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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효주, 그가 원했던 김지운 감독 그리고 ‘인랑’
김지운 감독, ‘인랑’ 기획 소문…”무작정 원작 감상했다”
며칠 뒤 실제로 캐스팅 제안…”너무 기쁘고 신기했다”
2018-07-27 06:00:00 2018-07-27 06: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우선 ‘인랑’ 원작자인 오시이 마모루 감독조차 인정했다. 원작 애니메이션 ‘인랑’ 속 여주인공 ‘아마미아’와의 외모적 싱크로율에 놀라움을 표시했단다. 실사 버전 ‘인랑’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은 조금 달랐다. 그의 숨은 내공에서 ‘재미’를 대중들에게 선보이고 싶었단다. 사전적 의미의 ‘재미’가 아니다. 풀어서 설명을 하자면 ‘연기의 맛’이랄까. 김지운 감독은 배우 한효주가 ‘재미있게 연기를 하는 배우’임을 관객들도 알기를 바랐다고. 사실 고개가 조금 갸우뚱 했다. 한효주의 연기에 맛이 베어 있지 않은 적이 있었다. 아마도 김 감독은 한효주를 통해 ‘인랑’이란 세계관 속 ‘이윤희’란 인물을 자신의 상상 이상의 모습으로 그려내고 싶던 모양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한효주는 최고의 도구였다. 한효주의 생각도 그럴까. 영화 ‘인랑’ 속 한효주와 만났다.
 
한효주.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서 만난 한효주는 언론 시사회 이후 며칠이 지난 시점에서 영화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지점에 대해 궁금해 했다. 김지운 감독 연출작이란 점만으로도 한효주는 기대감이 컸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주인공 강동원은 무려 6년을 기다렸다고. 김지운 감독이기에 가능했단다. 강동원의 기다림에 한효주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지운 감독님이라면 그래야 하지 않나요(웃음). 저라도 그랬을 거에요. 전 동원 선배보단 뒤에 캐스팅이 됐지만 만약 제작이 미뤄지게 됐다면 저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 같아요. 김지운 감독님 이잖아요. 영화를 우선 너무 재미있게 그리고 잘 만드시잖아요. 이보다 더 확실한 이유가 있을까요? 배우라면 김지운 감독님이랑 함께 작업하고 싶은 마음은 다 있을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래서 원작 애니메이션을 찾아서 일부러 봤으니까요.”
 
그는 한 영화 잡지에서 김지운 감독이 ‘인랑’을 기획한다는 기사를 접한 뒤 곧바로 원작 애니메이션을 구해서 봤다고. 극중 여주인공에게 묘하게 동질감을 느끼게 됐다고. 그저 막연하게 ‘이 영화에 나도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단다. 그리고 행운인지 아니면 인연인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김 감독에게 연락을 받게 됐다고. 그는 너무도 놀랐고 그리고 기뻤단다.
 
한효주.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생각해 보세요(웃음). 너무 하고 싶은 영화이고, 꼭 출연했으면 했는데. 그 작품 감독님에게 직접 연락을 받았어요. 더군다나 그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서 원작까지 구해서 일부러 봤거든요. 그냥 궁금해서 제안도 없었는데 본 거에요. 되게 신기했어요. 우선 원작자인 오시이 마모루 감독님도 저와 원작 속 여주인공 외모가 닮아서 좋아하셨단 말을 듣고 기분 좋았죠. 마음에 드는 작품에 좋은 선배들과 함께 했고, 함께 하고 싶던 감독님과 작업도 했고. 하하하.”
 
마음에 두고 있던 작품에 신기할 정도로 캐스팅까지 된 한효주다. 하지만 그가 연기한 ‘인랑’ 속 ‘이윤희’는 사실 쉽지 않은 캐릭터다. 워낙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라 베테랑 한효주 입장에서도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다고. 캐스팅 전 원작을 봤고, 촬영 중간중간에도 막히는 지점이 있으면 감독과의 대화 그리고 원작을 교본처럼 활용했단다.
 
