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KTX 해고 승무원, 삼성 직업병 문제 등 장기투쟁 사업장이 잇따라 해결되면서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도 복직 투쟁에 고삐를 죈다. 쌍용차 구조조정은 지난 2009년 발생한 노동계의 대표적 정리해고 사건으로 기록됐다. 구조조정 인원만 2646명에 달한다.
민주노총 쌍용차지부(노조)는 25일부터 서울 대한문 농성장 앞에서 매일 119번 절을 하는 농성에 들어갔다. 복직을 기다리는 쌍용차 해고자가 119명이라 119배로 정했으며, 정리해고로 숨진 30명의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도 있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노조는 매일 오전 6시 복직의 염원을 담아 절을 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3시 노조와 함께 청와대 인근에서 복직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쌍용차 해고자(지부)가 25일 오전 서울 대한문 앞에서 119배를 올리고 있다. 사진/쌍용차지부
쌍용차 해고자가 25일 아침 농성장에서 119배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쌍용차지부
쌍용차 해고자 복직투쟁은 올해로 10년 째를 맞았다. 노동계는 지난달 27일 해고자인 김모 조합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복직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모 조합원은 쌍용차 정리해고로 숨지거나 목숨을 끊은 30번째 희생자다. 노동계는 더 이상의 희생자가 없길 바라는 차원에서 복직투쟁을 함께하고 있다. 속속 결합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서울시 중구청이 2013년 강제로 철거한 농성장이 6년 만에 다시 설치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10년 넘게 지속됐던 장기투쟁 사업장 문제가 풀린 것도 노조의 복직투쟁에 힘을 싣고 있다. 코레일은 지난 21일 노사 합의에 따라 KTX 해고 승무원(2006년 해고) 180명을 복직시킬 예정이다. 해고 승무원은 12년 만에 하청업체가 아닌 원청 코레일로 복직한다.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은 삼성전자의 사과와 피해자 보상 문제를 외부기구 중재 방식으로 풀기로 했다. 사실상 10년째 이어진 삼성 직업병 문제가 해결된 셈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 "쌍용차 해고자 복직문제 관심을 가져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쌍용차 해고자도 복직하길 바라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한 배를 올릴 때마다 희생된 동료의 이름을 떠올릴 것"이라며 "이러한 노력에도 복직이 되지 않는다면 내달 중순부터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해고 노동자들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복직하기까지는 쉽지 않다는 게 노동계와 업계의 분위기다. 복직 시기는 생산 물량과 신차 판매 수요에 달렸다는 설명이다. 쌍용차는 2015년 노조·쌍용차노조(기업노조)와 맺은 '노노사 합의'에서 신규 채용할 경우 3:3:4 비율(희망퇴직자 3, 해고자 3, 신규 인원 4)로 뽑기로 합의했다. 현재 희망퇴직자는 1000여명, 해고자는 119명에 달한다. 노사 합의 후 현재까지 3차례 복직이 이뤄졌지만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2016년 40명, 지난해 62명에 이어 올해 26명이 채용됐다. 2009년 쌍용차 평택공장 점거 파업을 벌이고, 이후 공장에서 쫓겨난 해고자까지 모두 복직하기까지 장시간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쌍용차 공장 가동률은 평균 58% 수준이다. 티볼리를 생산하는 조립 1라인(지난해 가동률 73.3%)과 렉스턴 등을 생산하는 조립 3라인(가동률 63.6%)은 주간 2교대제로 운영, 가동률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코란도와 투리스모를 생산하는 조립 2라인(가동률 21.4%)은 주간 근무제만 운영한다. 올해 조립 1·2라인은 가동률이 전년보다 크게 떨어졌다. 쌍용차 내수 판매는 이전과 비교해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7년 10만6677대가 내수 시장에서 팔렸다. 워크아웃과 정리해고가 있었던 2009년(2만2189대)보다 한해 8만4488대가 더 팔렸다. 반면 수출판매는 2013년 8만1679대를 기록한 뒤 엎치락 뒤치락하는 상황이다. 2016년 5만2290대, 지난해 3만7008대를 수출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쌍용차는 내년 선보일 신차를 통해 내수 판매를 늘리고, 호주와 인도 등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사측도 10년째 이어진 '쌍용차 정리해고'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신차 판매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유휴인력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생산직 노동자를 신규 채용을 하려면 생산물량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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