주의 경영 자율성이 거의 없다"며 "업종 특성을 감안해 예상 수익률 등의 정보를 공개하게 돼 있는데, 이윤이 적을 거라면 편의점 예비 창업자는 사업에 안 뛰어들었을 것이다. 실제 수익에 비해 예상 수익이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는 경우 허위 공시가 될 수 있고, 이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말했다.
 
편의점주의 경영 자율성이 거의 없는 만큼 최소 이익 보장제도 도입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게 김 변호사의 주장이다. 그는 "편의점은 기계적으로 본사가 갖다주는 물건 판매 이상의 경영행위를 하기 힘들다. 이를 감안해 기차역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코레일유통은 국토교통분야 관행혁신위원회 권고를 받아들여 매출에 따라 수수료율을 결정하는 등 영업 결과를 본사와 나누기로 했다"며 "공공부문에서 종속성이 강하다는 특성을 인정하고 최소이윤을 도입한 만큼 이를 민간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에서는 가맹점주가 노동자라는 판결도 있었다"며 "편의점은 가맹업 가운데서도 특히 본사 종속성이 높은 분야로 노동자와 다를 바 없다는 측면을 감안하면 최저 이윤을 보장하는 방식이 도입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2014년 완전 폐지된 편의점 출점제한 논의가 부활하는 것은 마구잡이식 규제 완화의 폐해를 그대로 드러내는 거란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기업들은 규제완화를 해야만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식으로 얘기하지만 실제로 나타나는 현상은 서민의 생존권부터 박탈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거리제한은 잘못하면 담합의 여지가 있는 반면 제한을 완전히 풀 경우 지금처럼 마구잡이 출점으로 인한 피해로 불공정행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업계는 1994년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80m 내로 신규출점을 하지 않는 자율규약을 제정해 시행했지만 2000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담합행위로 규정해 시정조치 명령을 내리면서 폐지됐다. 이후 2012년 공정위가 편의점 간 도보거리 250m 이내 출점을 금지하는 모범거래기준을 만들었지만 "기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2014년 폐지됐다.
 
담합 여부를 조사해 시장 질서를 유지하는 공정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교수는 "가맹본부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담합이나 불공정행위를 했는지 여부는 전적으로 공정위가 판단하는데, 필요할 경우 직권조사 등을 통해 영업상 비밀을 포함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며 "현재 4~5개의 가맹본사가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는 만큼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편의점주의 협상력을 높여 가맹본사가 시장 지배력을 함부로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공정위의 역할인데 최저임금 인상분 분담을 요구할 수 있도록 표준가맹계약서를 개정했다고 홍보한다. 협상력은 키워주지 않으면서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생색내기만 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편의점 가맹본부의 불공정 행위 가능성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근접출점 문제와 함께 소수의 사업자가 점주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받고 있는지 등을 충분히 논의하고 있다"며 "지금 시점에서 조사 가능성을 말하기는 힘들지만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보면서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알바생이 근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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