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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 은행이사회가 행장 직접 뽑는다
지주임추위 복수 추천제로 지배구조 개선…시중은행 중 첫 시도
2018-07-26 18:31:17 2018-07-26 18:43:15
[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KEB하나은행이 은행권 처음으로 지주 이사회가 아닌 은행 이사회에서 차기 행장 후보자를 최종 선택하는 권한을 가지게 됐다. 그동안 하나금융지주(086790) 이사회가 사실상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고 은행 이사회는 자격요건만 검토했던 형식적 역할에서 벗어나 은행 이사회가 직접 차기 행장 최종 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 등 지배구조와 관련한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로, 경쟁사들로 확산될 지 관심이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KEB하나은행은 지배구조 내부규범 중 CEO 후보자에 대한 추천 절차 내용을 개정했다. KEB하나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하나금융 '그룹임추위'로부터 2명 이상의 복수 후보자를 추천받는 내용이다.
 
기존 내부규범에는 그룹임추위의 후보자 추천과 관련해 단수 또는 복수 추천 여부가 불명확했다. 이에 따라 그룹임추위는 지금까지 최종 후보자 1명을 은행 임추위에 추천해왔다. 차기 행장 후보군에 대한 관리부터 최종 후보자 선정까지 사실상 그룹임추위가 도맡아온 셈이다. 그룹임추위가 최종 후보자 1명을 선정해 은행 임추위에 추천하면 은행 임추위는 해당 후보자의 자격기준만 검토해 주주총회에 추천해왔다.
 
그러나 내부규범 개정으로 차기 행장 최종 후보 결정 권한은 사실상 지주 이사회에서 은행 이사회로 넘어가게 됐다. 그룹임추위가 차기 행장 후보군 관리 및 인터뷰 등 전반적인 과정을 주관하는 것은 기존과 동일하지만 직접 최종 후보를 선정하지 않고 은행 임추위에 2명 이상의 후보를 추천하게 된다.
 
KEB하나은행의 이같은 시도는 국민·신한 등 경쟁 은행 중 처음이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모두 지주 이사회가 추천한 1명의 후보자만을 대상으로 자격요건 충족 여부 등을 검토해 주총에 추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은 지주뿐만 아니라 최대 자회사인 은행의 지배구조 투명성과 CEO 선임 공정성을 제고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금융사들의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못하고 CEO 선임과정 역시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금융당국 역시 작년 KB금융과 하나금융 회장 선임과 관련해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특히 향후 행장 선임과 관련해 현직 회장보다는 사외이사들의 입김이 더 세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지주 회장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제외된 만큼 회장의 영향력 없이 선출된 신임 사외이사들이 그룹임추위원으로 활동할 경우 행장 선임과 관련해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행장 선임 시 제한적이었던 은행 임추위의 역할이 늘어나는 만큼 지배구조와 관련한 투명성 및 공정성을 비롯해 자율책임경영도 확대할 수 있게 된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이 작년 말 금융당국으로부터 CEO 경영 승계 등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압박을 받았던 만큼 선제적으로 은행장 선출방식을 개선한 것으로 보고 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배구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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