“영화 보셨잖아요. 사실 감이 잘 안 잡혔어요. 속내를 감춰야 하는 데 또 그걸 조금씩 드러내 보이기도 하고. 막힐 때마다 감독님에게 많이 의지했어요. ‘나 좀 꺼내 주세요’란 심정으로 그냥 절 감독님에게 던졌어요. 내 의견이나 플랜을 끄집어 내기 보단 절 백지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만 집중했어요. 그저 감독님이 절 칠해주기만 기다렸죠. 그리고 가끔씩 원작을 꺼내보며 감독님이 칠해 준 그림에 제가 조금 더 덧칠을 하는 정도로 이윤희를 만들어 갔던 것 같아요.”
 
한효주.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감정적으로 고되고 힘든 캐릭터였지만 액션 장면에서도 결코 분량이 적지 않은 배역이었다. 한효주는 필모그래피 거의 대부분이 멜로에 집중된 배우다. ‘감시자들’ 같은 장르도 있었지만 ‘인랑’ 속 액션과는 사실 그 결 자체가 너무 달랐다. 그는 ‘태어나서 이렇게 총을 많이 쏴본 여배우가 있을까요’라며 웃었다. SF장르답게 한효주 역시 극중 총기 액션 분량이 상당했다.
 
“하하하, 되게 통쾌하고 기분 너무 좋았어요. 저보다 총 많이 쏴본 국내 여배우가 있을까요? 하하하. 우선 되게 놀랐어요. 이게 가짜 총이지만 총소리가 너무 커서. 총을 쏘면 반동 역시 상당했고, 무게도 너무 무거웠고. 정말 위험한 장면이 아니면 거의 제가 다 했어요. ‘인랑’ 찍고 나서 저 완전 액션 꿈나무 된 느낌이었어요(웃음). 다음 작품에선 진짜로 강한 여자 역할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인랑’ 속 액션을 얘기하면 강동원의 강화복 액션 장면을 빼놓을 수 없다. 옆에서 그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 본 한효주는 기분이 어땠을까. 신기한 외형의 강화복을 곁에서 보고 혹시 입어보고 싶은 욕구는 없었을까. 원한다면 김 감독이 한효주의 강화복 액션 장면을 새롭게 추가할 의향도 있었을 듯 했다. 한효주는 이 같은 질문에 기겁을 하며 손사래를 쳤다.
 
한효주.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어우 그런 끔찍한 소리를 하세요(웃음) 옆에서 봤는데 정말 ‘저걸 한 번 입어 보고 싶다’는 생각은 1도 안들었어요. 동원 선배나 스턴트 하시는 분들이 입고 힘들어 하시는 걸 보고 사실 제가 다 죄송할 정도였어요. ‘난 너무 편하게 촬영하는 거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그게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고 그런데요(웃음). 죄송해서 만져 보지도 못 하겠더라구요. 동원 선배가 쓰는 그 큰 총도 크기가 어마어마하고. 어휴.”
 
올해 3월 ‘인랑’ 작업을 최종 마무리 한 뒤 현재까지 4개월 가량 휴식기를 갖고 있는 한효주다. 그는 요즘 가장 큰 관심사가 바로 ‘자신’이란다. 배우로서 어떤 위치이고 어떤 자세이며 어떤 색깔을 갖고 있는지. 인간으로서는 어떤 고민을 하고 사는지. 배우 한효주이면서 인간 한효주로서의 고민이자 관심을 오롯이 자신에게만 집중하고 있는 시간이란다.
 
“’반창꼬’에 함께 출연한 배우 진서연 언니가 ‘독전’에서 너무 잘돼서 기분이 좋아요. 인터뷰에서 제가 꼭 힘을 써줘서 캐스팅이 된 것처럼 얘기를 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는데. 그저 오디션 정보만 전한 것뿐이에요. 그런데 그런 것 조차 고맙게 여기고 절 언급해 주니 감사하죠.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나의 사소한 관심이 누군가에겐 이런 고마움이 될 수도 있구나 라고. 내가 어떤 사람이길래. 뭐 요즘엔 이런 관심으로 사는 것 같아요(웃음)”
 
한효주.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자신의 출연작 가운데 한 편인 ‘뷰티 인사이드’가 최근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소식을 알고 있는 한효주다. 그는 카메오 출연 여부를 묻는 질문에 흔쾌히 하고 싶단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옆에 있던 매니저와의 대화에서 농담 섞인 발끈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드라마에선 여자가 외모가 바뀌는 설정이라구요? 그럼 카메오라도 하고 싶은데. 저 하고 싶어요. 연락 주세요(웃음) 하하하.”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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